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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청사 |
백화점에서 제조사의 위탁을 받아 물건을 판매하던 이들을 제조사 소속 근로자로 봐야한다는 확정판결이 나왔다.
설령 백화점 판매원들이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근로소득세가 아니라 사업소득세를 납부하는 등 외양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실질상 임금을 목적으로 한 종속적 관계가 인정된다면 근로자로 봐야 하고 회사도 이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구 모씨, 박 모씨 등 36명이 A사를 대상으로 제기한 퇴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취지의 원심을 파기하고 원심법원인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고 8일 밝혔다. 마찬가지로 백 모씨 등 4명이 A사를 상대로 제기한 별도의 퇴직금 청구소송에서도 원고패소 취지의 원심이 파기돼 원심법원으로 환송됐다.
A사는 넥타이나 스카프(머플러) 가방 등을 수입·제조·판매하는 회사로 국내 주요 백화점에 공급해왔다. A사는 자사 영업부 소속 정규직을 백화점 판매원으로 파견했다가 2005년부터는 이들 판매원들에게서 일괄 사직서를 받고 그해 말 퇴직금을 지급한 후 그들과 별도의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판매용역 계약은 매장 매출액에 일정한 수수료율을 곱한 금액을 수수료로 판매원들에게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실제 백화점 판매원들의 업무내용이나 수행방식, A사의 업무관여 방식이나 정도 등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원고들은 "A사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들로서 A사에서 퇴직했음에도 불구하고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했고 연장·휴일·연차휴가 근로수당도 지급받지 못했다"며 이를 청구하는 내용의 소송 3건을 제기했다. 이에 A사는 "원고들은 판매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용역을 제공한 후 수수료를 지급받았을 뿐 근로자라고 볼 수 없다"고 맞섰다.
원고들이 제기한 3건의 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모두 원고들의 손을 들어주며 A사에게 4억6000만원의 퇴직금 등을 지급할 것을 판결했다. 판매용역계약 체결을 전후해서 원고들이 수행한 업무내용이나 방식, A사의 업무관여 방식이나 정도 등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1심 재판부는 또 "원고들은 다른 일반직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등을 적용받지 않고 부가가치세법상 사업자 등록을 함으로써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했으며 4대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점 등 사정이 인정된다"면서도 "이러한 사정들은 사용자인 A사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사실상 임의로 정할 수 있는 사정에 불과해 원고들이 근로자라는 것을 뒤집는 사정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에서는 원고들이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부패소 판결을 받았다. 원고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새로이 판매용역계약을 A사와 체결한 것은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그에 따른 책임은 원고들의 몫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3심에서는 다시 한 번 결론이 뒤집혔다. 대법원은 "원고들을 비롯한 백화점 판매원들은 A사와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해 그 계약의 형식이 위임계약처럼 돼 있지만 그 실질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A사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계약관계로 봐야 한다"며 "그럼에도 원고들이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원심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에 대한 법리를 오해해 판단을 그르쳤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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