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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술에 붙는 세금 어떻게 바꿔야 할까

[the L]화우의 조세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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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과세 체계의 개편에 관한 공청회'가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 창조룸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세계에서 1인당 술 소비량이 가장 높은 나라 순위에서 우리나라가 11위를 차지했다는 언론보도를 몇 해 전 접한 적이 있다. 필자도 평소 술을 즐기는 편이라 우리나라가 상당히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데 일조를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술을 많이 마시는 것에 비해 주류 가격을 구성한 주된 요소인 주세 과세 체계에 대해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주세 과세 체계는 흔히 주류의 양에 주종별 세율을 곱해 산출하는 종량세와 주류 가격에 주종별 세율을 곱해 산출하는 종가세 방식으로 구분되는데, 종가세 방식을 취하고 있는 나라는 터키, 멕시코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나라는 종량세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과세 체계는 종가세, 종량세가 혼합된 방식이고,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하는 과도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이 즐기는 주종으로 보면, 맥주와 탁주만 종량세 방식이고, 소주, 위스키, 와인을 포함한 나머지 주류는 모두 종가세 방식이다.

우리나라 주세법은 1949년에 제정되었는데, 당시 주세법은 ‘맥주 매1석 2만원’, ‘소주 매1석 1만1천원’과 같이 종량세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후 1967년 종가세 방식으로 변경되어 50년 이상 유지되어 오다가, 2020년부터 주류 산업 경쟁력 강화 목적으로 탁주와 맥주만 종량세 방식으로 변경되었고, 소주, 위스키 등 나머지 주류는 종가세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맥주의 경우 종전 종가세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게 되면, 홍보?마케팅 비용이 주세 과세표준에 포함되지 않는 수입 맥주의 가격경쟁력을 국내 주류업체가 극복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하에 맥주 시장에서의 국내 주류업체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 종량세 방식으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탁주는 종가세 방식하에서의 적용 세율이 와인 30%, 맥주 72%인 것에 비해 겨우 5%에 불과해서 주세 체계 변경이 제조업체나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가장 적어 맥주와 함께 종량세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주세 체계를 종가세로 할지 종량세로 할지는 기본적으로 정책문제에 속하지만,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종량세를 취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약 50년전 종가세 방식을 취한 주된 이유는 ‘세수 증대’에 있었다. 즉 우리나라 경제사정이 매우 어려웠던 시기에 국가의 세수 증대를 위해 주세 과세 체계를 종가세로 변경하였고 그것은 분명 국가경제 발전에 일조를 하였다. 그리고 종가세 방식은 고가의 술일수록 세 부담이 증가하므로 과세형평 실현에 적합하고, 고가주인 수입 위스키 등에 대한 높은 세 부담을 통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제품 위주의 국내 주류시장을 보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주세가 내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67년 당시 8%를 상회하던 것이 현재는 약 1~2% 정도로 크게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건강 및 주류선택권 보호, 자국의 주류산업 보호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점에 비추어 우리나라가 1967년 주세법을 종가세 방식으로 변경한 취지는 크게 퇴색되었다.

서민들이 부담 없이 소주를 즐길 수 있는 것 못지 않게 술소비 억제를 통해 국민의 건강을 증진하는 것이 중요시되고 있고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국민건강증진은 국가의 의무로까지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되었다. 또 국내 술도 다양화하고 고급화 해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해야 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같은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대표 주종의 하나인 소주는 물론 와인, 위스키에 대해서도 종량세 방식으로의 과세 체계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주세에 대하여 종량세를 도입한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고도주?고세율 원칙에 따라 알코올 도수를 기준으로 높은 도수의 술에는 높은 세율을 적용하고 낮은 도수의 술에는 낮은 세율을 적용함으로써, 높은 도수의 술 소비를 억제하고 낮은 도수의 술로 소비를 전환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는데, 전면적인 종량세 도입에 따른 부작용은 이와 같은 세율 조정 등을 통해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다.

주세 과세 체계를 어떻게 취하느냐에 따라 술의 가격이 변동되고 그것은 술 소비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되므로 국내주류업체와 해외주류업체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주류를 생산 취급하는 국내주류업체들 사이에서도 주세 과세 체계를 두고 첨예하게 이해가 대립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주세는 담배소비세와 마찬가지로 국민건강증진을 위해 과도한 소비를 억제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서의 기능을 가질 필요가 있으므로, 그 과세 체계는 주류업체들의 이해관계를 따지거나 과거에 우리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세수 증대라는 정부의 이익을 위한 방향으로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과연 어느 과세 체계가 국민에게 보다 이익이 되고, 국민과 사회의 변화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것인지를 철저하게 따져야 한다. 그것이 우리나라가 조세 선진국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길이다.

정재웅 변호사
[정재웅 변호사는 조세 관련 쟁송과 자문이 주요 업무 분야다. 그 동안 법인세, 부가가치세, 소득세, 상속증여세, 관세 등 전 세목에 걸쳐 다수의 조세쟁송과 자문사건을 수행했다. 강남세무서 등 일선 세무서에서의 외부위원과 서울지방국세청 조세법률고문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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