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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앞 도로에 '경영진 욕' 낙서하면, 재물손괴죄?

[친절한 판례씨]대법원 "자동차 통행에 문제 없어" 파기환송

회사 앞 도로에 '경영진 욕' 낙서하면, 재물손괴죄?

회사 소유의 도로 바닥에 페인트로 경영진을 비난하는 욕설을 낙서한다면 재물손괴죄에 해당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법원은 자동차 통행 등 '도로의 효용'에 해를 끼치지 않았다면 재물손괴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최근 특수손괴와 모욕 혐의로 기소된 공장 근로자 25명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200만~300만원의 벌금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 항소부로 돌려보냈다.

근로자들은 회사의 부당노동행위를 멈추겠다며 '공장장을 구속시키라'는 내용과 '공장장을 향한 욕설'을 공장 인근 도로에 페인트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에게 페인트칠로 도로를 손괴한 혐의, 공장장을 모욕한 혐의 두 가지를 적용했다.

근로자들은 법률이 보장한 노동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손괴 혐의에 대해 페인트칠을 했어도 도로통행에 문제가 없다며 도로손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은 손괴와 모욕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근로자들 행위로 인해 공장 내부의 미관이 훼손됐다"며 "사측에서 이를 복구하는 데 90만원의 수리비가 든 점을 종합하면 근로자들의 행위는 손괴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모욕 혐의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욕설을 칠한 근로자들에 대해서만 유죄 판단이 내려졌다. 공장장 이름과 함께 "구속", "정신차려" 등 문구를 적은 근로자들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무죄 판결에 대해 1심은 "사람마다 언어습관이 다를 수 있으므로 표현이 다소 무례하고 저속하다는 이유로 모두 모욕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2심도 손괴, 모욕 혐의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2심은 손괴 혐의와 관련해 "(페인트칠을 한 도로는) 회사에 출입·방문하는 회사 임원과 근로자들 및 거래처 관계자 등이 주요 통행로로 이용하는 도로였다"며 "도로가 쾌적한 근로환경을 유지하고 회사에 대한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도록 미적인 효용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보인다"고 했다.

이어 "근로자들은 단순 낙서를 넘어 유색 페인트와 스프레이를 이용해 상당한 크기의 글자를 게재했다"며 "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운전자 등의 주의를 분산시켜 통행과 안전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모욕 혐의에 대한 유·무죄 하급심 판단은 문제가 없지만 손괴 혐의는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페인트칠은 도로통행과 상관없지 않느냐는 근로자들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대법원은 "이 공장 도로의 주된 용도와 기능은 사람과 자동차 등이 통행하는 데 있고 미관은 그다지 중요한 작용을 하지는 않는 곳으로 보인다"며 "근로자들이 도로 바닥에 기재한 여러 문구들 때문에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들과 자동차 등이 통행하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로 바닥에 기재된 문구에는 회사 임원들의 실명과 그에 대한 모욕적인 내용 등이 여럿 포함되어 있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도로의 이용자들이 이 부분 도로를 통행할 때 그 문구로 인하여 불쾌감, 저항감을 느껴 이를 그 본래의 사용 목적대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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