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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조작=남는 장사" 法 비웃는 그들…2명 중 1명 재판도 안 받아

[MT리포트]'주가조작=패가망신법' 미완성 공식(下)

편집자주'주가조작 패가망신법'이라고 불리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했다. 불공정거래로 번 돈을 모두 환수해 '감옥가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을 뿌리뽑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하지만 개정된 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정 취지를 달성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패가망신법이 놓친 것을 짚어본다.



주가조작범 절반만 기소, 그중 절반은 '집유'…주가조작은 '남는장사'


③미약한 처벌로 제2, 제3의 범죄 양산

"한 번이라도 주가조작 같은 불공정거래에 가담할 경우 일벌백계로 다스려 패가망신한다는 의식이 심어지도록 하겠다. 부당행위가 오히려 이익이라는 시장의 인식도 강력한 처벌로 반드시 개선하겠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달 22일 한국거래소를 직접 찾아 패가망신을 언급한 것은 '주가조작으로 처벌받아도 오히려 이득'이라는 인식이 만연한 현실을 역설적으로 드러낸 장면이었다. 주가조작 과징금을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한 법안 또한 SG사태 등 최근 잇단 불공정거래 사건과 맞물려 관련자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친다는 비판여론이 치솟으면서 지난달 말 국회를 통과할 수 있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주가조작사범에 대한 미약한 처벌이 여실히 확인된다.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2016~2021년 불공정거래 위반으로 수사기관에 고발·통보한 854명 가운데 457명(53.5%)이 조사만 받고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다. 주가조작 혐의가 적발돼도 2명 중 1명은 재판도 받지 않았다는 얘기다.

재판에 넘어가 징역형이 선고되더라도 집행유예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2020~2021년 대법원이 불공정거래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사례가 103건 중 50건으로 절반(48.5%)에 달했다.

더 큰 문제는 사건마다 많게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부당이득이 제대로 환수되지 않은 채 범죄 피의자 수중에 고스란히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을 지낸 김영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뺏겨봐야 일부에 그치고 실형을 살더라도 1~3년 수준이라는 점이 불공정거래 범죄를 키운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감옥 가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새로운 수법을 동원한 제2, 제3의 주가조작범죄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2019~2022년 금융위에서 불공정거래로 제재받은 643명 중 149명(23.1%)이 과거에 이미 한 번 이상 금융위로부터 고발·통보 또는 과징금 이상의 제재를 받은 전력자라는 통계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국내법 체계에서 부당이득은 법정형과 연계되 때문에 검찰이 법정에서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범죄수익으로 환수하지 못하고 처벌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주가조작범들이 수천억원씩 돈을 벌어도 제대로 환수가 안 되니 감옥에 갔다가 나와도 또 주가조작을 하지 않겠냐"며 "이번 법 개정에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판례가 쌓이고 추가 논의가 이뤄지만 언젠가 국민적 합의에 도달하는 시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조작=패가망신…'죽어야' 감옥에서 나오는 미국


④해외사례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전광판을 주시하고 있다. /AFP=뉴스1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12년 미국 역사상 최악으로 꼽히는 SAC캐피탈의 내부자 거래를 적발, 부당이득 2억7500만달러(현재 환율 기준 약 3556억원)의 2배가 넘는 6억1600만달러의 합의금을 받아냈다.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 기밀정보를 활용해 수천억원대의 부당이득을 거둔 이 사건으로 SAC캐피탈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였던 매튜 마토마는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서 징역 45년형을 선고받았다.

1년 뒤 SAC캐피탈은 1999년부터 2010년까지 20개 이상의 상장사 내부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거둔 혐의로 다시 연방검찰로부터 기소돼 18억달러(약 2조3000억원)를 물기로 합의했다. 내부자 거래 혐의 관련 벌금으로 사상 최대다. 뉴욕남부연방법원은 당시 합의안을 원안대로 승인했다.

72조원에 달하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를 저지른 버나드 메이도프의 경우 2009년 징역 150년형을 선고받은 뒤 2021년 82세를 일기로 사망할 때까지 감옥에서 나오지 못했다. 2001년 분식회계를 통해 주가를 올린 사실이 드러난 글로벌 에너지 기업 엔론의 케네스 레이 회장은 분식회계와 주가 조작 등의 혐의로 징역 24년형을 선고받는 등 재판을 받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미국 금융·사법 당국의 확고한 대처를 보여주는 사례다. 형사 처벌 수위와 벌금 규모 모두 불공정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당국의 의지를 대변한다.

법원이 선고하는 수백년 단위의 징역형 선고도 강력하지만 SEC가 직접 또는 법원에 청구해 부과하는 민사제재금이 특히 눈길을 끈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부당이득 추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감옥 갔다 와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굳어진 상황이라는 점에서다.

SEC가 불공정거래 행위와 인과적으로 연결된 부당이득에 대해 합리적인 추정을 제시하면 피고가 부당이득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방식으로 부당이득 반환 금액을 산정하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SAC캐피탈이 물어낸 수조원 규모의 벌금과 몰수금이 이런 방식으로 나왔다. 국내에서는 형사법 체계상 입증책임을 피고에게 넘기는 방식이 무죄추정원칙에 위반된다는 문제에 가로막혔다.

영국이나 독일, 일본의 경우 부당이득이 얼마나 되는지와 형량을 연계하진 않지만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미국 못지않게 엄격하게 대처한다. 영국은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형사 규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방편으로 금융행위감독청(FCA)이 검찰 등과 협의해 미국처럼 민사제재금을 부과한다. 일본은 증권감시위원회에서 과징금을 우선 부과하고 형사처벌을 보충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으로 불공정거래를 규제한다.

대부분의 경우 징역 등 형사 처벌 외에도 주가조작 등으로 거둔 부당이득 몰수에 더해 징벌적 성격의 제재금 부과까지 이뤄지기 때문에 불공정거래 행위를 엄단하겠다는 당국의 강력한 메시지로 통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에서도 주가조작과 관련된 처벌 규정을 실질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과징금 대상을 정확히 범위를 규정하기 힘든 부당이익에 한정하기보다는 전체 재산의 몇 배 등으로 강화해 주가조작 세력에게 돌이킬 수 없는 경제적 타격을 입히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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