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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말년까지 내 뜻대로" 성년후견 전문 배광열 변호사

[MZ 변호사가 뜬다] 공익법인 온율 배광열 변호사

편집자주젊은 변호사들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분야와 위치에서 MZ세대 변호사들도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얘기를 전합니다.



성년후견 제도의 정착과 보완을 위해 힘쓰는 MZ세대 변호사가 있다. 법무법인 율촌이 설립한 공익법인 온율 소속 성년후견 전문가 배광열 변호사다.

배 변호사는 로스쿨 졸업 후 곧장 성년후견 분야에 발을 들였다. 보건복지부 발달장애인 공공후견 중앙지원단, 한국치매협회 고령자치매후견센터를 거쳐 2016년 온율에 합류했다. 배 변호사의 손을 거친 후견 사건만 36건에 달하며 현재 26명의 후견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4년 변호사가 된 그는 2013년 도입된 성년후견 제도와 함께 성장해왔다. 고령화로 인해 치매 환자가 증가하고 발달장애인 비율이 늘어나며 성년후견 제도는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배 변호사는 "이제는 성년후견 제도를 보완해가며 성년후견 수요를 제대로 관리해야할 때"라고 평가한다.

배광열 변호사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성년후견 제도가 생소한 독자들에게 설명해달라

▶발달장애, 정신장애, 치매, 갑작스러운 사고 등으로 인해 지적 판단력이 불충분한 상태에 놓인 성인에게 후견인을 지정해 법률생활이나 일상생활 등을 도울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정신적 장애를 가진 분들이 최대한 자신의 의사를 펼치며 사회에서 동등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본적인 법적 제도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지체장애인들이 휠체어, 엘리베이터 등 불편한 몸을 보조하는 도구의 도움으로 세상을 살아가듯이 정신적 장애가 있는 분들에게는 후견인이 의사결정을 하는 도구가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부모님이 치매에 걸렸다면 자식들끼리 회의해서 부모님의 재산을 어떻게 할지나 어느 병원에 모실지 정했습니다. 당사자의 의사를 제외한 채 본인들이 바르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결정하는 거죠. 성년후견 제도 아래에서는 후견인이 치매를 가진 부모님의 의사를 최대한 확인해서 부모님의 뜻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때 후견인은 가족이 될 수도 있고 변호사, 사회복지사, 법무사 등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는 가족이 후견인이 되는 경우가 80%에 이릅니다. 후견인은 법원이 여러 검토를 거쳐 피후견인의 복리에 가장 부합하는 사람으로 정합니다.

-성년후견에 뛰어든 계기가 궁금하다

▶우리나라에 후견제도를 도입할 때 민법 개정위원으로 참여하신 학교 은사님이 계십니다. 후견 분야에서 일해보지 않겠냐는 은사님의 제안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처음 1년은 보건복지부 발달장애인 공공후견 중앙지원단에 있었습니다. 발달장애인 중에서 부모님이 안 계시거나 학대를 당해 스스로 후견인을 찾을 수 없는 분들에게 후견인을 찾아주고, 후견인을 양성, 감독하는 일을 했습니다.

은사님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인 개인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학창 시절 봉사활동을 다닐 때 그곳에서 마주했던 발달장애인의 모습이 강하게 남아있었습니다. 철창 속에 갇힌 채 생활하며 빛을 보지 못해 얼굴이 하얗던 모습이 생각나서 나섰습니다. 저는 부모님과 사회의 여러 지원 덕분에 법률적 전문성을 가지게 됐으니 사회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습니다. 변호사로서 후견 분야에서 제가 가진 것을 사회에 나누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후견 분야에서 어떤 일들을 했나

▶2014년 신안에서 염전 노예 사건이 있었습니다. 착취를 당했던 노동자 중에 지적장애가 있으신 분들이 뿔뿔이 흩어져서 추적이 안 됐는데 그분들을 찾아 후견인을 연계하는 일로 시작했습니다. 온율에서는 범죄 피해를 당한 지적장애인을 위해 후견과 신탁을 합친 새로운 구조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지적장애로 판단능력이 부족한 범죄 피해자의 경우, 범죄피해구조금을 지급받더라도 본인을 위해 활용하지 못하는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범죄피해자가 자립해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겁니다. 매니저로부터 사기 피해를 당한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씨의 후견인을 선임해주는 역할도 했습니다. 요즘엔 유진 박씨가 유튜브도 활발하게 하며 안정적으로 잘 지내는 것 같아 보기 좋습니다. 최근에는 학대 피해를 당한 노인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배광열 변호사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올해로 후견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됐다. 이 시점에 제도를 평가한다면

▶제도가 성숙기에 접어들며 내재하고 있는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후견 제도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후견에 기간이 없다는 겁니다. 후견에 일정 기간을 정해놓은 특정후견을 제외하고, 성년후견·한정후견은 후견 개시의 원인이 소멸해야지만 종료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정신적 능력이 회복되어야지만 후견이 종결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현대 의학으로는 치매, 정신장애, 발달장애 등이 회복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사실상 피후견인이 죽을 때까지 후견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어린 나이에 후견을 개시하는 정신·발달장애인들에게 '기간 없는 후견'은 큰 제약이 됩니다. 본인이 어떤 행위를 하더라도 법률적으로 유효하지 않아 무효가 됩니다. 충분히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도 하지 못하게 되면서 사회에 복귀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되는 거예요. 본인이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니 사회도 이 친구들을 주체로 보지 않습니다.

외국의 후견 제도는 이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가 후견 제도를 도입할 때 참고한 독일, 영국, 프랑스에서도 후견은 보통 5년이면 끝나게 되어있습니다. 5년 후 문제가 생긴다면 다시 그 문제에 대해 새로 후견인을 선임하면 되는 겁니다. 살아가는 동안 평생 후견을 받으라는 건 그들의 일생에서 장애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전체 장애 유형 중 발달장애의 비율은 점차 높아지며 2020년엔 10%에 육박했습니다. 후견 개시가 점차 많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껏 후견이 종료되는 경우는 없었나

▶지난해 가을 저희가 맡은 공익소송에서 최초로 발달장애인에 대한 후견 종료를 이뤄냈습니다. 발달장애의 경계선에 있는 20대 남성이었습니다. 완전히 발달장애의 범주에 들어간 건 아니지만 그 선상에 있는 유형인 거죠. 이 친구가 다니던 장애인복지관에서 동네에 질 나쁜 아이가 발달장애인들의 돈을 3000만원 가까이 뺏은 겁니다. 수사기관에서는 장애가 있으니 후견인을 선정하라고 했고, 어머니가 이 친구의 후견인으로 선정됩니다. 그런데 이 친구가 기능이 좋다 보니 어머니의 도움 없이 본인이 직접 다른 피해 친구들 계좌명세까지 검찰에 제출해가며 업무를 처리해 가해자가 형사처벌을 받게 됐습니다. 친구는 일을 겪으며 본인보다 더 어려운 발달장애인들을 돕고 싶었고 사회복지사란 꿈을 가집니다. 사회복지사 2급은 일정 학점의 수업 이수 등 요건을 충족하면 시험을 보지 않고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복지사업법에 '한정후견이 개시된 자는 사회복지사가 될 수 없다'라고 되어있습니다. 공부를 다 했고 능력도 충분히 되는데 후견이 개시됐다는 이유로 사회복지사가 될 수 없는 상황인거죠. 저희 온율이 공익 소송으로 후견 종료 심판 청구를 했고, 결국 후견 종료를 끌어낸 끝에 이 친구는 사회복지사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후견개시를 결격 조항에 포함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피후견인을 형사처벌을 받거나 신용불량자인 사람들과 같은 선상에 놓는 겁니다. 이 친구도 자신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해서 후견 개시 결격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해둔 상태입니다.

배광열 변호사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임의후견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임의후견을 이용하는 비율이 얼마나 되나

▶임의후견은 정신이 온전할 때 미래에 대비해 후견인을 지정해두는 제도입니다. 만약 사고가 나서 식물인간이 되거나, 치매에 걸렸을 때를 대비해 신상보호, 재산관리 등 자신의 복리를 지켜줄 후견인을 미리 계약해두는 겁니다. 얼마 전 상담한 분은 '신앙심이 깊으니 예배를 드리는 요양원에 보내 달라'고 했는데 이런 작은 부분도 자신의 뜻대로 정해둘 수 있습니다. 임의후견은 후견제도 중 가장 바람직한 설계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선 임의후견 제도가 활발히 이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껏 2만 건이 넘는 후견 개시가 있었는데 그 중 임의후견은 15건에 그칩니다. 반면 외국에서는 전체 후견 중 임의후견의 비율이 80%에 이릅니다. 아직 우리 사회는 체계적으로 내 노후를 대비한다는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2026년이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임의후견 제도가 초고령화 사회를 대비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나라보다 10년 먼저 후견제도를 도입한 일본을 보면 아직 임의후견 비율이 10~20%에 그칩니다. 일본은 홍보와 인식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총리 직속으로 성년후견 촉진위원회까지 만들어서 임의후견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는 일본과 다르게 임의후견 비율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베이비부머 1세대가 고령자로 진입했기 때문입니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핵가족이 시작된 세대고, 그들의 부모를 떠나보내며 상속 다툼을 경험한 세대이기도 합니다. 저희 온율도 임의후견을 활성화할 수 있는 사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성년후견 제도, 특히 임의후견 제도는 내가 계속 나로 살아갈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는 제도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내 의지로 나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제도라고 이해해주시고 거부감을 느끼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제도의 필요성이 커지는 만큼 전문가들도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국내에서 후견인으로 활동하며 이 제도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하는 분들은 20~30명 남짓에 그칩니다. 후견 심판 청구를 대리하는 분들은 많을지 모르지만, 실제로 후견인으로 경험이 쌓인 변호사는 많지 않은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성년후견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발달장애, 정신장애로 후견을 고민하는 분들께 가급적 피후견인의 권한을 최대한 보장하는 한정후견 이용하시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포괄적 대리권을 갖는 성년후견과 달리 한정후견은 지원이 필요한 부분에만 대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제도의 본래 취지에 부합하는 거죠. 당장 후견인이 되는 사람은 불편할 수 있지만 피후견인의 권리를 최대한 존중하는 한정후견을 이용하셨으면 합니다.

-앞으로 성년후견 분야에서 이루고 싶은 포부가 있나

▶사람들이 자기 뜻대로, 자신이 희망하는 대로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법률가가 되고 싶습니다. 지금 제가 후견하고 있는 분 중에 전부터 절 알던 분은 아무도 없습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일면식도 없던 저를 후견인으로 맞이한 것입니다. 만약 그분들이 온전한 정신이었다면 절대 저한테 후견을 맡기지 않았을 겁니다. 자신의 노후나 미래를 스스로 준비하고 말년에도 내 뜻대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제 역할을 다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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