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로 특임검사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진경준 검사장 구속기소 관련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진경준 검사장(49)과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대표(48)가 29일 나란히 재판에 넘겨졌다. '넥슨 주식 대박' 의혹으로 시작된 이 사건 수사는 공소시효 문제에서 자유로워지면서 속도가 붙었다.

진 검사장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게 된 건 지난 3월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당시 넥슨 주식으로 126억원의 차익을 챙긴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언론 보도와 시민단체의 고발로 수사가 시작됐지만 당초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진 검사장이 주식을 매입한 2005년 6월 기준으로 뇌물죄 공소시효는 10년이어서 형사처벌이 불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 검사장의 뇌물수수 혐의점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상황은 반전을 맞았다. 서울대 86학번 동기로 절친한 진 검사장과 김 대표 사이엔 무상 주식 외에도 오간 뇌물이 더 있었던 것이다.

진 검사장은 2008년 2월부터 이듬해 3월 사이 김 대표에게서 제네시스 차량을 차명 제공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넥슨홀딩스 명의로 리스한 차량을 무상으로 쓴 것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진 검사장이 리스료 1950만원과 인수비용 3000만원을 챙겼다고 봤다.

진 검사장은 또 2005년 1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11번에 걸쳐 김 대표에게 해외여행 경비 총 5000만원을 내도록 한 혐의가 있다. 진 검사장 가족끼리 간 8번의 여행에서도 항공권 등의 비용은 김 대표 몫이었다고 한다.

검찰은 진 검사장이 김 대표에게서 받은 주식과 금품을 모두 뇌물로 판단했다. 검찰은 진 검사장이 넥슨 관련 사건에서 김 대표에게 법률 자문을 해주거나 수사상황을 알아봐준 정황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간 주고받은 9억원대 뇌물에 '포괄일죄' 방식을 적용했다. 포괄일죄란 여러 번 반복된 행위를 묶어 하나의 범죄로 보는 것인데, 마지막 범죄 시점이 공소시효를 지나지 않았으면 이전 행위들도 시효 문제에서 자유로워진다.

한편 검찰은 당초 제기된 우려를 씻고 진 검사장을 형사처벌하며 성과를 냈지만 직무연관성을 밝혀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진 검사장이 넥슨 수사와 관련해 김 대표에게 자문을 해준 건 맞지만 사건이 부당하게 처리된 것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수사 검사를 조사하고 기록을 검토했으나 위법성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진 검사장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7)의 탈세 의혹 내사를 종결해준 대가로 처남의 청소용역업체에 한진 계열사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재산상 이익을 취하게 한 건 맞지만 직무상 위법성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 사건을 수사한 이금로 특임검사팀은 이날 이 사건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기며 활동을 마무리했다. 지난 6일 꾸려진 특임검사팀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들여다보던 진 검사장 사건을 넘겨받아 23일 간 수사를 이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