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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비동의 간음죄' 대법원도 "신중 검토 필요"

대법원/사진=뉴스1

대법원이 제21대 국회에서 발의한 '비동의 간음죄' 입법안을 검토한 뒤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가 곤란해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3일 확인됐다. 비동의 간음죄는 최근 여성가족부가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했다가 법무부에서 '반대 취지의 신중검토 의견'을 제시하면서 정부 입법이 무산된 사안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 법안심사자료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비동의 간음죄 도입과 관련, "입법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폭행·협박 등 객관적인 행위 수단을 요구하지 않고 단지 성행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지 여부라는 주관적 사정에 따라 범죄 성립 여부가 좌우되도록 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곤란한 측면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성행위 상대방의 의사 또는 동의 유무는 비동의 간음죄 구성요건으로서 원칙적으로 검사에게 입증 책임이 있지만 실제 재판에서는 피고인이 반대 사실(동의 여부)에 대한 입증 부담을 지게 되는 등 사실상 입증 책임이 전환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성폭력범죄의 기본형이라고 할 수 있는 기존 강간죄 등의 구성요건에 중대한 변경을 가하는 것"이라며 "형법체계상 다른 성범죄의 구성요건에 대한 수정도 함께 수반돼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소병철 의원과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비동의 간음죄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각각 발의했다. 비동의 간음죄는 동의 없이 이뤄진 성관계를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행 형법 제297조(강간)에서 범죄의 요건을 규정하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라는 문구를 '동의 없이 이뤄진'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백 의원 발의안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간음·유사강간·추행을 현행 유사강간·강제추행과 같은 수준으로 처벌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소 의원 안은 의사에 반하는 간음·유사강간을 현행 강간·유사강간보다 낮은 수준으로 처벌하도록 헀다. 의사에 반해 간음할 경우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지만 폭행·협박을 동원한 경우 3년 이상으로 형량이 높다. 류 의원 안은 동의 없는 성관계에 대해 1년 이상의 징역, 폭행·협박을 동원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법무부는 이와 관련, " 비동의 간음죄 도입은 성범죄의 근본 체계에 관한 문제"라며 "학계 등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해외 입법례 등에 대한 연구를 포함해 성폭력범죄 처벌 법체계 전체에 대해 사회 각층의 충분한 논의를 거치는 등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가부가 법안 도입을 발표한 지난달 26일에도 법무부는 같은 취지의 입장과 함께 "비동의 간음죄 개정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민만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형법)는 "국내에서는 폭행이나 협박·위계·위력의 수단을 써서 간음한 경우에만 처벌하는데 비동의 간음죄를 도입하면 다른 유형의 간음죄 처벌 조항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법원행정처에서도 신중히 해야 한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도입에 관한 논의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곧바로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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