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민유숙 대법관이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관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2023.12.29/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민유숙 대법관이 29일 6년 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며 "앞으로 성별과 나이, 경력에서 다양한 삶의 환경과 궤적을 가진 대법관들이 상고심을 구성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민 대법관은 이날 오전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통해 "대법원이 시대의 흐름을 판결에 반영하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로 더욱 확고하게 자리 잡기를 소망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민 대법관은 "사회의 분쟁과 갈등이 종국적으로 판단되는 대법원, 특히 전원합의체에서는 사건에 관해 다원적 견해와 가치관을 바탕으로 풍성한 논의와 토론을 한다"며 "이 과정을 통해 대법원이 쟁점을 더 세밀하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고 다양한 가치와 대립하는 이해관계 사이의 비교형량이 가능해진다. 이렇게 도출된 결론은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통합과 화합의 방향을 제시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법률이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입법 공백이 발생했음에도 명문의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법적 접근을 부정하거나 형식적으로 법률을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적극적으로 법의 정신과 입법목적을 탐구하고 관련자들 사이의 세심한 법익 균형을 맞추기 위해 유연한 해석을 했다"고 밝혔다.

민 대법관은 "6년 전 여성 법관으로서의 정체성으로 대법관의 새로운 소명을 받아 직무를 시작한 이래 젠더 이슈를 비롯해 사회적 약자에 관한 사건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했다"며 "범행의 객체로만 취급됐던 성폭력·성착취 피해자, 법률효과의 대상에 불과하다고 여겨졌던 미성년자나 아동·청소년의 지위에 권리성을 부여하고자 했다"고 돌이켰다.

또 "다문화 가정의 외국인 배우자를 비롯해 열악한 지위에 있는 분들에게 사법적 구제를 위한 접근의 길을 만드는 데 온 힘을 다했다"며 "대법원장님께서 법원 구성원들의 지혜와 뜻을 모아 이끌어주시고 법원 가족들이 함께 손을 잡고 나아가는 모습을 보며 멀리서나마 벅찬 마음으로 늘 법원의 발전을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