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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검찰총장을 갈아 치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the L][남 변호사의 삼국지로(law)]35

편집자주게임과 무협지, 삼국지를 좋아하는 법률가가 잡다한 얘기로 수다를 떨면서 가끔 진지한 내용도 말하고 싶어 적는 글입니다. 혼자만의 수다라는 옹색함 때문에 약간의 법률얘기를 더합니다.





검찰총장을 갈아 치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연의에서 사마의는 다섯 갈래로 군사를 나누어 촉한을 공격하는 작전으로 등장하게 됩니다(제갈량은 그에 맞추어 응전하고 모자란 부분은 오와의 동맹으로 막았습니다).

인상 깊은 등장입니다.

제갈량은 사마의의 존재가 북벌에 큰 위협이 될 것을 직감하였고 이후 마속은 유언비어로써 사마의를 실각시키게 됩니다만, 조진의 연이은 패배에 조예는 다시 사마의를 기용하게 됩니다.

(사마의는 이후로도 앞서 적은 내용과 유사하게 몇 번의 부침을 겪는데 조예가 죽은 이후 조상 등의 음모로 실각한 후 고평릉 사변으로 다시 권력을 잡음으로써 마지막 부침을 겪게 되지만 조조처럼 사마의 자신이 황제의 자리에 오르지는 않았습니다.)

황제가 다스리던 시절이니 황제(조예)의 결정으로 사마의와 같이 중임을 맡은 신하를 특별한 요건이나 절차를 거치지 않고서도 실각시킬 수도, 다시 중용할 수도 있던 시절의 얘깁니다.

장관과 총장의 갈등이 표면화되었고 여당의 일부 인사는 ‘총장의 사퇴’를 직접 거론하기도 하는 혼란스런 상황입니다.

검찰을 개혁해야 할까요?

그간 검찰이 보였던 모습 중에는 개혁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검찰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고 그 모습이 검찰 전부의 모습도 아닙니다.

다소 과장될 수 있는 정치적 수사(political rhetoric)임을 감안하더라도 정치인의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전가의 보도처럼 검찰을 만악의 근원인 것처럼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일부 정치인들의 희망처럼 ‘정치적인 검찰총장이 스스로 사퇴’를 하면 좋겠지만, 검찰총장은 남은 임기를 채우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죄를 지은 사람이라 해서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르지 않은 채 린치(私刑)를 가할 수 없는 것처럼,

개혁되어야 할 검찰의 수장이라거나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보기에 ‘정치적’이라 할지라도 법이 정한 요건과 절차를 지키지 않은 채 검찰총장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일부 정치인들의 뜻처럼 검찰총장을 바꿀 수 있는 ‘합법적’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① 조사를 거쳐 확인된 사실관계로 보아 검찰총장을 징계할 사유가 있다면 징계절차에 따라 총장을 자리에서 물러 나게 할 수 있겠습니다(검사징계법).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듯 ‘검찰총장이 정치적이라거나 직무상 의무를 다 하지 않은’ 의혹이 있다면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해 의혹을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일을 처리하면 됩니다(검사징계법 제7조 제3항).

②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해임하는 것은 어떨까요?

검찰청법에는 검찰총장의 임기는 규정되어 있으나 해임사유에 관한 규정이 없습니다.

해임사유가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일부는 ‘해임사유가 없으니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 해임하면 되겠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다른 일부는 ‘해임사유가 없으면 해임할 수 없겠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임기 규정이 1987년 민주화 과정에서 검찰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1988년 도입된 규정인 점을 고려한다면,

‘대통령에 의한 해임은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적어도 정치적인 사유로 검찰총장을 해임하는 것은 규정의 취지와 맞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임기가 정해져 있으나 해임사유에 관한 특별한 사유에 관한 규정이 없는 공영방송사의 사장을 대통령이 해임한 사례가 있었고 그 사건에서 법원은 ‘해임은 재량권 남용’이라는 취지로 판단한 바 있는데,

구체적 사실관계가 달라 위 사건을 곧바로 지금의 예에 대입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법원은 ‘절대적으로 해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고 일정한 요건을 갖춘다면 해임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③ 탄핵은 어떨까요?

검찰총장 역시 탄핵의 대상인데(검찰청법 제37조, 2001년에도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이 발의된 적이 있습니다),

탄핵의 사유에 관해서는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경우’라 하여 포괄적인 형태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미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한 차례 경험하면서 보셨듯이 탄핵절차는 기본적으로 대심구조 아래서 ‘사실관계의 확인-탄핵사유에 해당하는지 판단’의 절차를 거치지만 소추기관(검사가 아닌 국회)과 판단기관(일반 법원이 아닌 헌법재판소)에서 일반적인 경우와 차이가 있습니다.

검찰총장을 바꿀 수 있는 방법으로 징계, 해임, 탄핵이라는 세 가지 절차를 살펴 보았고, 징계와 탄핵절차는 ‘사실관계의 확인’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또한 살펴 보는 과정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의 독립성은 보장 되어야 합니다.

논자에 따라 ‘검찰이 스스로 독립성을 훼손하였다’, ‘검찰총장이 정치적이다’, ‘검찰은 적폐다’, ‘총장은 사퇴하여야 한다’라고 얘기하기도 합니다만,

사실을 전제하지 않은 의견만으로는 법 문언과 그 취지를 몰각시킬 수 없고, 적법한 결과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적법하지 않은 절차를 정당화할 수도 없습니다.

장관과 총장의 불협화음으로 이미 적지 않은 혼란이 초래되었고 그에 따라 여론까지 분열되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는 이런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여권 인사들의 ‘총장이 정치적이다’, ‘총장이 사퇴하라’, ‘총장이 위법한 수사를 하였다’, ‘검찰이 적폐다’, ‘총장이 개혁을 방해한다’라는 표현에 대한 묵인으로 굳이 속내를 숨기지 않는 여당은 단순히 위와 같은 주장이나 정치적 수사만을 되풀이 할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국론분열 방지를 위해서라도 그런 의혹이나 그에 근접하는 간접증거가 있다면 앞서 언급한 적법한 절차와 요건을 거쳐 현재의 갈등상황을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그런 방법을 두고 사실확인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장만으로 1987년 민주항쟁을 거쳐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은 우리의 법과 시대정신에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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