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2일 검찰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는 모습/사진=공동취재단

검찰이 꼬박 엿새를 고심한 끝에 27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 수사 방침을 세운 것은 사안의 중대성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이란 특수한 신분을 고려하더라도 13가지 피의사실로 드러난 혐의가 무겁고, 박 전 대통령이 책임을 인정하지 않아 증거 인멸의 우려도 있다고 봤다.

지난해 말 불거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고 박 전 대통령은 파면되는 데 이르렀다. 박 전 대통령은 여기서 파생된 △삼성 뇌물수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강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명단) 작성·관리 △청와대 기밀문서 유출 등 대부분의 사건에서 '최정점'으로 지목됐다.

검찰은 이 때문에 의혹 전반에 연루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이 불가피하다고 결론 내렸다. 영장을 청구하며 공범들과의 형평성도 언급했다. 최순실씨,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은 모두 구속 기소된 상태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고 돌아간 지난 22일부터 엿새간 영장을 청구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기록·법리 검토에 신중을 기했다.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를 비롯한 검찰 관계자들은 "정해진 게 없다"며 극도로 말을 아꼈지만 내부적으론 잠정 결론이 이미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 청구 쪽으로 가닥이 잡힌 건 김수남 검찰총장의 지난 23일 출근길 발언을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김 총장은 "오로지 법과 원칙, 그리고 수사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수사 외적인 요인에 따른 정무적 판단을 지양하겠다는 뜻으로 비쳤다. 정치권과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됐다.

김 총장은 고심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특별수사본부 소속 검사들의 의견을 우선시했다고 한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수사팀 의견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고 대검 간부, 전직 총장 등에게도 의견을 물어 종합적인 판단을 내렸다"고 전했다. 김 총장은 특별수사본부의 보고를 수시로 받으며 의견을 교환했다.

검찰의 계획대로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박 전 대통령은 '뇌물죄로 구속된 전직 대통령'이란 불명예를 얻는 반면, 검찰은 의혹 최정점의 인물을 구속하며 수사에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을 전망이다.

반대로 영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박 전 대통령은 기사회생하고 검찰은 수사가 촘촘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SK·롯데·CJ그룹 등 대기업 수사 향배도 박 전 대통령 구속 여부에 달렸다. 넓게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 동력도 영향을 받게 된다.

검찰은 관계자는 대기업의 재단 출연금도 뇌물로 적시했느냐고 묻자 "SK·롯데 등은 지금 수사 중에 있고 (삼성의 경우를 포함해) 현 단계에선 말하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한 뒤 관련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최태원 SK 회장 등도 아직은 참고인 신분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오는 31일 새벽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발부와 기각을 두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사안만 놓고 판단해 구속을 피할 수 없다는 의견과 전직 대통령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기각할 것이란 반론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