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 사건 청원에 답변하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청와대 유튜브

술에 취해 저지른 범죄에 대해 형량을 줄여주는 이른바 '주취감경' 제도를 폐지해달라는 국민청원에 청와대가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답변한 가운데 법조계에선 형법상 주취감경 폐지 문제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6일 청와대 일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라이브인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에서 "(주취감경) 규정 자체를 삭제하는 것은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두순 사건'과 관련해 20만건 이상의 동의를 받은 '주취감경 폐지' 청원에 대한 답이었다.

현행 형법에는 제10조 심신장애인, 제53조 작량감경 관련 조항에 주취감경의 근거가 있다. 그러나 대법원 양형규정에 따라 성범죄의 경우 사실상 주취감경이 불가능하다.

주취감경 폐지 여부를 놓고 변호사들의 입장은 찬반으로 갈렸다. 변호사단체는 대체로 주취감경 폐지에 찬성했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주취감경은 없어지는 게 맞다"며 "음주운전은 가중처벌하면서 음주 폭행이나 주취 성희롱 등에 관대하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엔 음주에 대해 관대한 사회였고 사소한 실수는 넘어가는 시대였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률가들이 국민들의 소박한 법감정을 받아들여 주취감경을 폐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음주한 경우 더 엄격하게 처벌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장도 "음주운전도 잠재적 살인죄로 처벌받는데, 주취했다고 감경받는 건 문제가 있다"며 "이미 많은 법원에서 주취감경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주취감경 폐지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다. 이필우 변호사(법무법인 콤파스)는 "조두순 사건과 같은 경우에 주취감경을 적용했다면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주취감경을 일괄적으로 폐지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며 "심신 미약의 사유로 주취가 있는 것인데 경우에 따라 주취가 감경 사유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이를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박대영 변호사 역시 "형법상 주취감경이 있다고 해서 단순히 술을 마셨다는 이유만으로 낮은 형으로 처벌되는 일은 거의 없다"며 "법 개정은 주권자의 의사에 따라 입법기관에서 하는 것이겠지만, 주취감경을 아예 폐지하는 것은 책임주의 형벌체계에 큰 혼란을 가져오는 문제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법무부는 주취감경 문제에 대한 청와대의 답변과 관련, "별도의 입장을 밝힐 계획이 없다"며 "국회에서 관련 법안에 대한 심사를 앞두고 있는 만큼 법안 심사 과정에서 의견을 내겠다"고 밝혔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자의로 음주 등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범죄행위에 대해 감형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