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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우 사후 적토마의 행방, 그리고 재물손괴죄

[the L][남 변호사의 삼국지로(law)]㉖

편집자주게임과 무협지, 삼국지를 좋아하는 법률가가 잡다한 얘기로 수다를 떨면서 가끔 진지한 내용도 말하고 싶어 적는 글입니다. 혼자만의 수다라는 옹색함 때문에 약간의 법률얘기를 더합니다.





관우 사후 적토마의 행방, 그리고 재물손괴죄




문득 적토마가 관우 사후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적토마에 관해 한 번 찾아 보았습니다.

연의에서는 통탁에서 여포로, 여포가 조조에게 패망한 이후 조조에서 관우로, 관우가 죽은 후 오나라의 마충에게 적토마가 맡겨 졌다고 합니다.

(검색한 바에 의하면, ‘후한서’와 ‘삼국지’ 등의 사서에서는 적토마는 여포가 탔던 명마이고 관우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고 합니다.)

마충에게 맡겨진 적토마는 관우가 죽은 이후 스스로 먹이를 거부하다가 관우를 따라 죽었다고 하는데,

함께 전장을 누비며 쌓은 교감이 단순한 사람과 말의 관계를 넘었나 봅니다(‘반려마’라고 해야 할까요?).

(함께 하며 교감한다는 측면만 놓고 보면 필자에게도 적토마에 비견되는 반려동물인 ‘우주’라는 강아지가 있습니다만…)

동물애호가들이나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우리의 형법은 동물을 ‘물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법이 규정하는 ‘물건’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 물건에 반려동물을 포함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한 번 살펴 볼까요?

형법상 타인의 반려동물을 고의로 죽이거나 숨기게 되면 ‘재물손괴죄’가 성립하고 강학상 재물의 개념은 ‘유체물 뿐만 아니라 관리할 수 있는 동력’을 의미하며 반드시 재산적 가치가 있을 것을 요하지 않습니다(바꾸어 말하면 객관적으로 경제적 가치가 없더라도 ‘적어도 내게는 무척 소중해’라는 주관적 가치로 재물성의 요건을 갖출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위와 같은 ‘재물’의 개념은 현재의 상황과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반려동물이 유체물에 해당한다는 점에 관해서는 의문이 없지만 i) 유체물에는 생명이 있는 것과 생명이 없는 것이 있고 ii) 교감은 생명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생명체인 반려동물을 단선적으로 ‘물건’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입니다.

또한 단순히 물체를 파괴하는 것과 생명을 인위적으로 단절시키는 행위의 규범적 가치 역시 명확한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도 타인의 반려동물을 해치는 행위를 단순히 재물손괴죄로만 의율하는 것이 적절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비판만 하지 말고 대안을 제시하세요, 그럼 당신 생각은 뭡니까?’라고 물으실 수 있겠네요.

개인적으로 가중된 형태의 손괴죄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앞서 적은 것처럼 단순히 물건을 파괴하는 것과 사람과 교감하는 생명을 인위적으로 생명의 종기에 앞서 단절시키는 행위는 규범적 가치에서 차이가 있는 만큼 그 점을 고려해 단순 재물손괴죄보다 가중된 형태의 구성요건을 규정하자는 것이지 단순히 형법의 위하작용만을 염두에 두어 ‘무거운 형으로 겁을 줘 죄를 짓지 못 하도록 하자’는 의도는 아닙니다.

한편 동물보호법 제8조 역시 ‘동물학대 등의 금지’에 관해 규정하면서 같은 조 제①, ②, ③항을 위반하여 동물을 학대한 자에 대하여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 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만(제46조 제2항 제1호),

i) 현재로서는 동물보호법 제8조에 규정된 행위태양이 손괴죄의 행위태양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고 확신하기 어렵고 ii) 동물보호법의 벌칙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손괴죄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보다 가벼워,

교감의 전제가 되는 생명에 대한 침해가 갖는 불법의 양을 고려하여 가중처벌하자는 취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가중된 손괴죄’에 관한 논의는 여전히 의미가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생명에 대한 존중은 개인의 삶이라는 차원에서도, 타인 또는 다른 생명에 대한 배려에 뿌리를 둔 사회의 유지와 존속이라는 차원에서도 대단히 중요하고 기본적인 전제이고,

이전의 생명친화적인 자연 속에서의 삶과 달리 현재의 도시 위주의 삶에서는 그나마 반려동물을 통해서 부족하나마 다른 생명을 가까이 하면서 교감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법이 이런 현실을 반영하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글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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