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사진=뉴스1

최근 법원이 30대 여성과 중학생 남성의 합의에 의한 성관계에 대해 아동복지법상 '성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판결해 주목을 받았다. 법전문가들은 미성년자와 성인의 성관계를 두고 '아동학대'로 판단한 사례는 드물기 때문에 향후 유사 사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13세가 넘은 미성년자와의 '합의'에 의한 성관계의 경우 이제까지 대부분 경찰수사단계에서 종결돼 기소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판결은 의미가 크다.

◇'합의 성관계'에 '아동학대' 적용은 극히 드문 일

지난달 28일 인천지법 부천지원은 아동복지법상 금지된 아동에 대한 음행강요·성희롱 등 혐의로 기소된 학원강사 A씨(女,32)에 대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120시간의 사회봉사명령도 내렸다. 학원 강사인 A씨는 지난해 10월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학원 제자인 B군(13)과 성관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간 유사 사건은 '합의 성관계'라는 이유로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과 비교하면 이번 유죄판결은 주목할 만 하다. 실제 지난 2010년 서울 모 중학교에서 유부녀인 30대 여교사와 15세 남제자와 수차례 성관계를 맺어 학부형의 신고로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처벌없이 수사가 종결됐다. 지난 7월에도 대구의 한 중학교 여교사가 남제자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교육당국의 조사에 그쳤다. 

이에 대해 성범죄 전문가인 김광삼 변호사(법무법인 더쌤)은 "13세가 넘어 미성년자 의제강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아동복지법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13세 이상 미성년자와의 합의에 의한 성관계에 아동복지법을 적용한 것은 거의 처음 보는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13세 이상 미성년자와 성인의 성관계가 사건화 될 경우 보통 '강간'여부를 두고 다투곤 한다. 그런데 검찰이 '합의 성관계'를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아동학대로 기소하고 법원이 이를 인정한 판결은 극히 드물다. 인천지법 관계자 역시 "모든 하급심 판결을 다 알 순 없지만 굉장히 드문 사례인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미성년자와의 '합의 성관계' 수사판결에 영향 미칠 수 있어

경찰·검찰 등 수사기관은 최근 미성년자에 대한 학대 사건으로 아동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커지면서 만 18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성범죄에 아동복지법 적용을 강화하고 있다.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적용이 불가능한 경우 아동복지법으로 처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사례에서처럼 '합의 성관계'에까지 아동학대를 적용한 것은 보기 힘들었던 사례다. 따라서 향후 수사기관의 수사·기소방침에 변화를 줄 수 있다. 물론 인천지법 판결이 1심이기 때문에 항소나 상고심을 통해 뒤집힐 가능성은 남아 있다. 

B군은 경찰조사과정에서 합의에 의한 성관계임을 인정하면서 "선생님을 사랑하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성관계를 할 때 당황스럽고 부끄러웠다"고 진술했다고 전해진다. 결국 법원은 이 진술을 근거로 B군에 대한 성적학대로 판단한 셈이다.

김승한 변호사(법무법인 유스트)는 "아동복지법이 정의한 '아동'이 만 18세 미만의 사람이기 때문에 미성년자 의제강간보다 보호의 범위가 넓은데, 금지행위 또한 음행을 시키거나 이를 매개하거나 성적 수치심을 주는 행위 등으로 되어 있어 간음보다 포괄적"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식생활 변화에 따라 신체발달이 빠르더라도 정신적인 성장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성년자 의제강간에서 보호하지 못하는 아동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한 아동복지법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현우 변호사(법률사무소 현율)는 "미성년자에 대한 성범죄 행위를 합의에 의한 성관계로 포장하여 빠져나가려는 일부 가해자들에게도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정 변호사는 "미성년자에 대해 제대로 된 성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교육현실에서 아이들이 13세 무렵에 건강한 성적자아를 형성하거나 바람직한 성적지식을 습득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합의하에 이루어진 성관계라 하더라도 어른의 요구가 대부분 관철될 수 밖에 없으므로 이는 아이의 성적무지를 이용한 성적학대의 범주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