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회원국 검사의 권한/그래픽=이지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에 각각 수사와 기소 권한을 넘기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에 수사와 기소 권한을 함께 주는 글로벌 추세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자칫 부패 범죄에 대한 수사 역량을 약화시켜 범죄자들만 이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권은 국무총리실 또는 행정안전부 산하 중수청에, 기소권은 법무부 산하 공소청에 이관하는 내용의 법안을 검토 중이다.

당초 올 10월 국정감사 이전에 당론으로 법안을 발의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경기도 예산 유용혐의로 추가기소되는 등 사법리스크가 커지면서 민주당이 검수완박 입법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세계 주요국들은 검찰에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을 부여해 중요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인권침해 요소가 있는 수사를 통제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OECD 회원국 38개국 중 검사의 수사권은 독일·프랑스·일본 등 34개국이, 수사지휘권은 30개국이 인정하고 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대륙법 체계를 채택한 31개국 중 검사에 수사지휘권이 없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고, 검사에 수사권이 없는 국가는 아예 없었다.

기소권을 가진 기관에 수사권을 주지 않은 것도 글로벌 스탠다드와 거리가 멀다. 영미법 체계를 채택한 캐나다·호주·아일랜드·이스라엘 4개국은 검사의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이 없지만 경찰에 수사와 기소기능이 결합돼있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아울러 G20 주요국 19개국 중 미국, 멕시코, 프랑스 등 15개국이 검사의 수사권을 인정하고, 11개국에선 검사가 수사지휘권도 함께 보유하고 있다. 19개국 중 검사의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이 모두 없는 국가는 영미법계인 호주, 인도, 캐나다 3개국에 불과하다.

전쟁범죄 등을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제형사재판소(ICC)나 유럽연합 예산 관련 범죄를 수사하는 유럽검찰청(EPPO) 또한 수사·기소 분리 대신 검사에게 권한을 집중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ICC는 검사에 해당하는 소추관에게 관할 범죄에 대한 수사개시와 종결 권한, 기소권과 공소유지권을 부여하고 있고 EPPO 역시 검사가 수사·기소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한다.

검찰개혁 추진에 한국의 부패수사 역량이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OECD 산하기구인 뇌물방지작업반(Working Group of Bribery·WGB)은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국내 부패수사 역량을 점검하기 위해 오는 21일부터 이틀간 한국을 찾는다. 수사권조정 논의 당시 WGB는 드라코 코스 의장 명의로 한국 법무부에 "입법 움직임에 우려를 표한다. 한국의 반부패와 해외 뇌물 범죄 수사와 기소 역량을 오히려 약화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는 내용의 서신을 보냈다.

김성룡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은 머니투데이와 한 전화통화에서 "'검수완박'이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말은 수년 전부터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라는 지적을 받았다"며 "검찰 수사권 행사를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개선방안은 필요하지만, 수사·기소권 분리는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많은 수사기관이 수사권을 나눠가지면 범죄자들만 이로워진다"며 "서로 좋은 것만 (수사)하려고 하고, 이를 활용하는 정치인들은 자기 입맛에 따라 골라서 (수사기관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범죄 투쟁에 대한 국가전체의 역량이 약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