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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
재산을 해외에 은닉할 가능성이 없는 조세 미납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자 내린 출국금지 조치는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A씨가 법무부를 상대로 "출국금지 처분은 부당하다"며 낸 출국금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6월 엔지니어링 회사를 운영하는 A씨가 종합소득세 및 부가가치세 등 7억8700여만원의 세금을 체납하자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이후 법무부는 두 차례 연장 처분을 통해 오는 12월25일까지 A씨에 대한 출국금지를 내렸다.
이에 A씨는 "회사 경영난으로 폐업하면서 부득이 거액의 세금을 체납한 것이지 세급 납부를 회피할 의도는 없었다"며 "재산을 해외로 도피시킬 우려도 없어 법무부의 출국금지 처분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조세 미납을 이유로 한 출국금지는 미납자가 출국을 이용해 재산을 해외에 도피시키는 등 강제집행을 곤란하게 하는 것을 방지하는 게 주된 목적"이라며 "미납자의 출국의 자유를 제한해 심리적으로 압박을 가해 미납된 세금을 자진납부하도록 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2011년도 부가가치세 신고 등을 하는 과정에서 사업 매출 및 소득 등의 신고를 일부 누락했고, 과소신고한 금액은 고액에 이른다"면서도 "A씨와 배우자가 3년 간의 지출 금액을 살펴보면 은닉 재산의 존재가 의심되지만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와 배우자가 2014년부터 3년간 지출한 금액이 존재하지만 2인 가구의 평균 생활비와 비교해 적은 액수인 점, A씨가 사업 폐업 직후 약 5년 동안 3박4일의 일정으로 단 한 차례만 출국한 점 등으로 볼 때 재산 은닉의 사정을 엿볼 수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A씨의 가족이 해외에 거주한다거나 해외에 특별한 연고가 있는 등 재산 해외 은닉을 위한 특별한 동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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