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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따라 널뛰기? 대법원 '처단형 계산' 논쟁

[theL] 대법원 전원합의체, 처단형 산출 기존 해석 유지하기로



판사 따라 널뛰기? 대법원 '처단형 계산' 논쟁
대법원 전원합의체./ 사진=뉴스1





법정서 듣는 '선고형'의 기준, 처단형


형사재판의 결론이라고 할 수 있는 선고형량은 법정형, 처단형 단계를 거친 결과다. 법정형은 법 조문에 적힌 처벌범위를 뜻한다. 법정형에 가중·감경을 적용해 처단형을 산출하고, 그 안에서 양형판단을 통해 선고형을 결정한다. 즉 처단형은 선고형의 기준이 된다.

이 처단형의 계산방식을 놓고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기택 대법관)에서 토론이 있었다. 현재 형사재판에서는 형법 제55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유기징역을 감경할 때 법정형의 상한, 하한을 모두 절반씩 깎아 처단형을 산출한다. 이렇게 법정형의 상한, 하한을 모두 줄이는 방식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될 뿐더러 피고인의 재판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전원합의체는 21일 기존 처단형 산출방식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

토론은 특수상해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 사건을 주제로 진행됐다. 특수상해 혐의의 법정형은 징역 1년에서 10년 사이다. 형법 제25조 제2항에 따르면 미수범의 형은 감경할 수 있다. 이에 따라 1심은 A씨의 처단형을 징역 6개월에서 5년으로 계산하고, 양형판단을 거쳐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형량이 지나치다며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으나 기각됐다.



한 범죄에 처단형 4개? 이기택 대법관 "죄형법정주의 위배"


이 사건에서 이기택 대법관은 A씨의 처단형을 징역 6개월에서 징역 5개월로 산출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먼저 이 대법관은 이런 식의 처단형 산출이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법원은 미수범의 형을 감경해줄지 여부는 판사가 재량껏 결정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A씨의 경우 미수범 감경을 받으면 처단형은 징역 6개월에서 5년이 되고, 받지 못하면 징역 1년에서 10년이 된다. 결국 처단형 범위가 두 개로 갈리고, 어느 쪽이 적용될지는 전적으로 판사의 판단에 맡겨지기 때문에 피고인은 법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방치된다고 이 대법관은 비판했다.

감경요소가 더해지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강도미수 범죄자에 대해 자수, 심신미약까지 참작된다고 하면 처단형은 징역 3년 이상 30년 이하, 징역 1년6개월 이상 15년 이하, 징역 9개월 이상 7년6개월 이하, 징역 4개월 반 이상 3년9개월 이하 등 네 가지로 갈린다.



판결문으로 확인 안 되는 '임의적 감경'…피고인 재판권 침해


이러한 문제가 미수범, 자수 등 형량감경은 판사의 재량이라는 해석과 결합하면 피고인의 재판권 행사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고 이 대법관은 비판했다.

판사가 재량껏 형을 감경할 만한 사유가 있는데도 감경해주지 않은 경우가 문제다. 예를 들어 피고인이 자수했어도 전후 사정을 고려해 감경해주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경우 대부분 판결문에 감경사유가 적용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기재되지 않는다. 이 대법관은 이 점을 지적하면서 "판결서에 기재된 처단형을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는 것이 되는데 이러한 모습이 과연 우리 재판실무의 인식과 같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감경사유를 다시 봐달라고 상소할 때도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A씨가 미수범 감경을 받지 못해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뒤 미수범 감경 적용을 주장하며 항소를 할 경우, 이 주장을 담을 만한 항소이유가 법률에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게 이 대법관의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항소이유는 사실오인, 법률위반, 양형부당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감경사유를 다시 봐달라는 주장은 사실오인과 무관하고 법률위반, 양형부당 두 가지를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미수범, 자수 등에 대한 감경은 판사의 재량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판사가 형을 감경해주지 않더라도 법령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법률위반은 주장은 내세울 수 없다.

양형부당 주장도 맞지 않는다. 양형은 처단형을 먼저 산출하고 처단형 범위 안에서 선고형을 결정하는 것을 뜻한다. 반면 미수범, 자수에 대한 감경은 처단형을 결정하는 요소들이다. 즉 형 감경은 양형판단과 별개이기 때문에, 감경사유를 다시 봐달라면서 양형부당 주장을 써내는 것은 법률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이 대법관은 설명했다.

정리하면 현재 형사재판에서 감경사유가 적용됐는지 여부는 판결문 상으로 확인할 수 없고, 감경사유를 다시 봐달라는 주장을 담을 수 있는 법적논리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피고인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이 이 대법관의 결론이다.



이기택 대법관 "하한만 절반 깎으면 문제 해결"…다수의견 "기존 해석 유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대법관은 새로운 법 해석을 제안했다. 감경사유 적용 여부를 판사의 재량에 맡기지 말고 자동으로 적용되게 하자는 것이다. 이때 처단형 계산법도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정형과 감경사유 적용 후 처단형을 합쳐서 최종 처단형을 산출하자는 것이다.

A씨 예로 돌아가면, 특수상해의 법정형인 징역 1년~10년과 미수범 감경 적용 후 처단형인 징역 6개월~5년을 합쳐서 징역 6개월~10년을 최종 처단형으로 결정하자는 것이다. 이는 감경사유를 적용해 처단형을 결정할 때 법정형의 하한만 절반으로 깎자는 것으로 바꿔 말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판사의 형 감경 여부에 따라 처단형이 여러 개로 갈리는 문제, 판결서에 감경 여부가 기재되지 않는 문제, 감경받지 못한 피고인의 항소권 행사 문제 모두 해결 가능하다고 이 대법관은 설명했다. 요건만 충족되면 판사와 무관하게 자동적으로 감경이 적용되기 때문에 판사는 판결문에 그에 대한 판단 내용을 적어야 하고, 피고인이 항소할 때 법령위반을 이유로 이 부분 판단을 다시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법관은 이렇게 해석하면 필요적 감경과 임의적 감경을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법 상 판사가 재량껏 적용 여부를 결정하는 임의적 감경과 달리, 필요적 감경은 반드시 적용해야 하는 감경사유를 뜻한다. 농아자의 범죄가 대표적이다.

지금 형사재판에서는 필요적 감경도 임의적 감경과 마찬가지로 법정형의 상한과 하한을 모두 절반씩 깎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이 대법관은 임의적 감경을 할 때는 하한의 절반만 깎고, 필요적 감경은 종전대로 상한과 하한 절반씩 깎아 둘을 구분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그러나 이 대법관을 제외한 나머지 대법관들은 처단형 결정에 대한 해석을 바꿀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현재 해석방법이 법률을 벗어난다고 볼 수 없고, 판사가 현재 해석방법 내에서 재량껏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새로운 해석론으로 인해 향후 임의적 감경에 대한 해석과 관련하여 학계 및 실무계의 치열한 논쟁과 후속 연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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