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촬영물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더라도 불법 촬영물을 소지한 사실이 증명되지 않으면 성폭력 범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살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25일 확정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연인이었던 피해자 B씨로부터 500만원을 빌렸으나 갚지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해 말다툼을 하다가 B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3월 B씨와 헤어진 후에도 B씨에게 지속적으로 연락해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 등도 적용됐다.

쟁점은 성폭력처벌법 위반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였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피고인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촬영물을 이용해 피해자를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 2심 모두 성관계 영상 유포 협박 행위에 대해 성폭력범죄 처벌법 위반죄가 아닌 일반 협박죄를 적용했다. 촬영물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성적 촬영물이 존재한 바가 없다면 이를 이용한 협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B씨에게 전송한 협박메시지에 의하면 실제로 촬영물을 전송한 사실은 없고 A씨의 휴대폰 2대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결과 촬영물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A씨는 휴대폰으로 성관계 영상을 촬영하거나 소지한 사실이 없고 B씨를 겁주기 위해 실제로 동영상이 있는 것처럼 거짓말한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했다.

2심 재판부도 "A씨가 B씨를 협박하는 데 이용한 성적 촬영물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