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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판례氏] 딸과 공유토지, 친척 증여한 母…유효할까?

[the L] 대법 "친권 남용은 명백한 사정 없이 쉽게 인정 안 돼"

편집자주[친절한판례氏]는 중요하거나 의미있는 과거 판례를 더엘(the L) 독자들에게 최대한 쉽고 친절하게 소개해 드리는 코너입니다.

우리 민법 제921조 제1항은 법정대리인인 친권자와 그의 미성년 자녀 사이에 이해가 상반되는 행위를 할 경우, 친권자는 법원에 그 자녀의 특별대리인 선임을 청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성년자는 친권자, 주로 부모가 법정대리인으로서 미성년자의 법률행위를 대신해서 처리할 수 있는데, 만약 미성년자의 이익에는 반하고, 친권자 본인이나 제3자의 이익만을 위해 법률행위를 한다면 자녀의 이익을 보호할 방법이 없어지기 때문에 민법은 특별대리인을 선임해 객관적으로 미성년자를 보호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성년 자녀와 토지를 공유하고 있는 친권자가 직접 토지 전체를 미성년 자녀의 큰아버지에게 증여를 한 경우, 이를 민법 제921조 제1항 위반으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된 대법원 판례(2008다73731)가 있다.

 

A씨가 35세의 젊은 나이에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그의 아내인 B씨와 딸 C양이 그를 상속받게 됐다. 그 결과 B씨와 C양은 A씨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돼 있던 총 4필지의 땅을 각 1/2의 지분으로 공동 소유하게 됐다.

 

그러던 중 B씨는 4필지 가운데 한 필지를 제외한 나머지 3필지를 죽은 남편 A씨의 친형인 D씨에게 증여했다. 이로써 B씨와 C양의 토지 중 3/4이 D씨 명의로 이전등기 되고 말았다.

 

이후 B씨는 자신이 딸 C양과 각 1/2씩 공유지분을 갖는 형식으로 소유하던 토지를 C양의 이익에 반하게 다른 사람에게 이전해준 것은 친권을 남용했던 행위로서 무효라고 주장하며, 법원에 D씨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하라는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우선 "친권자가 자녀를 대리하는 법률행위는 친권자와 자녀 사이의 이해상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한, 그것을 할 것인가 아닌가는 자녀를 위해 친권을 행사하는 친권자가 자녀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고려해 행할 수 있는 재량에 맡겨진 것"이라며 친권자의 재량권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친권자인 B씨가 딸 C양을 대리해 행한 자녀 소유의 토지 대한 처분행위에 대해서는 그것이 사실상 C양의 이익을 무시하고 친권자 본인 혹은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등 친권자에게 자녀를 대리할 권한을 수여한 법의 취지에 현저히 반한다고 인정되는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 한 친권자에 의한 대리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쉽게 단정지울 수 없다"고 설명했다.

 

친권자의 대리권 남용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이를 인정할만한 명백한 사정이 존재해야만 하고, 단지 의심스러운 사정만으로는 친권 남용을 쉽게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B씨가 딸 C양의 친권자로서 C양의 공유지분인 1/2 부분에 관해서까지 D씨에게 증여해버린 처분행위가 C양의 이익을 무시하고 B씨 본인이나 제3자인 D씨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이루어졌다는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죽은 A씨 명의로 등기돼있던 토지들은 모두 A씨가 미성년일 때 그의 어머니가 A씨에게 명의만 신탁해뒀던 토지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그렇게 본다면 A씨의 형에게 4필지 중 3필지의 토지를 증여한 것이 B씨의 C양에 대한 친권 남용으로 무효인 법률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법원은 B씨의 D씨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 말소 청구를 인정하지 않았고, B씨가 D씨에게 유효하게 토지를 증여한 것을 확인했다.

 

 

◇ 판례 팁 = 이해상반행위(利害相反行爲)란 친권자가 자녀를 대신해 하는 법률행위가 친권자와 그의 자녀 사이에서 볼 때, 이해가 대립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말한다.

 

 

◇ 관련 조항

- 민법

제2조(신의성실)

①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

②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

 

제920조(자의 재산에 관한 친권자의 대리권) 법정대리인인 친권자는 자의 재산에 관한 법률행위에 대하여 그 자를 대리한다. 그러나 그 자의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채무를 부담할 경우에는 본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제921조(친권자와 그 자간 또는 수인의 자간의 이해상반행위)

① 법정대리인인 친권자와 그 자사이에 이해상반되는 행위를 함에는 친권자는 법원에 그 자의 특별대리인의 선임을 청구하여야 한다.

② 법정대리인인 친권자가 그 친권에 따르는 수인의 자 사이에 이해상반되는 행위를 함에는 법원에 그 자 일방의 특별대리인의 선임을 청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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