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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결혼했다고 좋아하기를 중단합니까"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4월13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룸에서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포함한 2차 내각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인수위사진기자단

얼마 전 한 언론에서 겉과 속이 다른 정치권의 대표적인 발언으로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는다'를 꼽았다. 법조계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으면 '법과 원칙대로 하겠다'를 들 수 있겠다. 법이 일일이 주위 눈치를 봐선 곤란하지만 '법' 또한 민심의 바다 위에 떠 있음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론의 지지를 받지 않는 수사가 순항하기 어렵다는 건 검찰이 가장 잘 안다. '수사는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법조 격언도 민심의 이런 존재감을 담은 말로 통한다. 검사 출신으로 법조계 경력 20년차의 한 인사는 "국정농단 특검 역시 민심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성과를 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돌이켰다.

최근 검찰의 문재인 정부 고위공직자 수사가 주목 받는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검찰은 지난 31일 검찰청별로 흩어져있던 문 정부 공직자 관련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무더기 이송했다. 사건의 성격과 수사의 전문성을 고려한 조치라고 하지만 전 정권 인사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에 아니라고 말하긴 힘들다.

죽은 권력을 향한 검찰의 칼날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사 바로세우기, 적폐 청산처럼 이름을 바꾼 수사가 반복됐다. 정권 차원에선 새 정부의 정당성과 국정동력을 세울, 검찰 입장에선 옅어진 존재감을 또렷이할 기회가 지난 정부 인사의 부덕이다.

현재 진행 중인 수사로 범위를 좁히면 사안 자체로도 소위 '이야기'가 된다. 강제북송, 서해 공무원 피살, 공수처 통신조회, 법무부 장관 위법감찰 지시 논란. 하나하나가 위법의 다툼 여지가 크면서 파괴력도 거대한 사건이다.

사건 상당수가 문재인 정부가 살아있는 권력이던 시절 수사에 착수했다가 제동 걸린 사안이라는 점을 보면 검찰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만도 없다. 의도성 짙은 기획수사로 몰아붙이기엔 '미뤄진 정의 구현'이라는 검찰 내부의 의무감이 작동한 것이라는 해석을 가볍게 보기 어렵다. 지금은 보수 정부의 대통령이 됐지만 5년 전엔 보수 정권의 속살을 파헤쳐 무너뜨리는 데 일조했던 윤석열 사단이 수사팀의 중추라는 점 역시 살필 필요가 있다.

이번 수사의 관건은 그래서 다시 민심이다. 한건 한건이 몇몇 인사의 운명을 가르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폭탄이라는 점에서 수사의 정당성과 별개로 수사 자체가 정치적으로 다뤄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검찰도 안다. 대통령 지지도가 이번 수사의 유효기간이라는 걸. 하지만 애석하게 수사의 뒷배가 될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정부 출범 3개월만에 이상 조짐이다. 전 정부 인사에 대한 수사의 정치적 배경을 의심하는 시선에 대응하기 앞서 수사를 얼마나 내실 있게 마무리할 수 있을까부터 고심해야 할 상황이다.

박찬욱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 "한국에선 좋아하는 사람이 결혼했다고 좋아하기를 중단합니까"라는 대사가 나온다. 검찰의 언어로 변형하면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수사를 중단해야 합니까" 정도가 될까. 상황이 꼬일수록 앞으로 검찰의 무기는 법과 원칙을 얼마나 지켜내느냐에 달릴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의 검찰이라 더 그렇다. 검찰의 고민이 오늘도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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