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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오후 서울대 근대법학교육 백주년기념관에서 '탄핵심판의 헌법적 쟁점'이라는 주제의 세미나가 열렸다.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운데)와 전종익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른쪽)가 발제자로 나섰다. / 사진=황국상기자 |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형사소송법상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에게 부여된 다양한 방어장치들은 형벌의 부과로 신체, 생명 등 기본권의 제약을 염두에 둔 조치이지만 대통령 탄핵심판은 개인의 직무를 파면하는 것이기 때문에 형사소송법상 방어권을 전적으로 인정해줄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형소법상 절차와 헌법상 탄핵심판…성격상이"= 23일 오후 서울 신림동 서울대학교 근대법학교육 백주년기념관에서 한국헌법학회와 서울대 법학연구소 공동주최로 '탄핵심판의 헌법적 쟁점'이라는 주제로 열린 공동학술대회에서 참가자들은 법이 규정한 절차에 따른 심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법 등 법령이 탄핵심판에 형사소송법을 준용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더라도 이를 기계적으로 적용해서는 곤란하다는 의견들이 제기됐다.
전종익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탄핵심판에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라는 의미는 피청구인(이번 경우에는 박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을 위한 것"이라며 "형사소송에 준해 피청구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겠다는 입법자의 결단이 나타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 교수는 "형사소송법을 준용할 경우 소추인(국회)과 피소추인(대통령) 사이에 기본적 불균형이 존재한다"며 "국회의 조사권은 국정조사와 같이 일반적 조사권에 한하기 때문에 강제수사가 불가능하고 달리 자료를 수집할 수 있는 제도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헌법재판소가 적극적으로 증거조사를 하는 등 능동적 기능이 있어야만 이같은 불균형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형사소송법상으로 피고인에게 인정되는 절차들도 가려서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 교수는 "진술거부권이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 등 절차적 기본권은 인정될 수 있다"면서도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서류공개 금지규정', 증명의 정도 등의 형사소송법상 원칙들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사건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려고 한다면 국회가 적극적으로 탄핵소추안 가결이 근거있음을 입증해야 하는데 헌법재판소가 손놓고 있으면 입증이 어려워진다"며 "헌법재판소가 직권탐지주의에 의해 적극 증거조사에 나서서 양쪽이 제출한 증거를 보고 어느 쪽이 우세한가를 두고 심판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박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형사소송법 47조(소송서류의 비공개) 조항을 들어 '답변서를 공개하지 말 것'을 요구한 데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이 나왔다. 전 교수는 "소송에 관한 서류는 공판의 개정 전에는 공익상 필요 기타 상당한 이유가 없으면 공개하지 못한다고 돼 있지만 헌법 보호를 위한 헌법재판의 속성상 공익상 필요가 인정될 수 있다"며 서류공개 금지규정을 엄격히 적용해선 안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어 "형사소송법상 유죄를 증명하기 위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명'을 요구하는 것은 '진범을 잡지 않아도 좋으니 무고한 시민이 잘못된 형사절차로 희생되는 일을 막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며 "탄핵결정으로 인한 불이익은 '직무에서의 파면'일 뿐이고 향후 헌법가치 보호의 필요성 등을 감안할 때 형사재판보다 낮은 정도의 확신을 주는 증명의 정도면 충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관 공석시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무는 어디까지?=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해 내년 3월까지 임기가 만료되는 헌법재판관 자리가 공석이 될 경우에 대한 내용도 이날 세미나에서 주로 논의됐다.
헌법재판관의 궐위(공석)은 탄핵심판 정족수 구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또 헌법재판관 궐위 이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후임인선을 추진할지 여부도 이번 탄핵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헌법재판관으로서 내년 1월말까지 임기가 예정돼 있는 박 소장의 임기를 '헌법재판소장의 임기는 6년'이라고 하는 규정을 들어 2019년 4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는 황 권한대행의 멘트도 있었다. 이는 탄핵심판 결정을 최대한 미루려는 조치로 해석돼 비난을 사기도 했다.
'박 소장의 임기연장설'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다수였다.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상 헌법재판소장 임기에 대해 규정한 바 없고 소장은 재판관 지위에 있는 자 가운데서 임명하는 것"이라며 "소장의 임기는 당연히 6년이 아니라 재판관 임기를 넘어설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소장은 재판관 가운데 임명되는데 그 재판관이 국회에서 선출한 자나 대법원장이 지명한 경우는 임기가 연장된다면 국회의 헌법재판관 선출권이나 대법원장의 지명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권한대행이 후속인사를 선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김하열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권한대행의 역할에 대해 "불가피한 경우라면 국가긴급권을 발동할 수도 있고 외교·국방에 관한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며 "그러나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이나 국무위원 임명 등 헌법기관에 대한 인사권이나 헌법개정안의 발의권, 사면권과 같은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민주적 정당성이 없고 긴급성이 없으며 다른 헌법기관간 권력분립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헌법재판소 공보관,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역임한 노희범 변호사(법무법인 우면)도 "권한대행은 민주적 정당성이 없고 본질적으로 임시적 잠정적 지위이므로 적극적이고 형성적인 권한행사는 한계가 있다"며 "다만 적시에 권한행사를 하지 않으면 안될 국가적·사회적으로 긴요한 필요가 있는 때에는 필요최소한 범위에서 권한행사가 가능하고 7인 재판관이 구성되지 않아 헌법재판이 정지·마비된 경우에는 재판관 임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최종결정이 나오기까지는 예상보다 시일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총 9명(대법원장 지명 3인, 국회선출 3인 포함)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권한은 대통령에 속하는데 임시직인 황 권한대행이 후속인선 임명을 진행한다더라도 현행 헌법이나 법령상 국회 차원에서 이를 저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송기춘 교수는 "탄핵심판 절차가 명백한 흠이 있거나 소추사유가 터무니 없어 각하 또는 기각되는 경우가 아니고 탄핵결정을 하려면 아무리 서두른다고 하더라도 현 재판소장의 임기 안에서는 어려울 것"이라며 "소장의 후임 재판관이 심리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고 새 재판관이 심리에 참여하게 되면 탄핵심판 절차의 진행은 아무래도 상당기간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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