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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인수권부사채 거래와 실질과세원칙

[the L]화우의 조세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편집자주외부 기고는 머니투데이 'the L'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작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인간으로서 피할 수 없는 것이 죽음과 세금이라고 하는데 이 말은 죽음만큼 피하고 싶은 것이 세금이라는 말과 통하기도 할 것이다. 실제 납부할 세금을 줄이거나 피하기 위해 납세자들은 과세요건에 해당하지 않도록 여러가지 복잡한 거래 구조를 만들기도 하고, 편법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과세관청이 이에 대항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 중 하나가 바로 ‘실질과세원칙’이다. 

2010년대 초 회사가 사모의 형태로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자, 금융기관이 같은 날 위 회사로부터 이를 취득하고 신주인수권을 분리하여 위 회사의 대표이사이자 최대주주인 A에게 곧바로 매도하였는데, 몇 년 후 A가 위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여 상당한 이익을 얻은 사례가 있었다. 과세관청은 회사의 최대주주가 회사로부터 신주인수권을 낮은 가격으로 취득하여 추후 높은 가격으로 행사함에 따라 이익을 얻은 것을 증여로 보아 과세하였고 납세자는 이에 불복하여 소송을 진행하였다.

이 사안에서 과세관청의 논리 중 하나는 신주인수권부 사채의 발행부터 신주취득, 신주인수권증권의 행사에 이르기까지의 일련의 행위들이 형식상으로는 회사로부터 금융기관, 회사의 최대주주로 단계적 거래가 이루어졌지만 실질적으로는 별다른 사업상 목적 없이 증여세를 부당하게 회피하거나 감소시키기 위하여 회사의 최대주주가 회사로부터 신주인수권을 취득하여 행사함으로써 이익을 얻은 경우에 해당하므로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실질과세원칙은 과연 무엇이고 언제 적용될 것인가? 우리 국세기본법은 ‘간접적인 방법이나 둘 이상의 행위 또는 거래를 거치는 방법에 의하여 세법의 혜택을 부당하게 받기 위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경제적 실질에 따라 당사자가 직접 거래한 것으로 보거나 연속된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로 보아 세법을 적용한다’(제14조 제3항)고 하여 납세자가 조세회피를 위해 우회행위 또는 다단계행위를 할 경우에도 경제적 실질에 따라 과세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2조에도 같은 취지로 ‘둘 이상의 거래를 거치는 방법으로 증여세를 부당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그 경제적 실질에 따라 연속된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로 보아 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위 사례에 위 규정이 적용된다고 본 것이다.

납세자가 행한 구체적인 행위나 사실이 과세요건을 충족하는 가를 가리는데 있어서 그 법적 실질과 외형이 일치하고 또한 행위자의 의사가 객관적으로 명확하다면 조세법규를 적용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납세자의 행위가 여러 단계에 걸쳐 행해진다면 단순한 외형뿐 아니라 진정한 의사가 무엇인가를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특히 가장행위나 조세회피행위가 개재 되면 그 법적 실체가 무엇인지 가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납세자의 조세회피행위를 부인하기 위해서는 거래의 형태와 내용, 당사자가 거래를 통해 달성하고자 한 경제적 목적, 당사자 사이의 관계, 당사자의 구체적인 의사 등 여러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앞의 사례로 다시 돌아와보자. 위 신주인수권부사채의 발행, 취득, 신주인수권의 행사로 이어진 일련의 행위에 있어, 회사로서는 신규사업 진출을 위한 운영자금의 조달이 필요하였는데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할 당시 위 금융기관의 대출금 이자율이 유리한 조건이어서 사업상 목적으로 발행하였고, 회사의 최대주주는 위 금융기관이 사채로부터 분리된 신주인수권을 조기에 처분함으로써 이익을 얻음과 동시에 주가변동의 위험을 회피하고자 최대주주에게 매수를 요구하였기 때문에 취득하게 된 것인데, 최대주주가 추후 신주인수권의 취득과 행사를 통해 이익을 얻었더라도 이는 주가하락의 가능성을 상당기간 감수한데 따른 것이고, 그밖에 여러 복합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대법원은 이러한 맥락에서 위 일련의 행위가 처음부터 주가상승을 예정하고 최대주주에게 주가상승으로 인한 이익을 과다하게 분여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그 수단으로 이용된 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어 과세가 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결국 정상적인 시장의 조건과 위험에 따라 거래하는 한, 거래의 주된 동기가 조세를 회피할 의도에서 비롯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효력을 부인하여서는 아니된다. 실질과세원칙이란 무기는 조세회피를 막기 위해 적용할 수 있는 강력한 제재수단이나, 여러 단계를 거친 후에는 손실 등의 위험 부담에 대한 보상뿐 아니라 외부적인 요인이나 행위 등이 개입되어 있을 수 있으므로 단순히 결과만을 가지고 어느 때나 만능으로 사용되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이처럼 실질과세의 원칙의 적용범위를 제한한 대법원의 입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경진 변호사는 법무법인 화우의 파트너변호사로 주요 업무분야는 조세쟁송, 조세자문 등입니다. 사법연수원 제34기 수료 후 2005년부터 삼일회계법인 조세변호사를 거쳐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지방국세청 송무과장, 중요소송(국제조세소송 포함) T/F 팀장으로 재직하면서 법인세, 국제조세, 상증세 등 다양한 세목의 수많은 사건을 처리했습니다. 국세청 국세심사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 후 현재는 서울고등검찰청 국가송무상소심의위원회, 국세청 정보공개위원회를 포함한 각종 위원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한편, 국세청 조사관을 대상으로 전략적 소송수행기법에 관한 강의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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