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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5년간 생활비 안 주고 말도 안하는 남편과 한 집에 삽니다

[the L][조혜정의 가정상담소]

편집자주외부 기고는 머니투데이 'the L'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작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이지혜 디자인기자

Q) 현재의 상황이 너무 답답해서 상의 드리고 싶어요. 남편과 저는 한 집에 살면서 5년간 말을 안 하고 살고 있습니다. 저를 더 힘들게 하는 건 남편이 엄연히 직장에 다니는데도 저한테 생활비를 전혀 안 준다는 거에요. 10살, 8살짜리 아이가 둘이나 있는데도 그래요. 아이들 둘 키우려면 학비, 학원비, 식비, 도우미 아줌마 비용까지 생활비가 정말 많이 듭니다. 남편은 한 집에 사니 이런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5년째 모른 채 하고 생활비는 제가 다 내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아이들 아빠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정말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생활비를 달라고 하면 5년 전 부부싸움하다가 남편이 저를 때리고 목을 졸랐던 사건이 다시 일어날까봐 무서워서 생활비 얘기를 꺼내지 못하고 5년이 흘러가 버렸습니다.

저와 남편이 원래 이렇게 사이가 나빴던 건 아니었어요. 캠퍼스 커플로 만나 오랫동안 연애하고 결혼해서 결혼 초기 몇 년은 사이좋게 잘 지냈는데, 남편이 직장에서 갑자기 퇴사를 당한 후부터 부부 사이가 삐걱대기 시작했어요. 그 후 남편은 다시 취직을 했지만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했어요. 반대로 저는 회사에서 인정받으면서 승진을 거듭하니까 남편이 의기소침해지면서 저와 얘기를 안 하게 되더라고요. 처음에는 안타까워서 남편에게 이것 저것 조언을 했는데 남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 같아 저도 서서히 말을 안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5년 전 사소한 일로 부부싸움을 했는데 갑자기 남편이 폭발해서 집안 물건을 부수고 저를 때리고 목을 졸랐습니다. 그 광경을 아이들이 다 보았고요. 그 때부터 저와 남편은 말을 안 하고 남편은 생활비를 끊었습니다.

그 때부터 저와 남편은 상대방을 마치 존재하지 않는 유령인 양 취급하고 서로 피해다니면서 한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제가 집에 들어가면 남편은 거실에서 아이들과 티비를 보고 있다가 자기 방으로 들어 가버려요. 빨래는 알아서 하고 식사는 대체로 밖에서 해결하거나 저 안 보는 곳에서 혼자 먹곤 합니다. 물론 지난 5년간 같이 밥 먹은 적도 없고요. 주말에는 둘 중 한 쪽이 집에 있으면 다른 쪽이 밖에 나갑니다.

저도 이렇게 사는 게 너무 힘듭니다. 남편이 집에 들어오는 문소리만 들어도 소름이 쫙 끼치고 1년쯤 전부터는 갑자기 심장이 조여오면서 숨이 안 쉬어지는 증세가 나타났어요. 제 월급만 가지고 두 아이 교육비와 생활비, 아줌마 비용이 감당이 안되니까 마이너스 통장을 쓰기 시작한 것이 마이너스가 5000만원 가까이 되고요. 그러면서도 이렇게 계속 살고 있는 건 제가 어린 시절에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힘들었기 때문에 저는 절대로 이혼하지 않는다고 굳게 결심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저도 더 이상 못 버티겠어요.

만약 제가 이혼을 결정할 경우 5년간 생활비를 안 준 남편에게도 재산을 절반 줘야 하나요? 저희 부부의 재산은 제 명의로 작은 아파트가 하나 있는데 담보대출을 제외하면 4억원 정도 됩니다. 이 아파트를 정리해서 반씩 나누면 2억원인데 여기서 마이너스 통장 5000만원을 빼면 1억5000만원 밖에 안 남아요. 이걸 가지고 두 아이와 어떻게 살아야할지 너무 막막하네요. 그렇다고 지금처럼 계속 살다가는 제가 숨막혀 죽을 것 같아요. 도대체 제가 어떻게 하는 게 맞는 건가요?

이지혜 디자인기자



A) 혼자서 생계와 두 아이 키우는 짐을 다 떠안고 사시려면 얼마나 힘드실까요? 저한테 상담오시는 여자분들 중에서 가장 지친 분들이 바로 선생님 같은 분들이거든요. 다들 자존심과 책임감이 강한 분들이라 남들한테는 절대 말 안 하고 지쳐 쓰러질 때까지 혼자 감당하다가 쓰러지기 직전이 되어서야 해결책을 찾아오시더라고요.

선생님처럼 배우자와 한 집에 살지만 감정적인 교류는 거의 완전히 끊긴 분들을 저는 ‘감정적 이혼’상태에 있다고 부릅니다. 감정적 이혼상태에서는 이혼해야 되나 말아야 하는 마음의 갈등과 배우자에 대한 분노, 원망이 항상 존재하지요. 한 시도 마음 편할 때가 없고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엄청나서 이런 상태가 오래되면 대체로 우울증과 불안, 공황장애 등 뭔가 정신의 균형이 무너지는 징후가 발생합니다. 심장이 조여오면서 숨이 안 쉬어진다는 선생님의 증세도 아마 이런 상태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일 거예요.

5년간 이런 상황에서 버텨오셨다면 보나마나 선생님의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일 터이니 더 이상 이런 상황을 계속 유지하시긴 무리입니다. 생활비가 모자라서 빚을 5000만원이나 졌다면 재정적으로도 이미 빨간 불이 들어왔네요. 어떤 식으로든 결단을 내리고 상황을 정리하셔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생각해서 버틴다는 건 올바른 답이 아니라고 봅니다. 사이 나쁜 부모들과 같이 사는 아이들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두 분이 아무리 노력해서 아이들 앞에서 티를 안 내려고 해도 집안 분위기가 계속 냉랭하고 긴장감이 흐를테니 이런 분위기에서 계속 살아야 하는 아이들도 너무 힘들 거예요. 오랜 시간 지속되면 아이들에게도 심리적, 정신적 위기가 나타날 수 있어요. 성인이 된 아들 딸과 같이 이혼상담 온 엄마들이 ‘너희들 때문에 이혼 안 하고 버텼다’고 하면 아들 딸들이 고마워하기는커녕 ‘왜 이혼을 안 해서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었냐’고 원망하는 경우도 가끔 보거든요. 선생님 남편이 말은 안 하더라도 생활비라도 준다면 참고 살아보시라고 하겠지만 5년간이나 생활비를 안 준다면 재고의 여지가 없다고 봐야겠죠.

상황을 정리하는 첫 단계로 남편과 대화를 시도해보세요. 남편이 말을 안 하고 생활비를 안 주는 이유를 물어보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얘기를 해야죠. 그동안의 감정이 쌓여서 대화가 안되고 싸움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마지막으로 남편과 화해가 가능한지를 점검해보는 건 필요합니다. 남편도 선생님이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어주기를 바라고 있을지 모르니까요.

만약, 선생님이 대화를 청했는데 남편이 묵살하거나 대화거부 혹은 대화 도중 싸움이 일어난다면 더 이상 화해의 여지는 없다고 봐야겠죠. 그렇다면 더 이상 이런 상황을 지속하지 마시고 정리를 하셔야 합니다. 만약,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에 이혼이 정말 꺼려진다면 최소한 별거라도 하시길 권합니다. 별거하게 되면 남편을 안 봐도 되니까 남편에 대한 분노와 원망은 많이 줄어들고 숨쉴만하게 되거든요.

이혼을 하게 될 경우 지난 5년간 남편이 지급하지 않은 아이들의 과거 양육비를 한꺼번에 청구할 수 있다는 걸 알아두세요. 요즘 양육비가 대개 1인당 50만원은 되니까 두 아이 한 달 양육비를 월 100만원으로 잡으면 지난 5년간의 과거양육비는 최소 6000만원 정도는 될 거에요. 그리고, 선생님의 마이너스 통장 대출 5000만원은 생활비에 쓴 돈이기 때문에 이혼 재산분할 할 때 남편에게도 그 채무를 분담하라고 요구하거나, 그동안 선생님의 부담한 생활비를 고려해서 선생님의 재산분할 기여도를 1/2보다 높여서 정하도록 할 거예요. 이 두 가지를 고려하면 보통의 기준인 1/2 분할보다는 상당히 많은 금액을 재산분할로 받을 수 있고, 남편에게 양육비 청구도 할 수 있어요.

물론 그렇다고 해도 선생님 혼자서 두 아이를 키우기에 충분한 금액은 못 되니 경제적으로는 여전히 만만치 않으실 거에요. 그래도 어차피 생활비 못 받는데 감정적 이혼상태에서 엄청난 스트레스에 짓눌려 사는 현재 상태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자신의 문제를 직시하고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시길.

[20년간 가사소송 등을 수행하면서 우리 사회의 가족이 급격하게 해체되어가고 있음을 현장에서 실감했습니다. 가족해체가 너무 급작스러운 탓에 삶의 위안과 기쁨이 되어야 할 가족이 반대로 고통을 주는 존재가 되어버린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지난 20년간 깨달은 법률적인 지식과 삶의 지혜를 ‘가정상담소’를 통해서 나누려합니다. 가족 때문에 고통받는 분들에게 위로가 되고 해결책을 찾는 단초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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