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국회 국조특위 청문회에 출석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모습/사진=이동훈 기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50)에 대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모양새다. 남은 시간을 고려했을 때 특검이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 수사를 애초부터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차례 소환조사만으로 수사를 마무리할 경우 '봐주기'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법에서 정하고 있는 수사기간을 12일 남겨둔 상황에서 우 전 수석의 소환 날짜조차 정하지 못했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 전 수석의 소환 일정을 묻는 말에 "계획이 생기면 말씀드리겠다"며 "아직 날짜를 통보하진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특검이 물밑 접촉을 거쳐 우 전 수석을 이번 주말쯤 전격 소환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이 특검보는 "우 전 수석 측과 접촉했는지 여부는 정확하게 말씀 드리기가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특검은 지난 8일 브리핑에서 "다음 주 말 정도까지는 우 전 수석의 소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검은 그동안 우 전 수석이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소환 필요성을 강조해왔지만, 수사에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않았다. 법률지식이 해박한 우 전 수석은 수사 착수 이전부터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78·구속기소)과 함께 '가장 어려운 두 상대'으로 꼽혔는데, 특검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수사에 박차를 가하며 김 전 실장을 압박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검찰과 마찬가지로 특검도 우병우를 두려워 한다" "특검 내 현직 검사들이 우병우 수사에 반대한다"는 등의 말이 나왔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를 전방위적으로 벌일 경우 검찰 조직을 건드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사정기관 컨트롤타워로서 검찰 인사를 좌지우지하기도 했던 우 전 수석이 입을 열 경우 '우병우 사단'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 우 전 수석은 K스포츠재단에 롯데그룹 수사 정보를 넘겨줬다는 의심을 받는데 이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검찰 수뇌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특검 내부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인사는 "시간상 구속 수사는 물 건너갔는데 특검도 결국 검찰처럼 우병우를 깊이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며 "수사하는 입장에서 현직 대통령보다 어려운 상대가 우병우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은 △최순실씨(61·구속기소)의 국정 농단을 묵인·방조했다는 의혹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54)의 내사를 방해했다는 의혹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급 6명의 좌천성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 등을 받는다. 특검 관계자는 "의혹이 방대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수사를 마무리짓기는 힘들다"며 선별 수사 가능성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