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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판례氏] "남편한테 우리 사진 보여줄까?"

[the L] "물리적 폭행 없어도 현저히 곤란한 수준의 협박 땐 강간죄 성립"


어느 정도 수준의 폭행과 협박을 받아야 강간죄를 물을 수 있을까? 법이 정한 '항거불능 또는 현저히 곤란한 수준의 폭행과 협박'에는 물리적 폭행이 아닌 말로 한 협박도 포함이 될까? 법원은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은 '협박'으로도 강간이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모든 것은 전화 한 통에서 시작됐다. A씨는 옛 애인 B씨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고 모텔로 가 관계를 맺었다. 객실 불이 꺼져있어서 제대로 얼굴을 보지는 못했다. 이후 옛 애인은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가 모텔에 있는 사진을 찍은 남자가 너를 만나고 싶어 한다"며 "원하는데로 해줘라. 그렇지 않으면 남편에게 사진을 보내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옛 애인과 만남 이후 지옥이 시작됐다. 사진을 찍었다는 남자는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성관계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가족들에게 사실이 알려져 가정이 파탄날까 두러웠던 A씨는 요구를 거절하지 못했다. 그는 A씨의 집에 찾아가고 밤늦게 전화를 하고 돈까지 요구했다.

조사 결과 B씨는 A씨의 옛 애인이 아니었다. B씨가 잘못 건 전화를 A씨가 받았는데, 옛 애인 행세를 하며 A씨를 속인 것이었다. 게다가 모텔에서도 객실 불을 끄고 만나 A씨가 자신의 얼굴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것을 안 B씨는 불륜 사진을 찍은 척 하고 A씨를 협박해 강제로 관계를 맺었다.

A씨 측은 "B씨가 성관계 맺은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해 할 수 없이 관계를 맺었고 이는 강간이다"고 주장했다. B씨는 "협박은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할 정도는 아니라서 강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1심은 강간을 인정, 징역 3년을 선고했지만, 2심 법원은 강간이 아니라고 판단, 징역 1년6개월로 감형했다. 이같은 판단에는 물리적 폭행이 없다는 점이 주요 이유가 됐다. 2심은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여야 한다"며 "성관계를 맺은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했지만, 그 외에는 별다른 폭행이나 협박은 없었다.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정도로 볼 수 있지만 강간죄나 강제추행죄에 해당할 정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가해자가 폭행없이 오직 협박만을 수단으로 피해자를 간음 또는 추행한 경우에도 협박의 정도가 항거 불능 수준이었다면 협박으로 간음 또는 추행이 이뤄진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2006도5979)

대법원은 "유부녀의 혼인외 성관계 사실 폭로는 명예손상, 가족관계 파탄 등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폭로의 상대방이나 범위 및 방법(예를 들면 인터넷 공개, 가족들에 대한 공개, 자녀들의 학교에 대한 공개 등)에 따라서는 그 심리적 압박의 정도가 심각할 수 있으므로, 단순히 협박 내용만으로 그 정도를 단정할 수는 없다"고 봤다.

이어 "그 밖에도 협박의 경위, 가해자 및 피해자의 신분이나 사회적 지위, 피해자와의 관계, 간음 또는 추행 당시와 그 후의 정황, 그 협박이 피해자에게 미칠 수 있는 심리적 압박의 내용과 정도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B씨가 본인을 조직폭력배라고 소개한 점 △집에 전화를 걸어 자녀들에게 아빠의 전화번호를 물어보는 등 압박한 점 △자녀가 있는 집에까지 찾아와 협박하고 관계를 맺은 점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사실이 알려지자 자살시도까지 한 정황 등을 고려할 때 협박의 수준이 강간죄 및 강제추행죄가 성립될 정도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사건을 다시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고, B씨는 1심과 같은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관련조항

형법

제297조(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특수강도강간 등) ① 「형법」 제319조제1항(주거침입), 제330조(야간주거침입절도), 제331조(특수절도) 또는 제342조(미수범. 다만, 제330조 및 제331조의 미수범으로 한정한다)의 죄를 범한 사람이 같은 법 제297조(강간), 제297조의2(유사강간), 제298조(강제추행) 및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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