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사진=이동훈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0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50)에 대한 본격 수사를 예고했다. 특검팀은 해박한 법률지식으로 법망을 잘 빠져나간다는 의미에서 '법꾸라지'라는 별명이 붙은 우 전 수석 수사에 앞서 기초 조사를 면밀히 진행하고 있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우 전 수석에 대해 여전히 제보를 수집하는 등 기초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추후에 (본격) 조사가 시작되리라 예상한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일정이 잡히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우 전 수석은 이날 구속 여부가 결정되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78)과 함께 '가장 어려운 수사 대상'으로 꼽힌다. 지난 검찰 특별수사본부 수사 당시 이들 두 사람은 무성한 의혹에도 불구하고 조사 한 번 받지 않았다. 그런 만큼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 성과는 특검팀의 성패를 가를 주요 요소 중 하나로 평가될 수 있다. 우 전 수석은 특검법에 명시된 수사 대상이기도 하다.

김 전 실장 수사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면서 조만간 우 전 수석으로 타깃이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우 전 수석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61·구속기소)의 입김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우 전 수석의 장모인 김장자씨(76)가 최씨와 함께 골프 회동을 갖는 등 친분이 두터웠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최씨의 국정 농단 행태를 묵인·방조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2014년 5월부터 최씨 의혹이 불거진 이후까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는데 이를 몰랐을 리 없다는 판단에서다.

우 전 수석은 최씨가 사실상 운영하는 K스포츠재단에 롯데그룹 수사 정보를 넘겨줬다는 의심도 사고 있다. K스포츠재단이 지난 5월 말 롯데그룹으로부터 어렵게 받은 70억원을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에 돌려주며 불거진 의혹이다. 민간인 신분의 최씨가 압수수색 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었겠냐는 거다.

이 밖에 △'정윤회 문건' 파문 당시 담당 경찰관을 회유한 의혹 △세월호 사건 수사와 관련해 외압을 행사한 의혹 △민정수석실 직원들이 K스포츠재단과 연관된 단체에 대한 내사를 벌이다 취소한 과정에 개입한 의혹 등도 그를 둘러싸고 제기된 상태다.

우 전 수석은 지난달 22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모른다", "아니다"로 버티며 관련 의혹을 전부 부인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국회증언·감정법 위반(위증) 혐의로 고발되기도 했다.

특검팀은 우 전 수석의 개인 비리를 수사했던 검찰 특별수사팀의 자료까지 모두 넘겨받아 살펴봤다. 이번 국정 농단 파문과 무관한 우 전 수석의 비위 의혹까지 살피면서 전방위 수사를 예고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우 전 수석은 가족회사 '정강'의 자금을 횡령한 혐의, 의경으로 근무한 아들이 보직 특혜를 받도록 힘쓴 혐의 등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