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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서울 역삼동 포스코P&S타워 이벤트홀에서 한국지적재산권변호사협회 주최로 국제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는 미국 전체에서 특허소송을 가장 많이 다루는 EDTX(동부텍사스 연방지방법원)의 전·현직 판사들이 발표자와 토론자로 참석, 미국에서 특허소송을 진행할 때 유의점 등에 대해 논의했다. / 사진=황국상기자 |
미국에서 특허관련 소송을 가장 많이 다루는 동부텍사스 연방지방법원(이하 EDTX)의 전·현직 판사들이 방한해 국내 변호사들에게 미국내 특허소송에서 주의할 점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가 열렸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역삼동 포스코P&S타워 이벤트홀에서 한국지적재산권변호사협회 주최로 열린 국제세미나에서 론 클락 EDTX 법원장과 레오나드 데이비스 전 EDTX 법원장을 비롯해 현재 미국 현지에서 가장 많은 특허사건을 담당한다고 알려진 로드니 길스트랩 판사 등 3명이 'EDTX의 과거 현재 미래' '미국에서 특허소송을 수행할 때 유의할 점' 등 주제로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세미나는 클락 현직 법원장의 발표에 이어 3인의 참가자에 대한 질의응답 순서로 진행됐다. 약 3시간에 걸쳐 휴식시간 없이 진행된 세미나임에도 참가자 대다수가 강연장을 가득 채운 채 자리를 이탈하지 않았다.
◇EDTX, 매년 1000~1500건의 특허사건 수행.. 미국내 최다
EDTX는 미국내에서 특허분쟁을 가장 많이 다루는 대표적인 연방지방법원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EDTX의 특허사건 제소건수는 500건 미만에 불과했으나 2010년부터 500건을 넘어서기 시작했고 2012년부터는 꾸준이 연 1000~1500건의 제소가 이뤄지고 있다.
EDTX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단지 특허소송 건수가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다양한 특허 등 지적재산권 분쟁을 겪을 때 주로 상대방과 부딪게 되는 법원이 EDTX라는 점 때문이다. 지적재산권협회 관계자는 "EDTX는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특허분쟁 해결지로 주목받고 있다"며 "삼성, 엘지 등 한국기업이 가장 많이 소송을 당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EDTX가 처음부터 특허소송의 중심지로 유명했던 것은 아니었다. 1990년대 초반부터 특허분쟁의 조속한 진행과 소송비용·시간 경감을 위한 각종 규정을 도입한 덕에 2000년대부터 폭증한 특허소송에 원활히 대응할 수 있었다는 게 클락 법원장의 설명이다.
기술관련 학위를 가지고 있거나 특허법인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재판연구관(Law Clerk)의 업무보조가 원활하다는 점도 EDTX가 특허분쟁을 주도하는 이유로 꼽힌다. 클락 법원장은 "EDTX는 2013~15년 사이에 4500건 이상의 특허사건을 종결했다"며 "미국 전국 평균에 비해 사건처리 속도가 약 18% 더 빠르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사건초기 단계에서부터 사건의 기한(Deadline)을 설정해 해당기한 내에 사건을 종결짓도록 한다는 점도 EDTX가 많은 사건을 처리할 수 있었던 이유로 꼽힌다. 증거개시제도(Discovery, 정식재판 이전에 분쟁당사자가 증거를 상호공개토록 하는 제도)나 '마크맨 히어링'이라고 하는 미국특유의 청구항 해석절차(특허의 의미나 보호범위 등에 대해 판사가 직접 결정토록 하는 제도) 등도 신속한 특허분쟁 처리에 일조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전체 사건의 80% 가량은 합의 등으로 종결이 된다고 한다. 청구항해석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당사자들이 향후 소송으로 진행이 됐을 때 승소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전체 제소건수 중 실제 소송으로까지 진행되는 경우는 2~4% 정도이며 나머지 16~18% 정도는 약식판결로 종결되거나 기각된다고 한다.
클락 법원장은 "조기에 주장과 항변의 핵심을 파악하고 증거개시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며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일단 설정된 분쟁해결 기한연장이 허용되지 않으므로 재판준비에 필요한 시간도 잘 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분쟁에서 발견되는 나의 약점에 대해 무조건 숨기려는 전략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재판연구관 등이 해당약점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법원에서 진술할 때도 '이러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제 강점은 이러하다'는 등으로 진실만을 말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외국식 영어의 억양이 너무 강해서 배심원단이 알아듣지 못하는 변론이 진행되는 경우에 대해서도 유의해야 한다"며 "일반인들이 잘 알아듣지 못하는 특허용어를 간명하게 잘 진술할 수 있는 통역자를 고르는 것도 특허분쟁에서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현지규정 이해가 중요, 법원의 신뢰를 얻는게 관건"
분쟁 전 과정에 걸쳐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는 당부도 잇따랐다. 길스트랩 판사는 "소송은 판사나 배심원으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한 싸움이자 경쟁"이라며 "변호인으로서 진실하지 못한 믿을 수 없는 주장이 나올 경우 이는 향후 핵심증인 기각이나 핵심증언 삭제 등 패소로 직결될 수 있는 제재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의 신뢰를 잃을 수 있는 행위의 사례로는 △증거개시 절차에서 고의로 제출하지 않은 증거를 추후 분쟁과정에서 제출해 재판일정 지연을 초래하는 행위 △내가 고의로 숨긴 불리한 증거가 상대방 측의 공격과정에서 공판 중에 노출되는 경우 등이 꼽혔다.
미국 텍사스 현지의 변호사들을 통하는 경우가 EDTX에서의 원활한 업무수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도 나왔다. 데이비스 전 법원장은 EDTX가 원·피고 중 어느 쪽의 손을 주로 들어주느냐는 질문에 "배심원들은 분쟁당사자들의 신뢰성과 솔직함을 원하고 텍사스의 규정을 잘 아는 변호사들이라면 분쟁을 둘러싼 다양한 사안을 좀 더 잘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분쟁의 피고 측이 텍사스 변호사들을 공판에 참여시켰을 때 승소율은 50%까지 올라갔다"고 말했다. 길스트랩 판사도 "(텍사스) 현지 변호사가 법정대응 준비를 더 잘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미국국적 기업의 승소율이 더 높은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길스트랩 판사는 "통계를 집계해 본 적은 없으나 다국적기업들이 EDTX에서 승소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국적 기업이라고 해도 해외로 본사를 이전하는 경우도 잦고 세간에 미국기업이라고 알려져 있더라도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며 기업의 국적이 소송승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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