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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징벌적손해배상 전격 도입…법조계 '환영' vs 산업계 '우려'

[the L] 제조물결함·프랜차이즈본부 부당행위 등에 대한 징벌적손해배상 도입돼…관련 유사법안 환노위 등 국회 계류중, '징벌적 배상' 산업계 전반 확대 가능성 높아져

가습기살균제피해자 가족모임과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회원들이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옥시 제품에 대한 2차 불매운동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스1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법조계 등에서 도입 목소리가 높았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국회를 통과해 1년 뒤부터 시행된다. 법조계 등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고 산업계는 제조업 분야 위축에 대한 우려속에 징벌적 배상범위가 확대될 지에 대한 우려와 함게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회는 제조업자가 제품의 결함을 알면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소비자의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 손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의 최대 3배까지 징벌적 배상책임을 부과하는 내용의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가맹본부의 허위·과장 정보제공, 부당한 거래거절 등으로 가맹점주가 손해를 입은 경우 가맹본부가 그 손해의 3배 범위내에서 배상책임을 지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같은 날 국회를 통과했다.

이날 동시에 최대 3배의 징벌적 배상 도입이 제조업 분야, 프랜차이즈업계에 도입된 셈이다. 

◇결함 제품 만들면 최대 3배 손해액 물어야

제조물 책임법 개정법에는 피해자들이 제조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제조물 결함을 인정하고 결함에 의한 손해를 추정하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징벌적 손해배상책임 부과 조항은 1년 유예 뒤 시행된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기업측 요청으로 계도유예기간이 6개월에서 1년으로 늘어났다.

소관상임위인 정무위원회 통과 후 위헌시비로 법제사법위원회에선 지난달 29일 법안심사소위에 회부시키기도 했다. 일각에선 현행 법체계와 맞지 않고 실제 손해액보다 큰 징벌적 배상은 민법원칙과도 충돌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헌법상 과잉금지, 이중처벌금지 등에도 위배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따라서 향후 법시행이 시작되면 실제 사건에서 위헌소송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016년 6월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소비자집단소송과 징벌적손해배상제도 쟁점과 방향' 토론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와 천정배 공동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앞줄 왼쪽부터 김성식 정책위의장, 박지원 원내대표, 채이배 의원, 안철수 상임공동대표, 천정배 공동대표. /사진=뉴스1


◇소비자단체 '소비자 권익↑'…변호사업계 ' 법률시장↑'

소비자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와 변호사업계는 징벌적 배상제를 추진해왔다. 소비자단체는 소비자 권익보호라는 측면에서, 변호사업계는 법률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징벌적 배상제 도입을 바랐던 상황이다.

지난해 변호사·교수등이 참여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지지하는 변호사·교수모임(징손모)' 대표는 현 대한변호사협회장인 김현 변호사가 맡기도 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징손모의 제안을 채택해 '징벌적 배상법안'이라는 특례 제정법안을 지난해 6월 16일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에 통과된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은 박 의원과 징손모의 '징벌적 배상법안'과는 조금 다른 법안이다. 모든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에 대해 징벌 배상을 규정하고 '변호사 강제주의'까지 포함한 '징벌적 배상법안'과 달리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은 '제조물' 즉 '제품'의 결함에 의한 손해에 한해서만 징벌적 배상을 인정한 것이다. 

오제세·백제현·조정식·한정애·서영교·신상진·김관영 의원 등이 각각 대표발의한 제조물 책임법 개정법안들의 주요내용을 반영해 만들어진 정무위 대안(代案)이 통과된 것이다.

한편 개정안들이 '최대 3배'로 손해배상액을 제한한 것은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선이라는 공감대 속에서 나온 것이다. 발의된 관련 법안 가운데에는 손해액의 최대 12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것들도 있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도 지난 2일 사업자가 소비자의 피해액의 10배 이상을 배상토록 하는 내용의 환경보건법 개정안을 가결시켰다. 환경보건법 개정안도 가습기 사건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과잉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법은 아직 법사위 계류중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와는 별도로 표창원 더민주 의원은 기업의 잘못으로 인명피해가 난 경우에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인명피해 야기 기업 처벌법' 도입을 추진중이다. 

◇'연내도입' 업무계획서 밝혔지만 갈팡질팡했던 공정위

지난 1월 5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올해 업무계획 보고에서 이미 최대 3배의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연내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가 불과 두 달전 연내 도입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던 것에 비춰보면 이번 개정안 통과는 사실상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평가된다.

공정위도 최근 몇년간 매년 입버릇처럼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을 업무계획에 넣었지만 실제로는 계속 미뤄 온 전력이 있다. 공정위는 박근혜 전 대통령 인수위 시절부터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와 집단소송제 도입을 골자로 한 소비자피해구제방안을 보고했지만 국민여론을 의식한 '면피성'보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공정위는 업무계획에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을 여러 번 포함시키면서도 국회 입법과정에선 기업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신중한 의견을 제시하는 이중적 태도를 유지해왔다. 

결국 이번 개정안도 공정위에 의한 '정부입법'이 아닌 순수한 '의원입법' 형태로 이뤄졌다. 지난해 가습기 사건 여파로 여야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유사한 내용의 징벌적 손해배상제 법안을 냈고 국민여론도 도입쪽으로 크게 기울어진 상황이었다.

◇예상보다 빠른 도입 배경?…가습기사건+탄핵·대선정국

징벌적 배상제 도입은 변호사업계에서 오래 전부터 주장한 것이지만 기업들의 반발로 사실상 도입이 단기간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던 난제였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설문에 답한 20대 국회의원 127명 중 85%인 108명이 징벌적 배상제 도입에 찬성해 20대내 통과 가능성은 높게 점쳐졌다. 다만 20대 국회개원 1주년도 되기전인 올 3월 도입되리라고 전망한 전문가들은 거의 없었다.

한편으론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대통령 탄핵국면으로 정부와 재벌 대기업에 대한 국민 반감이 높아진 점도 이번 통과에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공정위는 지난해까지도 법체계상 어려움, 남소와 배상액 증가로 인한 기업활동 위축 우려 등을 근거로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에 대해 신중검토 의견을 유지하고 있었다. 

본회의 통과 하루전인 지난달 29일 법사위는 민법체계에 근본적으로 징벌적 배상을 넣을 지를 검토하자며 소위에 회부한 바 있다. 본회의로 가는 길목인 법사위가 심도 깊은 검토를 위해 소위로 넘겨 사실상 3월 통과는 어려워졌던 상황에서 국회의장과 여야 원대대표들의 극적 합의로 본회의에 바로 상정됐다. 

김재형 대법관 후보자가 2016년 8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법관 임명동의안 심사를 위한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재형 대법관 "현행 민법으로 충분…징벌 배상 반대"

가장 최근에 대법관이 된 김재형 대법관은 지난해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을 통해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에 앞서 피해자의 손해가 불법행위 전의 상태로 회복할 수 있도록 충분히 배상돼야 한다"며 "우리 민법 이론을 통해서도 같은 결론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다시 말해 현행 민법에 의해 실제 손해범위에 한해서 손해배상을 하면 충분하고 징벌적 배상은 과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김 대법관은 "대륙법(영미계통이 아닌 독일 등 유럽법체계, 한국·일본도 대륙법체계) 국가에서 직접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받아들인 나라는 없다"며 "우리 민법의 손해배상 규정은 어느 나라보다도 유연하다는 장점이 있어 위자료 산정과 관련한 세부적 요소를 밝히고 기준표를 마련해 배상하는 방법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라며 징벌적 손해배상에 사실상 반대 의견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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