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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법 하나의 분야로 정착돼야…'동물 보호' 관련 입법 필요"

[the L] 의료·교통사고·층간 소음 등의 분쟁 잦아

동물법 이야기를 쓴 김동훈 변호사(법률사무소 로베리)/사진=송민경

“하루에도 동물 관련 분쟁 상담을 최소 3건은 받지만 소송 의뢰까지 들어오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우리나라에선 동물이 입은 피해 관련 소송을 했을 때 인정되는 손해배상 금액이 적기 때문이죠.”

아직 동물법에 대한 연구가 깊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법조계에서 이 분야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동물법 이야기’ 등의 책을 발간하는 등 관련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는 김동훈 변호사(37·변호사시험 1회)를 지난달 28일 서초동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변호사가 동물법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언론 보도로 동물 학대 사건을 접하고 나서였다. 당시 12층 옥상에서 고양이를 집어 던진 사건이 보도됐고, 이를 보고 크게 충격을 받아 관련 해외사례 등을 찾아본 것이 시작이었다.

“국내엔 사례가 적어 초반에는 해외 사례를 공부했고 그것이 계기가 돼 논문도 썼죠. 제 석사 논문 제목이 ‘동물 보호법상 적정 형량에 관한 연구’였습니다. 변호사 되고 난 후에 동물보호 단체 등과 관련 분야의 일을 계속해 나갔습니다.”

2013년 발간된 그의 저서 ‘동물법 이야기’는 ‘동물법’이라는 단어를 정착시키는데 기여했다. 당시 거의 유일한 이 분야의 전문 저서로 인정받았다. 지금은 절판인 이 책은 중고 서점에서 당시 정가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팔리고 있을 정도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세계 각국에서 동물법 분야는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미국에선 동물법 강좌가 로스쿨에서 개설되고 이미 하나의 과목으로 인정받고 있다. 병원과의 분쟁의 경우 일본에는 ‘수의료 과오소송’이라는 분야가 따로 있을 정도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아직 먼 이야기다. 관련 연구가 부족한 데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동물은 법적으로 ‘물건’이다. 또한 동물이 다쳐 손해배상 소송을 내 승소하더라도 그 동물의 가격 정도로밖에 손해배상 금액을 받지 못한다. 

“동물 관련 분쟁 상담은 많이 받지만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적어 1년에 10건 정도 하는 것 같아요. 요즘에는 동물 병원과 갈등으로 억울한 마음에 소송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예상치 못하게 치료를 받으러 갔던 동물이 다치거나 아니면 목숨을 잃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런 이유로 동물병원과 소송을 하게 되면 동물의 주인인 보호자 쪽에서 병원 측이 잘못했음을 입증해야 하지만, 이는 매우 힘들다. 수의사가 아닌 의사들은 진료기록을 환자에게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동물을 다루는 수의사들은 진료기록 등에 관한 의무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김 변호사는 진단했다.

“수의사법이 개정돼야 합니다. 동물도 하나의 생명이기에 이들을 다루는 수의사들도 사람의 병을 고치는 의사들처럼 의료기록 등 관련 의무를 지도록 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무조건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진료기록을 확보하지 못해도 수의사 측에서 설명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등의 다른 잘못을 지적할 수는 있다. 하지만 법정에선 결국 조정으로 넘어가 어느 정도의 손해배상 금액을 받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동물법 이야기를 쓴 김동훈 변호사(법률사무소 로베리). /사진=송민경

이밖에 동물 교통사고 분쟁도 잦다. 주로 보험 회사에서 해결하게 되는데 누가 얼마나 잘못했는지 등을 따지는데 명확한 기준을 정립하는 것이 힘들어 갈등으로 발전하기가 쉽다고 했다.

“층간 소음도 관련 분쟁으로 자주 상담이 들어옵니다. 사실상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동물을 키우지 못하게 하기 위해 '사육 금지 가처분(임시처분)'을 신청했는데 인정받지 못한 사례도 있고요. 아파트라면 관리 규약에서 동물을 키우거나 키우지 못하게 하는 조항이 있는지, 관련 절차를 따랐는지 등을 문제 삼을 수 있을 겁니다.”

이러한 갈등 사례들 외에 그는 ‘동물 판매 금지’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는 1년에 ‘유기 동물’, 즉 버려지는 동물들이 우리나라에 10만마리 정도 된다고 했다. 유기 동물을 키우는 것이 보편화되면 자연스럽게 펫샵 등에서 이뤄지는 동물에 대한 가혹 행위 등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펫샵 등에서 판매하는 개들은 강아지 공장이라고 해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임신 출산만 하는 개들이 따로 있습니다. 태어난 강아지는 바로 분리시켜 경매장에 보내요. 작은 동물일수록 비싼 값에 팔려서 그렇죠.”

이것이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유기 동물을 관리하는 동물보호소가 많이 생기는 등 관련 제도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 독일에선 이런 제도가 잘 발전돼 ‘동물의 집’에서 동물을 데려다 키우고, 동물을 판매용으로 전시해 판매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고 그는 전했다.

“독일 민법에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규정이 있죠. 우리나라도 법에서 동물을 계속 물건으로 취급하면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이 있습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동물 보호를 강조하는 입법이 필요합니다.”

◇김동훈 변호사(법률사무소 로베리) 프로필
△서울 (1982년) △양재고 △고려대 재료공학부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박사 수료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 △현 국회입법지원위원 △전 특허청 심사관(2015~2018) △전 서울특별시 사육포기동물 인수보호정책 자문위원(2014) △동물법 이야기(2013), 부정경쟁방지법 사례연구(2016) 등 저서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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