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수·합병에 관한 뉴스에서 종종 접하는 LBO(Leveraged Buyout, 차입매수)란, 기업인수를 위해 필요한 자금의 상당부분을 인수대상기업(피인수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차입한 자금으로 충당하여 대상기업을 인수하는 M&A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다. 

이와 같이 막대한 인수자금을 전액 마련하지 않고, 적은 자기자본으로 기업 인수를 실행할 수 있는 LBO는 실제 거래에서 다양한 유형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 담보제공형 LBO와 합병형 LBO

우선 피인수기업의 자산을 그 회사의 주식을 취득하기 위하여 설립한 SPC(특수목적법인)의 차입금에 대한 담보로 제공하는 이른바 ‘담보제공형 LBO’가 있다.

그리고 피인수회사의 주식취득 후 피인수회사와 SPC가 합병함으로써 피인수회사가 인수자금 차입금을 자신의 부채로서 변제하는 형태인 ‘합병형 LBO’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어떤 유형인지를 불문하고 공통되는 특징은 인수자금 중 자기자금 보다는 차입금의 비중이 상당이 크고, 차입금의 상환이 피인수기업의 자산이나 현금흐름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 LBO의 위험성에 대한 배임죄의 적용

이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 형사적으로 배임죄의 적용이 문제될 수 있다.

그런데 거래현실에서 LBO는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고 LBO에 관한 별도 법률이 없는 이상, 일률적으로 LBO를 통한 기업인수를 주도한 관련자들에게 배임죄가 성립한다거나 성립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이에 법원은 LBO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의 행위가 배임죄의 구성요건(‘고의의 임무위배로 인한 손해발생’)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범죄 성립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 담보제공형 LBO, 인수자가 ‘위험’에 상응하는 반대급부 제공해야

대법원은 이른바 담보제공형 LBO가 문제된 사안에 대해, 피인수회사로서는 주채무가 변제되지 않을 경우 담보로 제공된 자산을 잃게 되는 위험을 부담하므로, 위 담보제공으로 인한 위험부담에 상응하는 ‘반대급부’를 인수자가 제공하는 경우에 한하여만 허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4도7027 판결 참조).

만일 인수자가 피인수회사에 아무런 반대급부를 제공하지 않고 임의로 피인수회사의 재산을 담보로 제공하게 하였다면, 인수자 또는 제3자에게 담보가치에 상응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피인수회사에게 그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으므로 배임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위와 같이 등가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담보제공이 배임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설시한 이래 다수 판결에서 담보제공형 LBO에 대한 위와 같은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 합병절차를 이용한 합병형 LBO의 경우, 담보제공형 LBO와는 달라 

이후 피인수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SPC를 인수회사와 합병시킨 후, 인수회사를 피인수회사와 다시 합병하는 구조의 LBO가 문제된 사안에서 대법원은 배임죄 무죄를 선고했다(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도6634 판결).

그렇다고 무조건 합병형의 경우에는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 위 사안은 상법이 정하는 합병절차를 이용한 것으로 담보제공형과는 차이가 있고, 합병의 절차적 실질적 하자 등이 없는 경우로 보아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또한 실제로 인수자금의 상당부분을 자기자금으로 조달하였고, 피인수회사와의 합병 이전까지 차임자금에 따른 담보나 상환부담을 인수회사만이 부담했다는 점도 무죄 선고에 고려된 것이다.

합병형의 경우에는 회사의 자산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은 아니고, 상법이 정하는 합병절차에 의해 가장 중요한 주주와 채권자의 이익 조정과 보상이 이루어지므로 실제로 배임죄에 의한 형사적 제재를 가할 필요성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 횡령도 문제될 수 있어

이외에도 몇해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코스닥업체의 상장폐지 사건이 있었다.

SPC가 사채업자들에게 돈을 빌려 인수자금을 마련한 후, 인수 뒤에 피인수기업의 양도성예금증서(CD)를 사채업자에게 받은 대출의 담보로 제공한 사건에 대해서는 횡령죄가 적용된 바 있다.

이와 같이 기업인수과정에서 발생한 위험과 손해는 민사적 구제 외 형법의 적용 대상도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계리 변호사는 3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해 법무법인 대륙아주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기업 활동에 따른 횡령, 배임 및 각종 화이트칼라 범죄 등 기업형사사건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