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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딸 '무고'에 강간범된 아빠…딸의 '거짓말', 안 믿는 법원[유동주의 PPL]

[유동주의 PPL] '모범생'으로 생활한 판검사들, '비모범생'의 '거짓말'과 '참말' 구분할 자신 있나

편집자주People Politics Law..'국민'이 원하는 건 좋은 '정치'와 바른 '법'일 겁니다. 정치권·법조계에 'PPL'처럼 스며들 이야기를 전합니다.

딸 B양이 아버지 A씨에게 보낸 편지.



미성년자인 친딸을 수년간 성폭행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40대 아버지 A씨는 1·2심에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달 중 대법원 선고를 앞둔 A씨는 "절대로 딸을 건드린 적 없다"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A씨를 경찰에 신고했던 친딸 B양도 아버지의 '무죄'를 주장한다. B양은 철없던 사춘기 시절,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거짓말했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1·2심 재판부는 B양 주장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딸 B양이 미성년자이던 때 경찰에 첫 신고한 내용만으로 친족 강간이 인정된다며 12년형을 선고했다. 유일한 증거는 경찰에서의 초기 진술 밖에 없음에도 법원은 '피해 여성의 범죄 묘사가 구체적'이라며 유죄 근거로 들고 있다.

방황하던 사춘기 친딸의 일탈로 아버지가 '강간범'으로 신고돼 12년간 징역살이를 할 위기에 처한 A씨 가족의 사연을 제보받았다.
'무죄'를 주장하는 아버지 A씨와 딸 B양, 그들 가족 입장에서 사건을 정리해 보자.



'불량학생'이던 사춘기 딸이 친아버지를 '무고'하게 된 원인, 간과한 '모범생' 판검사들


딸과 아버지의 관계에서 1·2심 법원이 간과한 부분은 '새어머니'와 '배다른 동생'의 존재다. 재판부는 친딸의 '무고'가능성을 일축했고, A씨와 B양의 가족 관계에 대한 세심한 관찰을 하지 않았다.

딸 B양은 부모의 이혼으로 어릴적 보육원에 맡겨졌다가 10세가 돼서야 다시 아버지 A씨와 함께 살게 됐다. 어린 딸의 입장에선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던 이유가 된다.

부녀는 처음엔 원만하게 관계를 회복했다가 '새어머니'가 '배다른 동생'을 낳으면서 관계에 금이 갔다.

이를 계기로 중학생이던 사춘기 딸은 가출을 하는 등 탈선을 하기 시작했다. 이에 아버지는 엄한 체벌로 훈육하려 했고, 딸은 가정폭력사범으로 신고했다. 가정폭력 신고로 일시적으로 딸은 아버지 곁을 떠날 수 있었지만, 그때마다 곧 다시 집에 돌아와야 했다.

가출을 밥먹듯 하며 일탈행동이 심해지던 딸은 영원히 집을 떠나거나 아버지로부터 분리되길 원했다.




성범죄 사건, 피해자의 '구체적인 묘사'가 있으면 '유죄'로 쉽게 결론내리는 판검사들


그러던 중 가출청소년 보호시설에서 만난 또래 여학생과 술을 마시다 "법적으로 혼자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말을 듣고 자세한 방법을 물어 본다. 그 여학생은 "부친을 강간으로 고소해 혼자 자유롭게 산다"고 말했다. 특히 강간 증거를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하기도 했다. 먼저 주위 사람들에게 아버지로부터 강간을 당하고 있다고 알리며, 경찰이 곤란한 상황을 만들면 울거나 말을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면 된다는 얘기까지 해 준다.

구체적인 방법을 알게 된 딸 B양은 2016년 9월경 아버지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 4차례 출석하면서 딸은 피해 상황을 구체적으로 자세하게 지어내 묘사했다. 이미 또래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갖고 있던 딸은 콘돔이나 피임에 대한 묘사 등도 구체적으로 했다. 이런 구체적인 성관계에 관한 묘사는 검사와 판사들에게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경찰에 아버지를 강간범으로 신고한 다음해인 2017년, B양은 남자친구와 사이에 임신을 했고 출산까지 하게 됐다.
이 임신과 출산 경험은 딸 B양에게 큰 영향을 줬고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만 16세에 출산을 한 딸은 자신의 아이를 갖게된 뒤에야, 어릴때부터 매질을 하며 엄하게 훈육했던 아버지 심정을 다소 이해하게 된다.

이후 딸 B양은 아버지를 강간범으로 거짓으로 고소했던 사건에 관한 수사가 진행되길 원치 않았다. 거짓말을 했던 게 겁이 난 B양은 경찰의 연락을 일체 받지 않고 출석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검찰은 3년여 지난 2019년 11월, 딸 B양에 대한 피해자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버지 A씨를 '친족 강간'으로 기소한다.

이때 딸 B양은 검찰에 "고소가 잘못됐다"며 "사건진행을 원하지 않으며, 출석도 하기 싫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재판이 열린 후 딸 B양은 증인 출석을 거부했다. 결국 법정에 나가게 된 B양은 "거짓말로 사실이 아닌 걸 꾸며냈다"고 진술했으나 재판부는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친아버지를 강간범으로 신고했던 걸 후회하며 법정에 서길 꺼리던 딸 B양이 법정에 증인으로 설 수 있었던 이유도 '성매매 알선영업' 등으로 구치소에 수감돼 검찰에 의해 강제로 출석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1심과 2심을 거치면서 딸 B양은 "성범죄 피해가 없다. 모두 거짓말이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했지만, 검사와 판사는 이를 믿지 않았다.

법정에 나와 직접 울면서 한 딸의 '무고' 고백은 듣지 않고, 수년전 경찰을 찾아가 신고한 내용이 더 신뢰성이 있다고 검사와 재판부는 판단한 셈이다.

'피해자의 증언'이 유일한 증거로 채택된 친족 강간 사건에서 어렸을 적 보육원에 맡겨졌을 때 "버림받았다"고 생각했던 사춘기 딸과 아버지와의 관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피해가 없다"는 피해자 진술조차 무시한 것이다.

1·2심에서 피해자로 본 딸은 '피해가 없다'고 호소했음에도 재판부는 '유죄'로 판결했다. 이는 공판중심주의를 어기고 '법정 진술'보다 '수사기관 조서'를 더 신뢰한 것으로 부당하다.

결국 판사들은 딸을 '거짓말쟁이'로 몰면서도 수년전 사춘기시절 경찰에서의 진술은 '참말',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후 법정에서의 증언은 '거짓'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책상물림 판검사들의 '경험칙'으로 책상과는 먼 곳에서 학창시절 보낸 이들의 행동양식을 이해할 수 있나



2021.12.23/뉴스1

"법관과 사법연수원 집단이 일반대학생들보다 확증편향의 성향이 강하다"는 국내 학술 연구 결과가 있다. "인간이기 때문에 오류를 저지를 수 밖에 없다(To err is human)"는 격언도 있다.

법조인, 특히 법관은 확증편향을 최소한으로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하지만 경험의 한계로 법조인들의 사고 방식은 때론 편협하기까지 할 때도 적지 않다.

어릴 적부터 공부만 해온 책상물림 법조인들은 '청소년기 일탈'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낮은 걸 종종 목격한다. 사춘기 청소년, 특히 가출을 하고 또래 집단과 범죄까지 같이 할 정도의 여학생이 '성범죄 무고'를 그럴듯하게 지어낼 수 있다는 것을 모범생 판검사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법조인들은 종종 '경험칙'을 판결 근거로 들지만, 그 경험칙으로 과연 학창시절이나 사회생활을 법조인과는 전혀 다르게 보낸 '비법조인'의 행동과 사고를 이해할 수 있을까.

게다가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잣대를 재판에 들이미는 걸 아예 법원이 공식화 한 뒤로는 판검사들은 '무죄'를 입증하는 확실한 증거가 '물증'으로 나오지 않는 한, 피해 여성의 '일관되거나 구체적인 묘사'가 있으면 '유죄'로 확신하곤 한다. '억울한 피고인'을 양산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판단 기준임에도 실제로 현재 법원에서 통용되고 있다.

법조계를 수년 취재하면서 위 사건 외에도 중학생 여학생이 보험모집인인 엄마가 들게 한 보험을 해약한 대학생인 과외 선생님을 성범죄자로 무고한 사건, 고등학생 친딸이 이혼 소송 중이던 엄마의 부탁으로 아빠를 성추행범으로 고소했다가 취하한 사건 등 유사한 '청소년 무고'사건을 수없이 목격했다.

그런데 위 사건처럼 경찰에 피해를 신고했던 여성이 법정에선 '일관되게' 피고인의 '무죄'를 주장함에도, 법원이 끝까지 "우리가 '변덕이 심한' 피해자를 대신해 피고인의 '성범죄'를 인정하고야 말겠다"고 나선 사건은 드물다.


대법원 대법관들은 하급심 판사들보다 '시류'에 덜 흔들릴 것이라 믿는다. 대법관들은 자신의 아이를 낳고 나서야 뒤늦게 철든 사춘기 딸의 후회어린 '무고 고백'에 귀 기울이길 기대한다.

'피해가 없었다'고 반복해서 주장하는 '성인'이 된 딸의 주장을 배척하고, 자신을 매로 체벌하던 미운 아버지와 떨어져 자유롭게 살고 싶어 '강간'을 주장했던 사춘기 딸의 '거짓 신고'에 더 신빙성을 두라고 법학 교과서에 써 있지는 않을 것이다.

진정한 '피해자 중심주의'는 피해자의 법정 진술을 무시해버리고 판검사가 자신들의 잣대로 평가하는 데 있지는 않을 것이다. 피해자의 진술이 최초 신고 때와 달리 바뀌었으면 그대로 믿어주는 것도 또 다른 '피해자 중심주의'다.

판사가 자주 하는 실수 중 하나는 피고인이나 피해자·증인 등 사건 관계인들의 사고방식과 지식을 자신의 수준에서 판단한다는 점이다. 판사들보단 '객관적'으로 덜 배운 그들이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고 비상식적인 논리구조로 말할 수 있단 걸 염두에 둬야 한다.

세상엔 이해가지 않는 일관성도 없는 어이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도 많고 그들도 모두 당신들의 법정에 불려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거짓말과 참말을 구분해야 하는 게 판사들이 매일 해야 할 일이다. 혹시 그 일상의 반복에 지쳐 '진짜' 거짓말과 '가짜' 거짓말을 혼동하는 순간에 빠진 건 아닌지 판사 스스로 자주 자신을 비판적 태도로 점검했으면 한다.

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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