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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미래사회와 세금 '로봇세'

[the L]화우의 조세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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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20 개막일인 7일(현지시간)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삼성전자 모델이 지능형 컴퍼니언 로봇(Companion Robot) '볼리'(Ballie)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사진은 본 칼럼내용과 무관)



미래사회와 관련하여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는 AI다. 우선 개인의 문제로 AI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고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것이다. 기업의 문제로는, AI를 만드는 기업이나 잘 활용하는 기업만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고 인간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인지에 관한 전망은 엇갈린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같은 우려가 있었지만 새로울 기술의 출현으로 없어진 일자리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었고, 현재 AI의 출현으로 인한 우려 역시 같은 방식으로 해소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있다. 

반면 AI의 출현은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현상으로 AI는 완벽하게 인간을 대체할 수 있으며, 특히 AI가 모든 면에서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특이점’에 다다르면 인간의 대다수는 일자리를 잃고 실업자, 그리고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비관론이 있다. 

현재로서는 어떤 예상이 맞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사회 곳곳에서 AI가 일자리를 두고 인간과 경쟁하면서 인간을 밀어내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미국의 로펌에서 종전 방식에 따르면 10명의 변호사가 해야 하는 업무를 2명의 변호사가 AI를 활용하여 처리하는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AI가 변호사 8명의 일자리를 빼앗은 셈이다. 우리나라도 일부 로펌에서 이미 AI를 활용하고 있고, AI의 활용도는 점점 늘어날 것은 분명하다. 

이처럼 AI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고 일자리를 빼앗는 현상은 미래사회의 세금 문제, 특히 이른바 ‘로봇세’ 도입 논쟁과 직결된다. 

로봇세의 필요성은 우선 국가의 세수 확보 차원에서 찾을 수 있다. 개인이 AI에 밀려 일자리를 잃게 되면 그만큼 개인의 소득이 줄어들고 개인의 소득에 부과되는 소득세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인간들 사이의 일자리 경쟁은 국가 세수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그 일자리를 차지하든 동일하게 소득세가 부과되는 까닭이다. 그러나 AI가 인간을 밀어내고 일자리를 차지한다면 국가로서는 당장 세수가 줄어든다. 

현행 세법상으로는 AI의 소득(?)에 대해서 과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AI에 밀려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실업자가 된다면, 그 사람의 복지 등을 위해서 예산이 더 많이 필요하게 된다.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2018년 소득세는 약 86조 원으로 우리나라 총 세수 중 약 30%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사정까지 고려하면, 국가의 세수 일실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 국가 세수 일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AI에 대한 과세, 이른바 로봇세 과세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로봇세의 필요성은 인간과 AI 사이의 일자리 경쟁, 즉 기업의 인간 고용과 AI 사용 문제에 조세의 중립성을 유지한다는 차원에서도 찾을 수 있다. 가령 어떤 일자리에 인간 고용 비용(임금)과 AI 사용 비용(구입비, 유지비 등)이 같고, 생산성도 같으며, 인간이나 AI 또는 해당 기업에게 인간 고용 또는 AI 사용과 관련하여 아무런 세금도 부과되지 않는 경우를 가정하면, 기업의 입장에서 인간 고용과 AI 사용의 선호도가 같게 된다. 

그런데, 현행 세법과 같이 개인에게 소득세가 부과되는 경우라면 기업이 인간 고용을 선택하는 경우에 개인에게 부과되는 소득세 중 일부가 기업에 전가될 수 있다. 즉, 기업은 개인에게 소득세가 부과되지 않을 경우에 비하여 더 많은 급여를 지급해야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기업은 현행 법상 인간 고용으로 각종 사회보험, 건강보험 등을 납부해야 하는 부담까지 안게 된다. 

이러한 현행 세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른 각종 부담을 감안하면 기업은 인간 고용 보다 AI 사용을 더 선호하게 된다. 말하자면, 국가가 인간 고용에 대해서 세금 등을 부과하고, AI 사용에 대해서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AI 사용을 장려하는 결과가 된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로봇세 과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두된다. 

하지만 로봇세 도입에는 여러 난제가 존재한다. 우선 로봇세라는 개념, 내용 자체가 불분명하다. 로봇세가 부과되는 AI나 그렇지 않은 AI를 어떻게 구별할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기계, 기구, 설비 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로봇세를 부과할지, 납세의무자나 과세표준을 어떻게 정할지 등 풀어야 할 쟁점이 많다. 또한, 로봇세 도입은 AI에 관한 기술의 발전과 혁신을 가로 막는 불필요한 규제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상당수의 과학자들은 AI가 인간을 뛰어넘는 지능, 감성을 가지는 수준을 넘어 강한 자의식(自意識)을 가지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AI가 강한 자의식을 가지게 되면, SF영화에서 보듯이 모든 면에서 인간과 별반 다르지 않으므로 ‘사회 구성원’으로 취급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AI를 납세의무자로 한 로봇세를 과세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가 아닐까?
미래사회의 모습, 미래사회의 세금에 대하여 고민과 상상이 교차한다.   

박정수 변호사

[박정수 변호사는 법무법인 화우의 파트너변호사로 주요 업무분야는 조세·관세 및 행정소송 등이다. 사법연수원 제27기 수료 후, 2001년 대전지법 판사로 시작해 인천지법, 서울북부지법을 거쳐 서울행정법원, 서울고등법원 판사를 거쳤고 2011년 대법원 조세공동연구관실에서 재판연구원으로 활동해 조세분야에서 정통한 전문 법관으로 자리잡았다. 이후 창원지법 부장판사 겸 연구법관, 부산지법 부장판사, 의정부지법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를 역임했고 현재 화우 조세쟁송팀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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