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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호의 재판필담]항소심서 사라진 이명희의 '사회봉사 명령 160시간'…왜?

[the L]양형은 판사 재량…"항소심, 원심파기하고 양형 새로 정해"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위계공무집행방해 관련 항소심 선거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만70세 고령이고, 이 사건 이전에 아무런 범행 전력 없는 초범인 점, 장녀와 함께 수사 및 재판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남편마저 사망하는 아픔도 겪었으며, 사회적 비난과 낙인을 인식하며 살아갈 처지에 놓여있는 점을 모두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새로운 삶을 살아갈 기회를 부여함이 타당하다. 징역형 집행유예하고 별도로 사회봉사를 명하지 않기로 했다."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70)에게 항소심이 사회봉사 명령을 취소했다. 징역형 집행유예 양형은 그대로인데, 사회봉사 명령만 빠진 셈이다. 그래서 그 이유를 살펴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이일염 부장판사)는 14일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이사장에게 1심과 같이 징역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다만 16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은 취소했다. 

사회봉사명령은 유죄가 인정된 범죄자 중에서 죄질이 가볍거나 집행유예·가석방 등으로 풀려나는 범죄인에 대해 판사 재량으로 내려진다. 처벌·교화 등의 효과를 위해 일정한 기간 돈을 받지 않고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형벌의 일종이다. 

교도소에 구금하는 대신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서 사회에 유익한 봉사를 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사람은 보호관찰관의 지시에 따라 장애인 및 노인시설, 농촌지원, 재난복구 등의 봉사활동을 하게 된다.

소위 '갑질 파문'으로 국민적 공분을 산 이 전 이사장이 봉사활동 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통쾌함을 느끼는 시민들도 있겠지만, 엄연히 형사재판에서 형량을 정하는 일(양형)은 판사의 재량이다. 

법관은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하는데, 같은 유형인 사건에서도 판사의 성향에 따라 양형 편차가 심할 수 있다. 이는 이 전 이사장 항소심처럼 동일한 사건에도 적용될 수 있다. 다만 징역형 집행유예는 형량이 그대로인데 사회봉사 명령만 취소됐다는 점에서 일각에선 '봐주기 아니냐'라는 지적이 나온다.

형사소송법 62조 2항에 따르면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경우에는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명하거나 사회봉사 또는 수강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판사가 집행유예를 선고할때 재량으로 사회봉사, 보호관찰, 수강명령 등을 내릴 수 있는데 항소심에서 1심의 집행유예 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회봉사만 제외한 것은 드문 사례라는 지적이다.

다만 이날 항소심 재판에서 '원심 파기'가 됐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이 양형부당으로, 검찰에서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이유로 항소했다"면서 "공소장 변경이 이뤄져 나머지 모든 공소사실이 형법 제37조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을 선고해야하므로 원심 파기한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원심이 파기된 만큼 이번 선고를 원심과 다른 별개 사건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판사출신 변호사는 "1심 양형에서 사회봉사명령만 취소하는 정도의 양형이 자주 있는 경우는 아니다"면서도 "다만 완전히 1심과 똑같은 구도에서 양형만 판단하는 구도가 아니다. 원심파기를 했다는 점에서 항소심이 자신들의 양형을 새로 정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형법 전문 신민영 변호사(법무법인 예현)는 "원심파기라고 하더라도 사회봉사 명령만 취소한 것은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라며 "다만 양형은 판사의 재량이라는 점에서 비판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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