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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에 있을래"…기각될 거 알면서도 '대법원 고' 상고하는 이유

[조준영의 법정블루스] 법정에는 애환이 있습니다. 삶의 고비, 혹은 시작에 선 이들의 '찐한' 사연을 전해드립니다.


#2021년 12월. 서울 강남구의 한 지하철역 앞에서 과일 노점상을 운영하던 A씨는 손님과 과일 외상값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 격분해 흉기로 상해를 입혔다. 1심 법원은 A씨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고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A씨는 원심이 선고한 징역형이 너무 무겁다며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에서 진행되는 형사 사건 상당수가 A씨의 사례처럼 양형부당을 주장하며 상고를 한 경우다. 대법원은 대부분 이를 기각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적법한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다.

형사소송법 383조에 따르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 중대한 사실의 오인이 있어 판결에 영향을 미친 때 또는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다.

즉 2심에서 징역 10년보다 낮은 형을 선고받은 경우 양형이 부당하다고 상고해도 대법원은 기각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이런 상고사건이 많은 것은 미결수가 누리는 이점 때문이다.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거나 법정 구속된 경우 피고인은 미결수 신분으로 구치소에 수감됐다가 형이 확정되면 기결수가 돼 교도소로 옮겨진다.

미결수와 기결수의 가장 큰 차이는 면회 횟수다. 미결수는 1일 1회 최대 30분 면회가 가능하다. 하지만 기결수는 모범수가 아닌 이상 월 4~6회로 제한된다.

모범수에 해당하는 S1(개방처우급)은 미결수와 마찬가지로 1일 1회 면회가 가능하지만 S2(완화경비처우급)는 월 6회, S3(일반경비처우급)는 월 5회, S4(중경비처우급)는 월 4회 순으로 면회 횟수가 줄어든다. 이 등급에 따라 화상면회나 전화통화 횟수도 달라진다.

대법원에 일단 상고하기만 하면 심리에 최소 2~3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에 피고인 입장에서는 그 기간만큼 구치소에 더 오래 있을 수 있다. 많은 피고인이 상고가 기각될 것을 알면서도 '곧 죽어도 고'를 외치는 이유다.

법조계 한 인사는 "서울구치소에 있는 미결수는 사실상 100% 상고한다고 보면 된다"며 "서울구치소가 있는 의왕은 서울에서 접근권이 좋아 가족들이 면회 오기도 편해 최대한 오래 있으려고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기결수가 되면 먼 지역으로 이감될 수도 있고 면회도 제한되기 때문에 기각을 예상하면서도 상고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이런 상고 움직임은 법관 재량으로 미결 구금일수를 형기에 산입할 수 있도록 한 형법 57조1항이 위헌 결정을 받은 2009년 이후 본격화됐다고 한다.

형이 확정될 때까지 1년 동안 갇혀 지낸 피고인이 징역 3년을 선고받으면 2년만 복역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과거 형법에 따르면 6개월만 산입돼 2년6개월을 복역할 수도 있었다. 해당 조항은 피고인이 섣불리 상고하지 못하게 막는 장치로도 활용됐다. 심리지연 등에 대한 피고인의 귀책 사유나 범행 후 태도 등을 법관이 참작해 산입기간을 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2009년 6월 해당 조항에 대해 재판관 8대 1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미결과 기결 구분없이 구금 일수가 똑같이 산정됐다. 헌재는 "피의자나 피고인이 적법하게 구금됐더라도 미결수의 구금은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당한 평가와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며 "산입 범위를 법관 자유재량으로 맡기는 것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고 밝혔다.

당시 위헌 결정으로 피고인들이 상고로 받을 불이익이 사라지면서 고민 없이 대법원을 찾게 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상고 이유에 맞지 않는 상고를 제기하더라도 대법원이 기각하는 것 외에 상고 자체를 막을 수 있는 제도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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