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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누가 된답니까 대법원장"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제목 그대로다. 요새 서초동 사람들을 만나면 으레 오가는 인사치레 끝에 꼭 이 말이 붙는다. "그래서 누가 된답니까." 6년의 임기만료를 한달 남짓 앞둔 김명수 대법원장의 후임 인선에 관한 질문이다.

연초부터 온갖 설이 돌더니 지난달부터는 두세명의 구체적인 명단이 돌기 시작했다. 후보군의 개인사와 성향, 정치권과의 관계까지 촘촘하게 분석된 하마평이 넘실댄다. 그만큼 차기 대법원장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다.

대법원장은 3부 요인 중 한 명이다. 대통령, 국회의장과 함께 행정 입법 사법의 민주주의 삼권분립을 상징한다. 1987년 민주화항쟁 이후 들어선 헌법재판소에서 자리를 넘보지만 행정 입법과 어깨를 견주는 사법의 수장 역할을 헌재와 비교할 순 없다.

퇴임이 얼마 남지 않은 김 대법원장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와 무관치 않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했던가. 그만큼 강력한 권한을 쥐고 사법행정을 좌우하는 이가 평탄한 평가를 받긴 쉽지 않다.

대법원장의 힘과 역할이 사실 이만큼 커진 데는 역설적으로 정치의 탓이 적잖다. 정치와 행정,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을 국회와 정부에서 해소하지 못하고 '법대로'를 외치며 사법에 미룬 결과가 오늘의 사법 과잉으로 이어졌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오죽하면 퇴임하는 대법관들마저 쓴소리를 남길까. 지난해 9월 퇴임한 김재형 대법관도 퇴임사에서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사법부가 나서서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되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모두 정치의 미숙 또는 정치의 근태불량이 빚어낸 말잔치다.

대법원장 교체기와 맞물려 민감한 현안 재판에 대한 선고가 김 대법원장 퇴임 전에 날지, 신임 대법원장 취임 이후 날지를 두고 법조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통상임금·무기계약직·임금피크제 등 산적한 현안에 골머리를 앓는 경제·노동계가 특히 그렇다. '김명수 코트(court)'에서 잇따른 친노동 성향의 판결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셈이다.

일선 법원에선 법관 인사권을 쥔 차기 대법원장 인선을 앞두고 판사들이 눈치보기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들린다. 법의 마지막 양심이어야 할 법관이 법이 아닌 '윗선'의 눈치를 보는 것만큼 서글플 일은 없다.

언젠가부터 재판 기사마다 '차라리 AI(인공지능) 판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댓글이 달린다. 정치는 자신의 책임을 잊은 채 법에, 법관에 매달리지만 사람들 사이에선 법관마저 '추락하는 정의'로 보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 중요한 것은 '누가 된답니까'가 아니다. 사법은 어떠해야 하는지, 무엇이 정의인지, 그 기본이 핵심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주까지 차기 대법원장 지명을 위한 인사검증을 마무리하고 다음주 초 최종후보를 지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으로 6년 다시 한번 사법의 기초를 다질 수 있을지가 차기 대법원장을 어떻게 뽑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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