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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추진 다중대표소송 졸속입법 될라…"국제기준 미달"

[theL][다중대표소송 톺아보기②] 소수주주 권리 고려하면 보완 필요하지만 전 세계 유례없는 규제 완화 추진

정부 추진 다중대표소송 졸속입법 될라…"국제기준 미달"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정부와 여당이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다중대표소송제도는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파격적인 형태라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재계의 우려처럼 경제혼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충분한 법안이라는 취지다. 반면 소수주주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우리나라 현실을 감안한다면 도입해야 하는 제도라는 입장도 있다.



기업 협박 수단으로 전락 가능성…이사진 피소 가능성↑


모회사 지분 1%만 보유하면 즉시 자회사에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하자는 정부의 상법 개정안에 대해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너무 앞서나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권 원장은 대표소송 분야만 20년 넘게 연구한 권위자다.

권 원장은 다중대표소송제도가 없어도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의 잘못을 추궁할 수단은 이미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모회사 이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 모회사가 자회사 이사의 잘못에 대응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모회사 주주가 아니더라도 은행 같은 채권자들이 책임 추궁에 나설 수도 있다.

권 원장은 다중대표소송이 도입되면 기업을 협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권 원장은 "소송을 당했다는 사실만으로 이사의 평판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며 "소송이 대법원까지 가서 끝나려면 5년 정도 잡는데 그때까지 그 사람은 많은 고통을 겪게 된다"고 했다. 최종 판결을 통해 혐의를 벗는다 해도 생계가 거덜나면 아무 쓸모 없다.

자회사도 막대한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소송에 엮였다는 사실이 경영활동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빌미로 적대적 투자자가 이사 선임에 간섭하는 등 경영권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 권 원장의 설명이다. 애초에 이사가 책잡힐 일을 하지 않으면 될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경영 상의 실수는 언제든 불법행위로 문제시될 수 있기 때문에 이사와 회사는 항상 소송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찬성론 "경영투명성 확보, 소수주주 권리보장 고려하면 도입 필요"


그러나 이런 평가는 재계가 주장하는 다중대표소송의 위험성만 부각하고 공익성은 과소평가한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대표소송 수행 경험이 많은 전영준 변호사(법무법인 넥스트)는 다중대표소송이 도입되면 이사를 감시하는 눈이 많아져 경영이 보다 투명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펀드시장 환매 중단 사태를 예로 들면서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됐다면 금융지주사의 주주들이 은행을 제대로 감독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전 변호사는 다중대표소송제도가 소수주주의 권리행사를 보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 상법에 마련된 단일대표소송은 자회사 주식을 모회사 주식으로 바꿔주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하면 무력화된다는 한계가 있다. 자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들을 상대로 제기하는 것이 단일대표소송인데, 주식교환을 받은 주주는 자회사 주주 지위를 잃고 모회사 주주가 되므로 대표소송은 각하 판결된다.

실제로 현대증권 매각 당시 소수주주들이 경영진의 자사주 헐값 매각에 반발해 제기한 대표소송이 이런 식으로 무력화된 바 있다. 현대증권의 모회사였던 KB금융지주가 포괄적 주식교환에 나서면서 소수주주들의 소송은 각하로 종결됐다.(2017다279326)



정부안, 다중대표소송 국제기준 미달…"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다"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쪽에서도 현재 제도에 이런 한계가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럼에도 반대하는 것은 정부가 국제기준에 동떨어진 방식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중대표소송은 미국과 일본에서 먼저 도입됐다. 미국은 모자회사가 100% 지배관계거나 경영진이 아예 같아 사실상 하나의 회사로 봐도 무방한 상태에서만 다중대표소송을 인정한다. 여기에 주주들을 적절하게 대표하는 주주만 대표소송에 나설 수 있다는 대표적절성을 요건으로 두고 있다. 소송에 참가하지 않은 다른 주주들이 대표소송으로 인해 예기치 못한 손해를 입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요건이다. 또 미국은 경영 상의 실수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우리나라보다 넓게 인정해주고 있어 상대적으로 소송 위험이 적다.

일본은 최종완전모자회사 관계에서만 다중대표소송을 인정하고 있다. 최종완전모자회사는 모자회사가 100% 지배관계이고 모회사를 100% 지배하는 또 다른 모회사가 없는 관계를 뜻한다. 추가로 자회사가 차지하는 입지를 따져봤을 때 모회사에게 '중요한 자회사'여야 대표소송이 가능하다. 아울러 부당이득을 목적으로 하거나 모회사에 손해가 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는 대표소송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조문도 있다. 소송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조건들이다.

정부 안은 소송 요건을 미국, 일본보다 절반 이상 완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안은 일본 제도를 본따면서, 모회사가 자회사를 100% 지배하는 경우에만 소송이 가능하다거나 중요 자회사가 아니면 소송 제기가 불가능하다는 제한은 빼고 제도를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권 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고 할 정도로 완화된 것"이라며 "도입하려면 최소한 국제적 표준에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일본처럼 제한을 두면 실제로 활용할 경우가 거의 없어 제도를 도입해도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는 반론이 있다. 일본에서도 다중대표소송이 공익소송으로서 보다 적극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소송 요건을 완화해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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