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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불에 달린 배달 고교생 '쾅'…법원이 병원비 환수 막은 이유

[theL]

/사진=뉴스1
신호위반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라도 음주·과속 등 고의·중과실로 신호를 위반했다는 근거가 없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운전자로부터 치료비를 환수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오토바이 배달원 A씨가 건보공단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환수고지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 대해 지난해 11월3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22년 6월30일 0시20분쯤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 배달 오토바이로 경기도 안양시의 한 교차로를 주행하다 적색신호에 정지하지 않고 마주오던 좌회전 차량과 충돌, 골절상을 입고 5달간 치료를 받았다. 건보공단이 A씨를 위해 병원에 지출한 요양급여는 2677만원이다.

국민건강보험법(건보법)에는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원인이 있거나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경우" 보험급여를 지급할 수 없다는 제한조항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건보공단은 "교통사고처리법상 처벌 대상 중과실인 '신호위반'으로 사고를 냈으니 A씨는 부당하게 건보 혜택을 받은 것"이라며 보험급여 환수를 시도했지만,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A씨가 적색 신호가 켜진 교차로에 가속·감속 없이 원래 속도로 진입한 점, 강수량이 많아 오토바이 헬멧에 빗방울이 맺혀 시야 확보가 어려웠던 점을 감안하면 A씨가 제때 신호를 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낮에 등교하고 밤에 배달을 하던 점에 비춰 사고 당시 피로가 누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판시했다.

과거 대법원은 "교통사고처리법에 따르면 중과실이 아닌 경과실로 교통신호를 위반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며 "교통신호를 위반해 교통사고를 야기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그 사고가 건보법상 '중과실'에 해당한다고 단정해선 안 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를 인용하면서 "A씨가 음주음전이나 과속을 했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도 없는 상황에서, 단지 신호를 위반했다는 사정만으론 A씨가 고의에 가깝게 현저히 주의를 결여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건보공단이 항소를 포기해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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