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청사/사진=뉴시스

대한적십자사가 자신들이 사회복지법인은 아니지만 사회복지사업을 일부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복지법인에 적용되는 재산세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지만 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8부(부장판사 이정희)는 지난해 11월26일 대한적십자사가 서울시 중구청 등 42명을 상대로 제기한 적십자 재산세 등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9일 밝혔다.

이 사건은 서울 중구청장 등 지자체장들이 2022년 대한적십자사가 보유한 부동산에 대해 재산세 및 지방교육세를 부과하면서 시작됐다. 옛 지방세특례제한법(지특법)에서 '의료사업 외 사업에 직접 사용하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재산세를 25% 감면한다'고 규정한 내용을 토대로 했다.

그러나 적십자사는 부과된 세금 중 약 13억6000만원을 면제받을 수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사회복지법인에 대해 재산세를 모두 면제해야 한다는 내용의 지특법 조항이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적십자사는 "대한적십자사는 인도주의를 실현하고 세계평화와 인류 복지에 공헌하기 위해 설립됐고 이를 위해 수재, 화재, 기근, 악성 감염병 등 중대한 재난을 당한 사람에 대한 구호사업 및 사회복지사업 수행을 그 목적 사업으로 하고 있다"고 재판부에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개정된 지특법을 근거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지특법은 사회복지사업법에서 정하고 있는 기준에 따라 사회복지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에만 재산세 면제 등의 혜택을 줄 수 있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적십자사가 대한적십자사 조직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이고 사회복지사업법상 사회복지법인으로 분류할 수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재판부는 "적십자사는 이 개정법이 사회복지법인이 아니더라도 사회복지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의 경우 감면 대상에 해당한다는 취지라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2020년 시행 지특법 개정내용' 설명자료는 면제 대상인 사회복지법인 등의 대상을 체계화하고 면제 대상 사업 범위를 명확히 하고자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원고와 같이 해석하면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라 설립된 사회복지법인이 아닌 비영리법인이 사회복지사업을 영위하면 해당 부동산에 대한 재산세 등이 면제된다고 해석해야 하는데 이는 입법자 의사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지특법 내 다른 조항과의 체계적 해석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조항의 적용 대상에 원고가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