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대법원(주심 대법관 노태악)은 29일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옥시레킷벤키저와 체결한 연구계약의 연구책임자인 서울대 교수 A씨가 가습기살균제 관련 실험에서 증거를 위조했다는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확정시켰다.

2심은 A씨에게 사기죄만 인정해 징역 1년형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돈을 받고 실험결과를 옥시 측에 유리하게 조작했다는 수뢰후부정처사 및 증거위조는 무죄로 판결했다.

A씨는 옥시로부터 자문료 명목으로 1200만원을 받고 옥시에 불리한 실험데이터를 누락시키는 방법 등으로 새로운 내용의 보고서를 만들었고 연구와 무관한 용도에 연구비를 사용했다는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바 있다. 1심은 기소된 사실에 대해 모두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에 벌금 2500만원, 추징금 1200만원을 선고했으나 2심은 자문료 1200만원을 뇌물로 본 1심을 파기하고 증거위조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연구비 중 일부를 연구와 무관한 용도에 사용하면서 연구에 지출하는 비용인 것처럼 꾸몄다는 사기죄만 인정했다.

2심과 대법원은 A교수가 부정한 금품과 청탁을 받고 옥시 측에 유리한 내용의 보고서를 써준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로서 지켜야 할 준칙을 위배했거나 결론을 도출하면서 판단 재량을 이탈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증거에 의하면 A교수는 최종 결과 보고서에서 '2주, 4주, 13주 등 반복 독성흡입 시험 결과 투여물질(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독성학적 변화로 판단할 차별적 병변이 없었다'고 기재했다"며 "이는 조직병리학자 등의 소견과 동일하고, 실제 실험 결과로 이 같은 소견을 뒤집을만한 아무 자료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보고서의 요약란에서 '시험 과정에서 나타나는 체중 감소와 혈액의 생화학적 결과 중 몇몇 유의성 있는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시험물질(가습기 살균제) 흡입에 따른 전신독성 유발 가능성을 나타낸다'고 적으면서 추가 실험의 필요성도 언급했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A교수가 옥시 측에서 연구용역비 외의 자문료 1200만 원을 챙긴 것을 뇌물로 보고 기소한 것에 대해선 법원은 A교수가 실제 자문 용역을 수행한 점 등을 고려해 이 역시 무죄로 판단했다. 특히 "자문료를 소득으로 신고하고 소득세를 납부한 점 등도 감안했다"고 판단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대 산학협력단 연구비 중 5600만원을 빼돌린 혐의에 대해서만 법원은 "연구비 소유자는 산학협력단인 만큼 A교수가 연구비를 연구실 기자재 등의 구입 명목으로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유죄로 판단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