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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임원이나 기관장이 법인카드를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것은 국정감사나 검찰수사의 단골주제다. '어떤 기관장이 법인카드로 명품을 구입했다더라', '호텔숙박비를 법인카드로 긁었다더라' 등의 뉴스 보도는 더 이상 새롭지도 않다. 경리직원이 법인카드로 백화점에서 억대쇼핑을 즐기다 재판에 넘겨진 사건도 있었다.

거기에다 우리 사회의 핫이슈인'갑질' 논란에도 법인카드가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산자부) 소속 국회의원이 자신의 출판기념회에 카드단말기를 가져다 놓고 시집을 판매했는데, 산자부 피감(皮監)기관인 광물자원공사 등이 법인카드로 의원의 시집을 구매해줬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무리 임원이거나 기관장이라 할지라도 법인카드는 법인을 위한 용도로 사용해야 한다. 법인카드를 개인카드로 오해해 사용하면, 창피를 당하는 것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 형법이 정하는 업무상배임죄로 처벌까지 받을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할 일이다.
 
업무상배임죄는 업무상 타인(법인 등)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임직원 등)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하여 그로 인해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등으로 본인(법인 등)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했을 때 성립하는 범죄다(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2항).

대법원은 법인카드는 '공적 업무수행'을 위해서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주식회사 임원이 법인카드를 개인적인 용도로 계속·반복적으로 사용한 사안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임원에게는 업무상 배임죄가 있다고 판단했다.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했다는 인식과 이를 이용해 자신은 이익을 얻고 회사에는 손해를 끼쳤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1인 주주 회사라도 마찬가지다. 주식회사와 주주는 별개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1인 주주인 회사이고, 그 1인 주주가 (개인적인)그런 사용을 양해해줬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는 여전히 '회사'다. 업무상배임죄의 성립에 지장이 없다는 설명이다(2014.2.21. 선고 2011도8870 판결).

올해 초 법원은 김재철 MBC 전 사장이 법인카드를 호텔숙박비와 배우들에게 귀금속이나 명품가방을 사주는데 사용한 혐의에 대해 업무상 배임죄를 인정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15. 2. 13. 선고 2014고단339).

재판에서 사장 측은 "종전 공영방송의 사장들이 해온 범위에서 벗어난 적이 없고, 모두 포괄적으로 업무관련성이 인정되는 것으로 알고있었다."고 변명했지만, 법원은 이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다만 1심은 집행유예, 2심은 벌금형 선고).

법인카드는 말 그대로 '법인'카드다. 과연 그들이 지갑에 꽂혀 있을 개인카드를 꺼내지 않고, 굳이 법인카드를 꺼내도록 한 동력은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