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진경준 검사장/사진=뉴시스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대표(48)에게 5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진경준 검사장(49)이 29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역사상 현직 검사장이 구속기소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검찰청은 이날 법무부에 진 검사장에 대한 해임 징계를 청구했다

진 검사장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김 대표와 서용원 한진그룹 대표(57)는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 6일 꾸려진 이금로 특임검사팀은 이 사건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기며 23일 만에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이 진 검사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제3자 뇌물수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금융실명법 위반 등 모두 4가지다.

검찰은 진 검사장이 검사 직무와 관련해 김 대표 등에게서 여러 차례 금품을 받았다고 결론내렸다. 공소시효와 상관 없이 '포괄일죄'를 적용해 주식 대박 사건도 형사처벌 대상이 됐다.

검찰에 따르면 진 검사장은 2005년 6월 김 대표에게 무상으로 받은 넥슨 주식 1만주(4억2500만원 상당)를 이듬해 10월 10억원에 팔았다. 같은 해 11월 이 중 8억5300만원 상당으로 넥슨재팬 주식 8500주를 취득했고 진 검사장은 이를 지난해 되팔아 126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며 진 검사장의 뇌물수수 혐의는 추가로 드러났다. 진 검사장은 2008년 2월부터 이듬해 3월 사이 김 대표에게서 제네시스 차량을 차명 제공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넥슨홀딩스 명의로 리스한 차량을 무상으로 쓴 것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진 검사장이 리스료 1950만원과 인수비용 3000만원을 챙겼다고 봤다.

진 검사장은 또 2005년 1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김 대표에게 해외여행 경비를 내도록 한 혐의를 적용받았다. 이 기간동안 가족 여행을 가면서 김 대표에게 총 5000만원 상당의 경비를 물린 것이다.

진 검사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7)의 수사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134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도 있다. 탈세 의혹을 내사 종결해준 대가로 처남 강모씨(46) 명의 청소용역업체에 한진 계열사 일감을 몰아준 것이다. 진 검사장은 2010년 8월 서 대표를 만나 이를 부탁했다고 한다.

검찰은 진 검사장이 넥슨 주식을 무상으로 받았는데도 장모 조모씨 이름으로 빌린 것처럼 속여 신고한 점도 처벌 대상으로 삼았다. 또 진 검사장이 지난해 4월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 조사 당시 이 같은 내용의 허위 소명서를 제출한 점도 직무를 방해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여러 차례 자금 및 주식 거래를 하면서 조씨 이름의 계좌를 이용한 것도 금융실명법 위반으로 의율했다.

검찰은 진 검사장이 뇌물을 제공받은 대가로 넥슨이나 김 대표가 연루된 사건에 '해결사'로 나선 것은 아닌지 수사해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위법성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진 검사장이 벤츠 차량을 무상으로 받았다는 의혹 역시 규명되지 않았다.

검찰은 향후 진 검사장이 범죄로 얻은 수익을 환수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지난 19일 법원에 130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인 바 있다.

검찰은 다른 한축으로 김 대표의 경영비리 의혹과 관련한 수사도 진행했다. 김 대표는 NXC의 자회사 엔엑스프로퍼티스를 와이즈키즈로 편입할 당시 내부 주식거래를 부당하게 했다는 의혹 등을 받는다. 특임검사팀 활동이 종료되면 김 대표 관련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최성환)에서 이어 수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