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상' 제작보고회/사진=최부석 기자.

2013년 개봉해 9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한 영화 '관상'의 제작사가 감독에게 1억8000여만원의 흥행 성공보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2심에서도 유지됐다.

서울고법 민사8부(부장판사 여미숙)는 17일 영화 '관상'의 한재림 감독이 제작사 주피터필름을 상대로 낸 보수금지급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주피터필름이 1억83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주피터필름이 한 감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는 1심과 마찬가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주피터필름은 2011년 1월 배급사 미디어플렉스와 영화 '관상'의 공동제작계약을 체결했다. 미디어플렉스가 제작비 투자를, 주피터필름이 기획 및 제작을 담당해 이후 수익을 나누기로 했다. 주피터필름이 순수익의 34%를 지급받되, 순제작비 예산이 초과될 경우에는 주피터필름 측이 전적으로 자금 조달을 책임지는 내용이었다.

같은해 9월 주피터필름은 한 감독과 감독고용계약을 맺었다. 여기에는 '영화 개봉 후 총제작비를 넘는 수익이 발생하면 주피터필름이 한 감독에게 지분의 5%를 흥행 성공보수금으로 지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당초 촬영기한은 2013년 1월 말~2월 초까지로 예정됐지만 한 감독은 이보다 늦은 2013년 4월 촬영을 마쳤다. 이 과정에서 늘어난 제작비 마련을 위해 주피터필름은 미디어플렉스와 최종 순제작비를 76억5000만원으로 확정하고 당초 받기로 했던 순수익의 34% 중 8.5%를 미디어플렉스에 양도했다.

이후 주피터피름은 "한 감독이 제작일정 협의를 거부하는 등 촬영기간을 연장시키고 제작비를 초과해 손해가 발생했다"며 8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그러자 한 감독은 "고용계약 당시 체결한 흥행 성공보수금을 받지 못했다"며 2억2200여만원을 청구하는 맞소송을 냈다.

앞서 1심은 "한 감독이 영화촬영 당시 향후 추가 제작비 조달을 위해 지분양도계약을 체결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며 한 감독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한 감독과 주피터필름 사이에 흥행 성공보수금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사실은 인정된다"며 "주피터필름이 한 감독에게 흥행 성공보수금 1억83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도 1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계약내용에 비춰볼 때 제작사는 예산과 일정 등 영화 제작과 관련된 모든 과정에서 한 감독과 협의하거나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최종 결정권을 행사했다"며 "한 감독이 촬영계획표에서 정한 일정을 지키지 않고 촬영을 강행했다고 볼 만한 근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촬영일정이 당초 예상보다 2개월 정도 지연된 것은 날씨와 출연진 일정 중복, 순제작비 초과 문제 등으로 취소 또는 중단됐기 때문이다"며 "한 감독이 계약 의무를 위반해 영화 촬영일정이 지연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