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청사/사진=뉴시

코로나19 당시 정부의 조치로 마스크 수출이 취소된 수출업체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보상금을 요구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김준영)는 A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실보상금 청구 소송에서 지난 5월31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반도체 수출입업체 A사는 지난 2019년 12월 홍콩에 마스크 500만개를 450만달러에 수출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고 다음해 2월 국내 마스크 생산업체로부터 같은 수량의 마스크를 25억원에 공급받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품귀현상이 생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긴급수급조정조치를 시행해 마스크 생산업자만 마스크를 수출하도록 제한했다. 이 조치로 수출 계약이 2020년 3월 취소되자 A사는 "정부가 보상책을 강구하지 않고 조치를 강행하면서 손실을 봤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A사는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에 대해선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는 헌법 제23조 제3항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긴급수급조정조치는 코로나19 발생과 유행 과정에서 생긴 마스크 등 물품 공급 부족으로 발생하는 국민 생활의 위험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며 국가의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정부 조치는 헌법 제23조 제1항 및 제2항의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한 법률에 따른 사회적 제약으로 봐야 한다"며 "원고의 주장대로 헌법 제23조 제3항에 따른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긴급수급조정조치가 헌법 제23조 제3항에 해당하더라도 A사가 근거로 든 조항은 보상청구권의 기준을 법률 규정에 유보하고 있어 이를 근거로 A사의 손실보상금 지급의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