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고(故) 이예람 중사 어머니 박순정 씨가 1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고(故) 이 중사 사건 수사에 부당 개입한 혐의를 받는 전익수 전 공군본부 법무실장에 대한 상고심 선고를 마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이날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면담강요 혐의로 기소된 전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2025.04.10.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은폐를 시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중사 소속 부대 대대장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일부 상급자들은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3일 오전 직무유기·허위보고·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모 전 대대장에게 무죄를, 김모 전 중대장과 박 모 전 군검사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한민국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여성 부사관이었던 이 중사는 당시 남성 상관인 장모 중사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여러 차례 신고했으나 모두 묵살당하고 2차 피해까지 입어 2021년 5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와 관련, 김 전 대대장은 당시 이 중사와 장 중사가 속한 부대의 지휘관으로서 2차 가해 차단 조치를 하지 않아 직무를 유기하고 공군본부에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가 이뤄진 것처럼 허위 보고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전 중대장은 이 중사가 새로 전입하려던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의 한 중대장에게 '이 중사가 좀 이상하고 관련 언급만 해도 고소하려 한다'는 허위 사실을 말해 이 중사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박 전 군검사는 이 중사 사망 전 사건을 송치받아 2차 가해 정황을 인지했으나 장 중사의 구속수사 필요성 검토를 방임하고 휴가 등을 이유로 조사 일정을 지연시키며 직무를 유기한 혐의가 적용됐다.

이 중사 사망 사건 수사를 맡은 안미영 특별검사팀은 김 전 대대장 등의 이 같은 혐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 중사가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1·2심은 김 전 대대장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직무 유기와 관련해 "피고인이 성폭력 발생 이후 2차 가해 방지 조치를 일부러 방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허위 보고에 대해서는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2심은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김 전 중대장과 허위 보고·무단 이탈·직무 유기·성폭력처벌법 위반(비밀준수등) 혐의를 받는 박 전 군검사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2심은 김 전 중대장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이 적극적으로 허위 사실을 전파하려고 한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감형 이유를 밝혔다.

박 전 군검사에 대해서는 고의로 허위 보고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 범행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주된 원인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