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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찬희 변협 협회장 "혼돈의 시대…편가르기 아닌 옳은 것에 목소리 내겠다"

[신년 인터뷰] "새해엔 우리 사회가 갈등과 반목 벗어나야"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 사진=강민석 인턴기자 msphoto94@

재야 법조계를 대표하는 이찬희(55) 대한변호사협회장은 머니투데이 더엘(theL)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새해엔 우리 사회가 갈등과 반목을 벗어나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정권교체가 이뤄진 2017년 이후, 정부의 개혁추진 과정에서 검경수사권과 공수처·선거법 등 법조 관련 이슈가 유난히 많았다. 법조인 3만 여명 중 약 2만6000명이 변호사란 점에서 대한변호사협회는 검찰·사법개혁과 무관할 수 없는 입장이다.

그는 "개혁의 시대를 기대했으나 아직 혼돈의 시대"라며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편이냐 아니냐의 시대가 됐다"고 현재까지의 법조개혁 과정을 평가했다. 아울러 "입맛에 안 맞으면 적이 되는 시대가 돼 목소리 내기가 어려워졌다"면서도 "변협 내부적으로 과거와 달리 옳은 것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든 뒤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변협은 법원과 검찰 그리고 경찰과의 관계에서 주요 유관기관으로 인정된다. 따라서 이들 기관에 대한 개혁관련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고 직간접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 협회장은 "변협이 경찰·검찰·법원과의 관계에서 위상을 인정받고 이 기관들의 개혁과정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는 "검경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변호사의 참여권을 보장받았고 기일 협의나 동석 메모, 자기 변호 노트 등 피의자 인권차원에서의 변호사 변론권 확대를 얻어낸 게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그간 변협이 자체적으로 해오던 법관평가를 법원에서 인사평가 등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한 것도 성과다.

수십 년간 60대 이상 전관출신 원로가 맡았던 변협 협회장에 지난해 2월 취임한 그는 1965년 이후 가장 젊은 협회장이다. 변호사 업계의 변화와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인물로 평가되는 이 협회장은 임기 2년차를 맞아 변협 내부 개혁에 더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이 협회장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스타일로 변호사업계 내부는 물론이고 유관기관인 법원·검찰과의 스킨십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서로 만나서 소통해야 한다"는 게 평소 그의 지론이다.

올해 변협의 주요 사업으로는 직역수호와 확대, 변협 개혁위원회 활동을 통한 내부 개혁을 꼽았다.

아래는 일문일답.

-2019년 법조계는 유난히 새롭고 놀라운 일들이 많았는데 법조의 한 축을 담당하는 수장 입장에서 어떻게 보셨나요

▶새 정부가 들어서고 개혁 성과가 지체되면서 혼돈의 시대가 됐습니다.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등 법조와 관련된 사안이 많았는데 격렬한 찬반으로 의견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갈등과 반목을 벗어나야 합니다. 법조계가 갈등의 한 축이 됐습니다. 유래없는 사회적 갈등 속에 법원 내부 갈등도 불거졌고, 법조 3륜이 견제와 균형을 이뤄야 이상적인데 어느 한쪽이 무너지면 제대로 설 수 없습니다. 이럴 때 변협이 중심을 잡아야 하는데 변호사업계도 자기이해에 따라 행동하는 일부 구성원들 문제로 내부 정비가 필요합니다. 

내부 개혁작업을 위해 개혁위원회를 출범시켜 변협의 제반 문제를 점검하고 바꿔나가려 합니다.

-2020년 법률시장에서 변호사 사회의 변화는 어떤 게 예상되나요

▶지난 달 3만번째 변호사가 등록됐습니다. 1906년 제1호 변호사를 시작으로 100년이 지난 2006년 1만번째, 8년 뒤인 지난 2014년엔 2만번째 변호사가 나왔다. 그뒤 1만명이 늘어나는 데엔 겨우 5년밖에 안 걸렸습니다.

변호사 수가 적었던 소수 엘리트 시절에 법률수요 충족을 위해 유사직역을 만들어냈던 게 현재의 직역갈등으로 이어졌습니다. 5년만에 1만명씩 변호사가 늘어나는 현 상황이라면 국민들도 변호사에 의해 모든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원래 변호사가 할 수 있는 고유 법무영역에 제대로 진출하고 지금과 다른 전문화된 고급 서비스를 해야 합니다. 기업의 준법지원인이나 공기관의 법무담당관제 확대도 수반돼야 합니다. 법률서비스 소비자가 자기 인생에 중요한 법률 문제를 당연히 변호사에게 맡기도록 해야 합니다.

-지난 1년 협회장 임기동안 변협의 성과는 어떤 게 있나요

▶변호사들의 올림픽인 세계변호사협회(International Bar Association, IBA) 서울총회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전세계 변호사들이 모이는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뤄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했습니다. 중국 주도로 지난 달 발족된 ‘일대일로 국제변호사협회(Belt and Road International Lawyers Association, BRILA)'에도 변협이 참여해 우리 변호사들의 세계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만든 것도 내세울 만 합니다. 청년 변호사들이 해외진출에 나설 수 있는 기회가 더 생길 수 있습니다. 해외에 가 보면 한국 변호사들이 가장 우수하고 잠재력이 있습니다. 싱가포르 등에 일부 나가 있지만 해외에서 일할 수 있는 영어능력 등을 갖춘 변호사들은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겠습니다.

IBA 총회에선 경제적으로는 물론이고 법률적으로도 한국이 선진국 반열이란 점을 알릴 수 있었습니다. 각국에서 한국 청년 변호사들과 교류하는 프로그램을 같이 하자는 제안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교류를 원하는 외국 변호사단체가 늘어나 한때 변협이 주한 외교관들의 단골 방문처가 됐습니다. 북한 변호사들을 초청하려했는데 성사되지 않은 점은 아쉽습니다. 북한 조선변호사협회에 500명 정도가 있고 로펌도 두 군데가 있어 계속 접촉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법원에 대해선 변론권 확대 외에도 '하급심 판결문 전면 공개', '형사사건 전자소송화'도 지속적으로 요구해 성과를 냈습니다. 유관기관들과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가장 좋고 의미 있습니다. 법원·검찰과 갈등관계에 있던 이전 집행부들에 비해 소통에 주력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서울변호사회장 시절부터 확보된 소통채널이 있어 가능한 게 많았습니다. 

변협 내부 변화로는 사무시스템을 전산화해 며칠 걸리던 변호사 등록업무를 당일 가능하게 한 점을 꼽고 싶습니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 사진=강민석 인턴기자 msphoto94@

-올해는 어떤 사업에 주력하나요

▶직역수호 및 확대에 가장 힘을 쏟고 있습니다. 유사직역이 많아 전선이 너무 넓습니다. 변호사들이 직역수호를 해야 할 상황입니다. 20대 국회가 끝나가면서 그간 논의된 법안들을 통과시키려해서 어려움이 있습니다.

직역문제는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유사직역도 숫자가 많아져서 먹고 살기 어려워졌습니다. 과거엔 서로 쳐다보지 않았던 부분까지 넘보고 있습니다. 직역 간 원칙을 세우고 지켜야 합니다. 변호사들은 원래 모든 법률사무를 할 수 있습니다. 법에 의해 할 수 있는 걸 하겠다는 것인데 유사직역들은 원래 못 하게 돼 있던 걸 하게 해 달라고 하고 있습니다. 유사직역에서 원하는 것은 '특혜입법'입니다.

직역 확대는 원론적으로 국회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그런데 20대 국회에선 실망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았습니다. 법무사법 개정안은 최초 안에서 법무사에게 각종 대리권을 요구하다 변협의 반대로 개인파산·회생사건 '신청 대리'만 법안에 남아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법무부와 대법원에선 이미 동의한 바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법사위 소위원회에서 정작 양 당사자인 변협이나 법무사회 입장을 듣지 않고 통과시켜 논란이 있었습니다. 직역문제가 걸린 쟁점이 큰 이런 법안은 마땅히 양 당사자를 직접 불러 의견을 청취하거나 최소한 서면으로라도 입장확인을 했었어야 합니다. 법사위가 그런 절차도 없이 통과시킨 점은 매우 유감입니다.

세무사법은 원래 변호사들에게 기장대리 등 일부 세무업무를 못하게 제한한 게 사실상 '위헌'이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헌법재판소에서 이미 결론 낸 문제입니다. 헌재 결정에 따른 법률안 개정 시한이 지난해였는데 1년간 법무부와 기획재정부가 정부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기재부 출신 국회의원 한 명이 자신의 안을 기재위에서 통과시켜버렸습니다. 20대 국회의 입법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대법원 판결로 현재 금지된 형사사건 성공보수는 입법 혹은 판례 변경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장기적으론 유사직역보다는 우수한 역량을 갖춘 변호사들에게 고급 법률서비스를 받는 게 국민들에게도 이롭다는 점을 알리겠습니다.

-변협 개혁위원회에선 어떤 일을 하게 되나 논란의 중심인 대의원제도 손보게 되나요

▶변협도 건강해야합니다. 그런데 변협은 변화에 빠르지 못한 조직입니다. 개선책이 필요한 부분이 많습니다.

법원·검찰개혁의 목소리가 높았고 개혁위원회가 여럿 출범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변호사사회는 그런 개혁작업을 남의 일로만 여겼습니다. 외부 유관기관들에 대해서만 개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순 없습니다. 변협 내부적으로 개혁해야 외부와의 일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회원 2만6000여 변호사들의 목소리가 고루 수렴돼야 합니다. 

개혁위원회에선 대의원제를 포함해 변호사와 관련된 법령, 회칙 등을 개선하기로 했습니다. 불합리한 법령과 상황에 맞지 않는 회칙 등을 개정해 소수가 과잉대표되는 문제 등도 개혁위에서 논의될 것입니다. 전관예우나 직역수호 등 당면 과제들도 개혁위에서 논의됩니다. 변협 틀이 바뀌어야 그런 오래된 난제들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냉정하고 객관적인 외부 질책도 필요해서 변협 임원은 배제한 개혁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변호사사회의 여론은 온라인커뮤니티에서 조작된 거짓선동에 좌우되는 게 아니어야 합니다. 

변호사들은 정의에 반하는 것에 끌려가지 않습니다. 옳은 것이 무언인지에 관해 가장 민감한 집단입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한 마디가 있으시다면

▶변호사회 내부 문제를 정비해 역량을 키워서 우리 사회 갈등 국면에서 국민 신뢰를 얻도록 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드립니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 사진=강민석 인턴기자 msphoto94@






◇약력 △충남 천안(1965년) △용문고 △연세대 법학과 △연세대 법무대학원 졸업(법학 박사) △제40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수료(제30기) △서울지방변호사회 재무이사 △대한변호사협회 재무이사·사무총장 △제94대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제50대 현 대한변호사협회장(20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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