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페이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가 북을 치고 있다. 2021.11.3/뉴스1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상장 한 달 만에 스톡옵션을 통해 900억원에 이르는 차익을 올린 '먹튀 사건'에 소액주주들의 분노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영진의 명백한 불법행위가 없었다면 배상금을 받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카카오페이 (79,100원 2100 2.73%)는 지난달 10일 류영준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 8명이 보유지분 44만993주(약 900억원)를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상장한 지 40여일 만에 고위 임원진이 스톡옵션으로 취득한 주식을 대량 매도하면서 이른바 경영진 '먹튀' 논란이 불거졌다.

경영진의 주식 대량 매도 소식이 알려지자 주가는 곤두박질했다. 지난달 9일 20만8500원이었던 주가는 지난 20일 12만6500원까지 40%가량 급락했다. 180만여명의 소액주주들이 주가하락으로 인한 손해를 입었다.

개인 투자자들은 법적으로 대응해 피해를 실질적으로 보상받을 필요가 있다고 반발한다. 현행법상 카카오페이 임원들의 스톡옵션 행사와 주식매각은 합법이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은 이번 사태로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증권 직원들이 우리사주를 처분하고 줄퇴사를 하는 등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넘어 회사에 실질적인 피해를 끼쳤으니 소송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법조계는 소액주주들이 카카오를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하더라도 승소할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주주대표소송은 소액주주가 회사에 손해를 끼친 임원을 상대로 회사를 대신하여 제기하는 소송이다. 현행 상법과 증권거래법에 따르면 상장법인의 경우 0.01%의 지분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소액주주들이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주주대표소송을 다수 진행한 한 변호사는 "보통 주주대표소송은 경영진이 횡령이나 배임 등 위법한 행위를 해서 회사가 가진 현금이나 자산이 없어지는 손해가 발생했을 때가 가장 많다"며 "승소하는 사례도 역시 경영진의 잘못으로 회사가 과징금이나 벌금을 부과받아 회사가 명확한 손해를 보는 경우"라고 했다.

이어 "이번 사태처럼 단순한 주가 하락을 회사의 손해라고 보기는 어려울 뿐더러, 자회사 직원들의 줄퇴사나 회사 이미지 하락도 회사의 직접적인 손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주주대표소송은 경영진의 명백한 위법행위가 있어야 하고, 회사의 피해와 명확한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승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주대표소송이 제기돼 소액주주들이 승소한 첫 사례는 지난 1997년 제일은행 전 현직 이사들을 상대로 한 소송이었다. 주주들은 한보그룹에 불법대출을 해줘 은행을 부실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고,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2002년 이철수 신광식 전 행장 등으로 하여금 은행에 1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또다른 경제 전문 변호사는 "만약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각하고 그 이후 이슈가 생겼다면 인과관계를 따져 충분히 소송이 가능하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확실하지 않다"며 "만약 이런 의뢰가 온다면 소송을 내지 않는 방향으로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에 스톡옵션을 주는 기업의 가치를 꼼꼼하게 따져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홍석 변호사는 "스톡옵션 준다는 것 자체가 스타트업이나 성장성이 두드러진 업종에서 투자자나 직원들의 이탈을 방지하고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서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성장성이 높을수록 차익실현의 유인이 커지고 제어하기 쉽지 않다"며 "스톡옵션에 매도기간에 제한을 두더라도 시장의 충격시점을 늦추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은 위험을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