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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없이 8월되면…"피고인·증인 신문만 하다 1년 다간다"

[thel][기획]'조서없는 판사생활' 가능할까 ①

대책없이 8월되면…"피고인·증인 신문만 하다 1년 다간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피신조서)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이르면 8월부터 곧바로 시행된다.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피고인이 검찰에서 했던 진술을 법정에서 뒤집을 경우 이 조서는 법정 증거로 쓸 수 없다. 그러면 검찰은 법정에서 피고인을 법정에서 다시 신문해야 한다. 형사재판이 전체적으로 장기화될 것이라고 예상되는 대목이다.

그런데 형사재판이 지금보다 얼마나 늦어질지, 판사들이 감당 가능한 수준일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현재 판사들이 법정에서 피고인 신문에 시간을 쓰는지 알 수 있는 기초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머니투데이 더엘(theL)이 '사법연감'에 나온 2018년 형사사건 처리 통계와 일선 판사들의 실무경험을 토대로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전·후 변화를 가늠해봤다.

기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부 판사로 삼았다. 전국 법원 중에서 사건 집중도가 가장 높은 부서다. 이곳 판사들은 피신조서에 의지해 매년 수백건의 재판을 처리하고 있다. 때문에 이들이 체감하는 변화도 그만큼 클 것이고, 이곳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 수천명에게 그 여파가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통계자료에 여러 가정을 더해 계산한 결과 검찰이 법정에서 피고인 1명을 30분씩 신문한다고 쳐도 1년 52주를 피고인·증인신문만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나왔다. 재판계획, 서증조사, 검찰 구형의견 진술과 변호인 최후변론, 피고인 최후진술 등 통상 절차에 드는 시간을 모두 제외한 숫자다.

실제 법정에서 검찰 신문시간은 30분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말했듯 개정 형사소송법 체제에서 피고인이 조서 내용을 번복할 경우 검사는 법정에서 피고인을 다시 신문해야 한다. 조사실에서 한 말을 법정에서 뒤집은 피고인과 검사의 입씨름이 30분 안에 끝난다는 것은 낙관적인 가정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변호인 신문 시간도 생각해야 한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변호인 신문 시간은 검찰이 쓰는 시간의 두 배, 세 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하나를 질문하면 변호인은 이를 반박하기 위해 두셋을 질문해야 하기 때문에 변호인 신문이 더 긴 것이 보통이다. 종합하면, 별다른 대책 없이 개정 형사소송법을 시행할 경우 형사단독부 재판 실무는 사실상 거의 마비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판사들은 인력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판사 인력은 국회에서 판사정원법을 개정해야 늘릴 수 있다. 판결문 작성, 기록 검토 등 법정 외 업무에도 상당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재판 시간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

최근 법원행정처는 개정 형사소송법을 오는 8월부터 바로 시행해도 문제 없다는 의견을 청와대에 제시했다. 입법 과정에서 4년 간 준비기간을 가질 수 있게 했으나 시행 가능한 시점이 다가오자 필요 없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일선 재판부에 도움이 될 만한 실질적인 대안은 아직까지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30분 신문하면 재판 마비' 결론 어떻게 얻었나


형사재판은 피고인이 출석하는 경우와 출석하지 않는 경우로 나뉜다. 피고인이 출석하는 경우는 피고인이 자백하는 경우와 자백하지 않는 경우로 다시 나눌 수 있다. 이 중에서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는 재판과 출석한 피고인이 자백하는 재판은 개정 형사소송법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책없이 8월되면…"피고인·증인 신문만 하다 1년 다간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는 재판은 법정에서 피고인 신문을 할 수 없고 자백하는 재판에서는 거의 하지 않는다. 피고인이 자백하면 증거능력 요건을 크게 완화하는 간이공판, 첫 공판에서 판결까지 선고하는 즉일선고 등 별도 제도를 통해 간단하고 신속하게 사건을 종결할 수 있다. 문제는 피고인이 법정에 나와 혐의를 부인하는 사건이다.

2018년 기준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부는 1만3893명, 합의부에서 1762명의 피고인을 처리했다. 단독부에서 즉일선고 절차를 밟은 피고인은 802명,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 궐석재판을 받은 피고인은 1123명이었다. 간이공판 절차에 부쳐진 피고인은 단독·합의부 구분 없이 집계돼 91명으로 조사됐다.

올해도 같은 추세였다고 가정하자. 올해 서울중앙지법에는 영장계와 신청사건부를 제외하고 25개 형사단독부가 1심 재판을 하고 있다. 그러면 재판부 1개당 자백하지 않은 피고인을 475명 처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체 피고인 1만3893명에서 즉일선고, 궐석재판, 간이공판을 받은 피고인을 제외한 숫자다. 간이공판 피고인은 단독부와 합의부가 맡는 전체 피고인 비율을 고려해 단독부가 80명, 합의부가 11명이라고 가정했다.

즉일선고나 간이공판을 받지 않은 피고인 중에서도 자백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100% 정확한 숫자라고는 할 수 없다. 또 자백한 피고인이라고 하더라도 허위자백이 의심되거나 가정환경, 경제사정 등 양형에 반영할 만한 요소를 묻기 위해 피고인 신문을 하는 경우도 있다. 여러 가능성이 뒤섞여있지만 통계적 접근을 위해 일단은 이 숫자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법정에서 피고인 신문에 시간을 얼마나 배정하는지를 집계한 자료는 아직 없다. 판사들은 "천차만별이라 숫자를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검찰 신문에 평균 10분 정도라고 답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검찰보다 변호인이 오래 신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자백하지 않은 피고인 숫자가 부풀려졌을 가능성을 감안해 변호인도 같은 시간을 쓴다고 가정했다.

이렇게 계산하면 형사단독부는 1년 동안 약 158시간, 주로 환산하면 약 13주를 피고인 신문에 할애한다는 결과를 얻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부는 일주일에 6시간씩 두 번 재판을 열기 때문에 1주 12시간으로 계산했다.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된다면 검찰이 피고인신문을 늘릴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지금 계산에서 검찰이 신문 시간을 20분으로 늘린다면 약 26주, 30분으로 늘리면 약 39.5주를 피고인 신문에 투입해야 한다.

증인신문에 드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결코 넉넉한 숫자가 아니다. 2018년 기준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부에서 소환한 증인은 7546명이었다. 올해도 같다고 생각하면 재판부 1개당 301명의 증인을 신문하게 된다. 단독부 판사들은 증인 1인당 신문 시간을 검찰·변호인을 합쳐 평균 30분 정도로 잡았다. 이렇게 계산하면 1년에 약 12.5주가 증인신문에 소요된다.

결국 검찰이 피고인 신문 시간을 평균 30분으로 늘린다면 변호인도 그만큼 신문 시간을 쓰게 되고,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 재판부는 피고인·증인신문에만 52주, 즉 1년 전체를 소비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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