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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집 나온 뒤 아내가 유일한 재산인 집을 장모한테 넘겨버렸네요

[the L][조혜정의 가정상담소]

편집자주외부 기고는 머니투데이 'the L'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작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이지혜 디자인기자 /

집 나온 뒤 아내가 유일한 재산인 집을 장모한테 넘겨버렸네요. 전 아무 것도 못 받게 되나요?


Q) 두 달 전 아내와 크게 싸우고 집을 나와 지금까지 혼자 지내고 있습니다. 재작년에도 석 달 정도 밖에서 지내다가 아이들이 걱정돼 결국 다시 들어갔었습니다. 이번에도 아이들을 생각하면 들어가야 하는데 하면서도 아내와 같이 사는 게 너무 힘들어 도저히 들어갈 엄두가 안 나네요.

그러다 얼마 전 친구가 집이 온전한지 확인해보라고 해서 오늘 집 등기부를 떼보니 아내 명의였던 집이 난데없이 장모 명의로 바뀌어있네요. 제가 집을 나온 며칠 후 아내가 장모에게 집을 매매했다는데요. 아내가 아이들 둘과 같이 살고 있는 집을 갑자기 팔 리도 없고, 칠순인 장모가 집 살 돈이 있을 리도 없으니, 이건 분명 아내가 저한테 집을 안 뺏기려고 수를 쓴 거예요. 원래 아내는 돈 욕심이 많았고, 늘 집은 자기 거니 저한테 빈 몸으로 나가라고 했거든요.

결혼 초부터 아내는 제가 돈을 못 벌어다준다고 불만이 많았습니다. 저 나름대로는 성실하게 직장 다니고 자영업 해서 버는 돈 다 주었는데 아내는 늘 돈 못 번다고 저를 무시했습니다. 능력없는 남편 만나서 고생하는 건 사실이라 아내가 뭐라고 해도 웬만한 건 참고 살았습니다. 아내는 아이들이 좀 큰 후부터는 도배일을 배워서 직접 돈을 벌기 시작했는데 그게 벌이가 상당히 괜찮은 것 같더라고요. 일체 저한테 얘기를 안 했기 때문에 아내의 수입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만, 제가 갖다주는 돈은 생활비로 쓰고 자기가 버는 돈은 저축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몇 년 그렇게 돈을 모으더니 3년 전쯤 아내는 제 명의로 되어 있던 작은 빌라를 팔고 자기가 갖고 있던 돈을 보태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자기 명의로 샀습니다. 집을 정하고 돈 마련하는 것 일체를 아내가 혼자 알아서 하고 저한테는 별 의논이 없었습니다. 저도 집 살 때 자금을 도와준 게 없어서 아내가 자기 명의로 하는 데 다른 말을 못했고요. 집을 사고난 후 아내의 구박이 부쩍 더 심해졌습니다. 걸핏 하면 ‘능력 없다, 해준 게 뭐냐’고 아이들 앞에서도 대놓고 저를 무시하더라고요. 참다 못해 대꾸를 하면 아이들이 있건 없건 가리지 않고 저한테 삿대질을 하면서 ‘당장 이혼이야. 내 집에서 나가’라고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골백번이라도 이혼하고 싶었지만 아이들 때문에 지금까지 꾹 참고 버텼습니다. 아내가 돈 벌기 시작한 후부터 살림은 뒷전이라 저라도 아이들을 돌봐야 했거든요. 아내는 아이들이 밥을 먹는지 마는지 관심도 없고 한 마디 말도 없이 밤늦게 들어오기 일쑤입니다. 그러니 제가 아이들 밥 먹이고 학교준비물과 숙제를 챙겨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집에서 나와버리면 아이들이 엉망될 게 뻔하니까 힘들어도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아내의 낌새가 이상하더라고요. 밤 12시 넘어 들어오는 일이 잦고 주말에도 일한다고 늘 나가는데 전과 달리 모양을 내고 나가더라고요. 왠지 느낌이 이상해서 따져 물었더니 아내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서 나가라고 하더니 제가 때리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경찰을 부르더라고요. 순간 더 이상 이렇게는 못 살겠다 싶어 집을 나온 것이 여기까지 와버렸네요. 지금까지는 그래도 아이들 때문에 다시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아내가 집을 장모에게 넘긴 걸 보고 나니 이런 사람하고는 더 이상 못 살 것 같습니다.

저희 부부가 12년 같이 살면서 장만한 유일한 재산이 아내 명의의 집인데 그 집이 장모에게 넘어갔으니 저는 도대체 어떻게 재산을 받아야 하는 건가요? 그 집 살 때 직접 보탠 건 없지만 제 명의였던 작은 빌라를 판 자금이 집 살 때 들어갔고 결혼생활 내내 제가 버는 건 거의 다 갖다줬거든요. 저도 맨 몸으로 나와서 살기가 힘들고 제가 하는 일도 미래가 불안하니 어떻게든 재산분할을 받고 싶습니다. 




A) 집 등기부 보고 많이 놀라셨겠어요. 하지만,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아내 분 명의 집이 장모한테 매매된 것이 진짜 매매인 것 같지는 않으니까요. 아내분이 선생님에게 재산분할 안 해주려고 가짜로 명의만 장모로 바꾼 거겠지요. 선생님 말씀대로 칠순인 장모가 갑자기 뭣 때문에 딸 집을 사겠어요? 누가 봐도 뻔한데 선생님 아내분은 도대체 왜 이리 어리석은 행동을 한 건지 안타깝네요.

그런데 이런 어리석은 시도를 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요. 이혼을 할 것 같은 상황이 되면 자기 재산을 감춰서 한 푼이라도 덜 주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게 인지상정인가 봅니다. 이혼상담하다 보면 단골질문 중 하나가 ‘지금이라도 재산명의를 부모형제한테 돌리면 분할 안 해줘도 되느냐’이거든요. 한 마디로 선생님이 지금 겪고 계신 상황은 이혼하면서 발생하는 전형적인 사건 중 하나이거든요. 따라서 가정법원은 이런 문제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이런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두고 있으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일단 아내분이 주관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느냐와 관계없이 선생님한테는 결혼생활 기간 중 마련된 재산에 대한 재산분할청구권이 있습니다. 결혼생활기간 중 선생님도 열심히 일해서 생활비를 벌고 아이들도 돌보셨잖아요. 지금 집도 선생님 명의 빌라를 팔아서 자금의 일부를 마련한 것이고요. 선생님도 아내 명의의 집을 마련하고 유지하는 데 기여했으니 당연히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아내분이 선생님에게 재산을 안 주려고 장모한테 명의를 넘겨버렸으니 일단 집 명의를 다시 아내로 돌려놔야 되는 건데, 이렇게 할 수 있는 권리가 법에 규정되어 있답니다. 바로 사해(詐害)행위취소권입니다. 사해행위는 채무자가 채무를 갚지 않으려고 제3자와 짜고 자기 재산을 제3자에게 넘겨버리는 행위를 말합니다. 사해행위가 있게 되면 채무자의 재산을 믿고 돈을 빌려준 채권자가 돈을 못 받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법은 채권자에게 채무자의 사해행위를 취소할 수 있는 권리인 ‘사해행위취소권’을 보장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해행위가 가장 자주 발생하는 상황 중 하나가 부부의 이혼이예요. 미워서 이혼하는 마당에 재산까지 주려니 너무 억울해서 자꾸 재산을 빼돌리려 하거든요. 그래서, 우리 법은 이혼소송과 사해행위취소소송을 가정법원에서 같이 묶어서 진행할 수 있도록 해놨습니다. 그러니까 선생님은 아내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하면서 아내가 장모에게 집 명의를 넘긴 행위를 취소해달라는 사해행위취소소송을 같이 하면 됩니다. 소송접수와 동시 혹은 그 전에 장모 명의로 넘어간 집을 못 팔게 처분금지가처분도 같이 해두시고요.

보통 부동산 명의를 가족에게 돌리는 사해행위취소소송이 들어오면 법원은 진실한 거래라고 주장하는 쪽에 그런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를 제출하라고 합니다. 그러면 당사자들은 결혼 초기에 부모가 집마련 자금을 지원해주었다는 둥, 생활비를 지원해주었다는 둥 하는 주장을 하면서 이런저런 자료를 제출하지만 진정한 거래라고 인정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최종적으로 가족에게 부동산 명의를 돌린 행위는 취소되고 결국 등기비용만 날린 셈이 되곤 하지요. 아마 선생님 아내의 경우도 별로 다르지 않을 거예요. 

재산이야 소송하면 받을테니 걱정거리는 아닌데, 아이들이 걱정되네요. 돈에만 꽂혀있는 엄마와 살아야 하는 아이들은 얼마나 힘들까요? 선생님도 현재의 상황이 힘드시겠지만 아이들이 가능한 상처 덜 받을 수 있게 아이들한테 마음 많이 써주세요. 



[20년간 가사소송 등을 수행하면서 우리 사회의 가족이 급격하게 해체되어가고 있음을 현장에서 실감했습니다. 가족해체가 너무 급작스러운 탓에 삶의 위안과 기쁨이 되어야 할 가족이 반대로 고통을 주는 존재가 되어버린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지난 20년간 깨달은 법률적인 지식과 삶의 지혜를 ‘가정상담소’를 통해서 나누려합니다. 가족 때문에 고통받는 분들에게 위로가 되고 해결책을 찾는 단초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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