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판을 엎은 것도 아닌데 불기소라니요? 진짜 수사지휘 한 번 하시죠!!

동탁은 어가를 호위한다는 명분으로 황제를 볼모로 잡아 전횡을 일 삼았고, 조조 역시 황제를 볼모로 잡아 승상이 되어 권력을 움켜 쥐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탁도 조조도 한결같이 황제에 대한 충성을 얘기하였습니다.

사실 유비나 손권도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만.

근자에 요즘처럼 법치주의가 많이 회자되는 시절이 있었나 싶습니다.

장관님도 법치주의를 위해, 총장님도 법치주의를 위해 일 한다고 얘기하는데 어째 법무부나 검찰이 하는 일을 보면 법치주의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절차에 하자가 적지 않은 법무부의 징계절차를 보고 있자면 이미 극복된 규문주의가 이 시대에 다시 생명을 얻어 살아난 것처럼 보입니다.

(간략히 규문주의는 수사를 담당하는 기관과 재판을 담당하는 기관이 분리되어 있지 않은 형태를 의미하는데 관아에서 사또가 죄를 묻고 그 자리에서 형을 내리던 광경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총장교체=검찰개혁’인가요? 정말 그런가요?

속칭 ‘김영란법’과 관련해 검찰도 최근 대단히 참신한(?) 법리를 기초로 제 식구를 감싼 적이 있습니다.

4만 원 덜 먹은 사람은 불기소, 100만 원 채운 사람은 기소.

접대한 사람은 이전부터 불법행위를 하여 지금 수사를 받는 사람이고 접대 받은 사람은 수사를 하는 검사입니다. 당연히 직무관련성이 있지 않을까요?

첫 번째로 검토해야 할 죄는 당연히 ‘수뢰죄’가 되어야 하고, 100만 원에 상당하는 향응의 제공은 의례적인 선물로 볼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수뢰죄에 대한 내용은 아예 없고 비교적 처벌이 가까운 ‘김영란법위반죄’만을 검토했습니다.

그리고 단독정범이 아니라면 당연히 공동정범을 검토했어야 합니다.

‘공모공동정범’과 ‘실행의 착수 이후 공범관계의 이탈은 단순한 중지가 아니라 결과의 방지가 필요하다’는 부분은 판례로 확고하게 정립된 이론인데 어째서 이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았을까요?

같은 자리에서 술을 먹었으니 함께 향응을 제공 받는다는 인식과 의사가 있었으니 어렵지 않게 공모공동점범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고,

이미 술자리를 함께 하면서 실행의 착수에 이르렀으니 조금 일찍 가는 정도를 공범관계에서 이탈한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

술판이라도 엎어 그 자리를 파하게 만들었어야만 공범관계에서의 이탈을 인정할 수 있을 텐데,

‘일찍 가서 4만 원 어치 덜 먹었으니 불기소’라고 하니 누가 쉬이 수긍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법무부나 검찰이나 모두 법치주의를 수호한다고 합니다.

‘필자 양반, 여기도 그르다, 저기도 그르다 하는데 도대체 당신 생각은 뭐요?’

‘전에는 검찰총장의 교체는 법에 정한 절차에 따를 일이지 정치적 압박으로 해결하려 하면 안 된다고 검찰 편을 들더니, 또 전에는 독직폭행으로 검사를 기소하면 안 된다고 법무부 편을 들더니 필자 양반 당신은 도대체 누구 편인가요?’라고 물으실 수 있겠네요.

누구의 편을 들어 옳고 그름을 얘기하게 되면 누구의 편에 서느냐에 따라 법치주의가 왜곡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법은 상당히 잘 정비되어 있어 법률의 해석∙적용에 개인의 이익이나 특정 진영의 이익을 투영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법으로도 얼마든지 현재를 규율할 수 있고 다소 모자란 부분은 법원의 해석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규율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법으로도 얼마든지 현상을 규율할 수 있는데 굳이 법과 원칙을 살피지 않은 채 어느 한 쪽의 가치판단을 전제하여 현실을 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로만 ‘법과 원칙’을 얘기할 것이 아니라 배운 대로, 공부한 대로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면 됩니다.

술판을 엎은 것도 아닌데 4만 원 어치 덜 먹어서 불기소라고 하니.

장관님, 총장님. 그만 싸우시고 수사지휘 한 번 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