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뉴스1) 박정호 기자 = 김성태 전 회장의 금고지기로 불리며 쌍방울그룹의 자금관리를 총괄한 김모 씨가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2023.2.1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북 송금' 사건 등에 연루돼 재판을 받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2일 입장문을 내고 "검찰이 김 전 회장에 대한 봐주기 수사를 하고 있다"는 야당 쪽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김 전 회장은 2일 오전 수원구치소에서 '더 이상 정치권의 희생양, 정쟁의 도구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냈다.

김 전 회장은 입장문에서 "진실이 호도되고 본인과 회사가 정치권의 희생양이 돼가는 사태를 보면 피를 토하는 심정"이라며 "저와 쌍방울그룹이 부도덕한 기업인, 부도덕한 기업으로 매도되는 현실에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고 밝혔다.

그는 입장문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 대표가 도지사로 있던 시절 경기도 등을 언급하며 본인은 억울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갔다.

김 전 회장은 "제가 재판을 받는 '대북 송금' 사건은 경기도와 그 관련자들의 제안으로 시작됐다"며 "투입한 자금도 회사 자금이 아닌 본인(김 전 회장) 개인의 자금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북 사업이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진행했다"며 "이번 사건으로 저와 제 가족은 물론 쌍방울 임직원 18명이 기소되고 이 중 11명이 구속되는 고통을 겪었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은 "금액과 조사대상만 보더라도 도대체 어느 부분을 '봐주기 수사' 했는지 납득이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특정경제범죄처벌법 위반, 자본시장법 위반 등 9개 법률을 어긴 혐의로 구속기소됐다"며 "검찰이 범죄 사실로 특정한 횡령 혐의 액수도 수백억원에 달한다. 회사는 물론이고 임원부터 일반 사원까지 여러 차례 검찰 압수수색과 조사를 당했다"고 했다.

또 "제 재산 전부가 추징보전 등으로 동결됐다"며 "쌍방울그룹의 지주사격인 회사마저 잃게 됐다. 여기에 사법리스크로 인해 사라진 계열사들의 시가총액까지 더하면 저와 회사가 입은 손실은 가히 천문학적 액수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상황이 이런데, 일부 정치인은 저를 노상강도에 비유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깡패라고 표현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파렴치한으로 몰았다"며 "품격 있고 덕망 있는 정치인들이 사용한 단어라는 게 무색할 정도의 저급한 말들로 저를 지칭하는 행태에 구치소 독방에서 쓴 눈물을 삼켰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검찰이 김 전 대표를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것에 대해 지난달 27일 본인 페이스북에 "노상강도를 경범죄로 기소한 이상한 검찰"이라고 썼다. 김 전 회장을 "깡패"로 칭한 인물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한 장관은 지난 김남국 민주당 의원이 2월15일 국회에서 "피의자에게 깡패라는 표현을 써도 되느냐"는 취지로 묻자 "깡패라고 본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은 "저는 노상강도도 깡패도 아니다"라며 "지난날의 과오에 대해 반성하고 수사와 재판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다. 법정에서는 진실만을 말하고 있으며, 사법부 판단에 따라 지은 죄가 있다면 달게 받을 것이다. 다만 하지 않은 일에 대한 유무죄 여부에 대해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김 전 회장은 "일부 정치인이 저와 경기도 대북사업에 함께 했던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정쟁에 이용하고 있다고 판단된다"며 "저는 단지 국민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고 후원한 이력이 있을 뿐이다. 지금은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제가 후원했던 정당으로부터도 비난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제가 마지막으로 바라는 것은 그룹 임직원들이 정치권의 희생양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쌍방울 임직원과 그 가족 2만여명의 삶의 터전을 지켜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