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인물 최순실씨가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4회 공판을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스1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유독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체포영장을 집행하겠다'는 특검의 최후통첩에도 '묵비권을 행사하겠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수사의 종착점인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가고 있는 특검의 속만 타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씨는 박 대통령과 더불어 이번 사건의 최고 핵심 인물이다.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이화여대 입시비리 의혹 등 이번 게이트 수사 성공을 위해서는 최씨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이다.

특히 특검이 주목하는 뇌물죄의 경우 최씨에 대한 조사 없이는 사실상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앞서 특검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그 어떤 기업보다 최씨 일가에 특혜성 지원을 한 것이 명백했던 삼성에 대한 수사에서 특검이 고배를 마신 것이다.

뇌물수수자에 대한 조사가 없었다는 것이 실패의 원인으로 꼽힌 만큼 특검은 곧바로 최씨를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최씨는 박 대통령과 뇌물수수의 공범으로 입건된 상황이다. 특검은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현시점에서 불가능하다고 보고 최씨를 겨눴다.

그런데 최씨가 이에 훼방을 놓고 나섰다. 앞서 특검은 최씨에게 지난해 12월 특검 출범 이후 7차례에 걸쳐 소환을 통보했으나 첫 소환에만 응한 뒤 모두 거부한 바 있다. 최근 최씨는 여기에 더해 '강압수사를 하는 특검의 조사에는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영장이 집행되더라도 묵비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 최씨 측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최씨 측이 뇌물죄 적용만은 피하자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강요죄보다 형량이 훨씬 높은 뇌물죄로 기소되는 상황을 면하기 위해 시간을 끌고 있다는 것이다. 특검의 수사기간은 한정돼 있다. 이미 1차 수사기간 만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이다. 최씨 측은 수사를 지연시키면 뇌물죄 적용은 어렵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보낸 '뇌물수수 당사자에 대한 조사를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최씨가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형국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수사 처음부터 뇌물죄를 언급했던 특검이 이를 입증하는데 실패한다면 결국 화살이 다시 특검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최씨 측도 이를 알고 여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갈 길이 바쁜 특검의 속만 타고 있다. 특검은 일단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내달 초로 예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 전에 최씨로부터 의미있는 진술을 얻어내지 못할 경우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실익 없이 끝날 가능성이 높다. '통치행위였다' '최씨의 국정농단 사실을 몰랐다'는 박 대통령 주장을 넘어야 하는데 현 상황에서 이를 넘기 힘들다는 것이 법조계 시각이다.

특검이 최씨를 조사하는 것은 오는 26일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체포를 하게 되면 48시간동안 신병을 확보해 조사할 수 있으며 이후에는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특검은 이 기간에 사활을 걸고 최씨 조사에 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